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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담이가 밤마다 코를 고는 이유는?

공동육아 어린이집서 신나게 놀아요~
등록 2019-04-10 02:22 수정 2020-05-02 19:29

“오늘도 즐겁게 보내. 저녁에 아빠와 놀자.” 인사하고 발을 떼자 도담이는 으앙 울었다. (사진) 두 손을 좌우로 재빠르게 흔들며 가지 말라고도 했다. 병원에서 나온 지 2주가 지나자 도담이는 새 어린이집에 갔다. 도담이는 더 많은 친구와 함께 성미산에 올라 자유롭게 뛰놀라고, 우리는 공동육아를 본격적으로 하기 위해 오랜 고민 끝에 내린 결정이다.

심장 수술 이후 6주는 각별히 조심하고 어린이집도 당분간 보내지 말라는 담당 의사의 권유로 다른 꼬마들보다 2주 늦게 보냈더니 도담이는 새로운 환경이 아무래도 낯선 모양이다. 함께 생활하는 아이들이 도담이를 알아보고 먼저 반갑게 인사하지만, 도담이는 쑥스러운지 옅은 웃음만 띤 채 멀뚱멀뚱 볼 뿐이다. 이제 막 걷기에 재미 붙인 도담이는 친구들, 선생님과 함께 성미산 중턱에 있는 삼단공원을 올랐고, 오랜만에 오래 활동한 것이 고단했는지 밤에 코를 골며 깊은 잠에 빠졌다.

도담이가 새 어린이집을 다니면서 아내와 나도 덩달아 공동육아를 시작했다. 부모가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기고 어린이집이 돌보는 보통의 육아와 달리, 공동육아는 부모들이 부모회를 구성하고 회비를 모아 어린이집 운영과 공동육아 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어린이집 대청소, 모꼬지, 부모 교육, 김장 같은 어린이집 행사부터 나무 심기, 축제·운동회 같은 마을 행사까지 다양한 프로그램이 달력을 빼곡히 채운다. 맞벌이 부부인데도 손이 많이 가는 공동육아를 선택한 이유는 아이와 더 잘 놀기 위해서다. 어린이집 대청소를 했던 2주 전 주말, 나는 다른 부모들, 선생님과 함께 도담이가 생활하는 반 청소를 했다. 고무장갑을 끼고 화장실에 들어가 대야에 물을 받은 뒤 아이들이 가지고 노는 온갖 장난감과 플라스틱 수납 상자를 깨끗하게 씻었다.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장난감을 씻으면서 허리가 무척 아팠지만 꼬마들이 쓰는 물건이라 생각하니 나도, 다른 부모도 요령을 부릴 수 없었다. 집에 돌아와 도담이에게 “아빠가 너희 장난감들을 깨끗하게 씻었다”고 생색내니 도담이는 활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지난 주말에는 도담이 손을 잡고 삼단공원에 올라 나무 심기 행사에 참여했다. 유모차 타기를 거부하고 걸어서 산에 오르겠다는 도담이와 실랑이를 벌이느라 화분을 준비하지 못해 정작 나무는 심지 못했다. 그럼에도 오랜만에 마을 언니 오빠를 만나 놀고 간식을 얻어먹으니 도담이 얼굴에 웃음꽃이 활짝 피었다. 아이들만큼이나 부모들도 공동육아를 하는 마을 동지들을 만나 안부를 주고받고 수다를 떨며 육아 스트레스를 날릴 수 있어 일석이조가 따로 없었다.

퇴근하고 집에 들어올 때마다 도담이에게 “오늘 어린이집에서 어땠어?”라고 물어보면 도담이는 “우와” 하고 소리를 지르며 박수를 친다. “재미있었어?” 거듭 물으니 도담이는 씩씩한 목소리로 “응!” 대답한다. 역시 아이들은 놀면서 자라고 살면서 배운다. 참, 퇴원 뒤 처음 받은 진료 결과는 좋았다. 건강하게 잘 회복하고 있다는 의사 선생님의 말을 듣고 큰 걱정은 일단 덜었다!

글·사진 김성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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