‘경남 진주(4월17일), 경남 창원(4월24일), 경북 칠곡(4월26일), 부산(5월1일)….’
정신질환에 대한 전 국민의 관심이 높은 가운데 정신질환자의 강력범죄가 일부 지역에서 반복해서 일어난 것이 우연이 아닐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4월2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긴급좌담회 ‘진주 사건은 막을 수 없었는가?’에 토론자로 나선 장창현 원진녹색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는 “정신질환자의 범죄가 경남과 경북에서 이어졌다. 이들 지역은 1인당 배정된 정신건강 예산이 적은 공통점이 있다. 지방자치단체가 정신건강 예산 확충을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정신건강 지출 영국 277.78달러, 한국 6.2배국립정신건강센터가 지난해 말 발간한 ‘정신건강현황 4차 예비조사 결과보고서(2017년)’를 보면 이 지적은 사실인 것으로 확인됐다. 인명 피해가 연달아 있었던 진주와 창원이 속한 경상남도는 2017년 도민 1인당 지역사회 정신건강 예산이 2557원으로 전국에서 최하위권에 속했다. 경남보다 적은 곳은 인천(2327원) 단 한 곳이었다. 울산(3048원), 부산(3116원), 세종(3144원), 경북(3308원) 순으로 정신건강 예산이 적게 책정된 것으로 파악됐다. 예산이 적다는 건 정부의 정신건강 관련 인적·물적 돌봄 여력이 적다는 의미다.
1인당 지역사회 정신건강 예산이 가장 많은 곳은 전북(7730원)이었다. 광주(7224원), 충북(5660원), 대전(5280원), 강원도(5274원)가 뒤를 이었다. 전국 평균은 3889원이었다.
장창현 의사는 “현재 정신건강 예산이 전체 보건 예산의 1.5%에 불과한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으로 가려면 5%까지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 의사의 지적처럼 한국은 지역사회 정신건강 예산뿐만 아니라 전체 정신건강 지출도 턱없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4년 세계보건기구(WHO) 자료를 보면 국민 1인당 정신건강 지출은 영국이 277.78달러(약 32만원), 미국이 272.80달러, 일본이 153.7달러인데 한국은 44.8달러로 보고됐다. 영국과 미국의 6분의 1, 일본의 3분의 1 수준에 그친 것이다.
부산의 한 정신보건센터에 근무하는 관계자는 과 한 통화에서 “최근 정신질환자의 강력범죄가 벌어진 경남 진주와 부산 사하구는 정신재활시설이나 정신질환자를 위한 지역사회 시설이 하나도 없다는 공통점이 있었다”고 했다. 최근 특정 지역에서 강력범죄가 잇따른 것은 이유가 있고, 예상 가능한 사건이었다는 취지였다.
이 관계자는 “정신건강 예산이 부족하면 결국 정신건강 전문요원이 근무할 수 없다. 전국적으로 정신건강 복지센터 노동자 근속기간이 4년에 못 미치는 이유다. 경남 진주의 정신보건센터에는 정신건강 전문요원이 단 한 명도 없었다”고 했다.
최근에 정신질환자 강력범죄가 잇따라 발생하자 경남은 비상이 걸렸다. 경남은 진주 아파트 방화·살인 사건을 계기로 고위험 정신질환자를 지자체에 등록하면 이들의 외래치료비, 응급입원 진료비 본인부담금을 도가 지원할 계획이라고 4월29일 밝혔다. 아울러 정신건강복지센터 인력을 충원하고 전문성을 강화할 방침이다. 결국 도의 정신건강 예산이 늘어야 가능한 일들이다.
이재호 기자 ph@hani.co.kr이 기존 구독제를 넘어 후원제를 시작합니다. 은 1994년 창간 이래 25년 동안 성역 없는 이슈 파이팅, 독보적인 심층 보도로 퀄리티 저널리즘의 역사를 쌓아왔습니다. 현실이 아니라 진실에 영합하는 언론이 존속하기 위해서는 투명하면서 정의롭고 독립적인 수익이 필요합니다. 그게 바로 의 가치를 아는 여러분의 조건 없는 직접 후원입니다. 정의와 진실을 지지하는 방법, 의 미래에 투자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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