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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뉴스가 너희를 혐오케 하리라

기독교대학 한동대, 페미니즘 강연 주최한 학생 무기정학
한동대 일부 구성원 가짜뉴스 퍼뜨려 성소수자 혐오 조장

제1237호
등록 : 2018-11-13 09:08 수정 : 2018-11-13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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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은 가짜뉴스의 피해자 ㅅ씨와 11월6일 경기도의 한 카페에서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변지민 기자

“무력감이죠, 무력감.”

ㅅ씨는 기독교 사립대학인 한동대의 학생이다. 그에게 지난 1년은 길었다. 지난해 말 페미니즘 강연을 주최했다가 학교로부터 무기정학을 받았다. 당시 일부 한동대 교직원은 ㅅ씨의 ‘폴리아모리’(비독점적 다자 연애) 성향을 교수와 학생들 앞에 ‘아우팅’(본인 동의 없이 밝힘)했다. 한동대 소속으로 추정되는 누군가는 강연 내용과 성소수자 혐오 가짜뉴스를 묶어 유튜브에 퍼뜨렸다. 최근에는 피해자인 ㅅ씨의 실명을 거론하며 “동성애와 다자 성애를 부추기고 옹호하며 음란을 조장하여 퍼뜨리는” 사람으로 낙인찍는 메시지가 전국 교인들의 카카오톡방에 광범위하게 돌았다.

그는 11월6일 <한겨레21>과 만나, 자신과 관련된 가짜뉴스가 교회 네트워크를 중심으로 확산되는 것을 보며 무력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웬만한 언론보다 파급력이 큰데 누가 시작했는지 어디에 퍼져 있는지 확인하기 어려워요. 점조직 같다고 해야 하나. 가해자를 특정해 처벌하기도 어려워요. 확산을 막을 수도 정정할 수도 없어요. 이건 답이 없어요.”

하나님 이름으로 시작된 배제

혐오와 배제, 가짜뉴스는 ‘하나님’과 ‘교회’의 이름으로 시작됐다.

2017년 12월8일 저녁. 한동대 학생모임 ‘들꽃’은 페미니즘 강연을 열었다. 강연자는 임옥희 여성문화이론연구소 이사장과 홍승은·홍승희 작가였고, 제목은 ‘흡혈사회에서 환대로-성노동과 페미니즘 그리고 환대’였다. 성노동자를 혐오하는 시선을 돌아보고, ‘모든 노동이 상품으로 거래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유독 성을 판매하는 노동자가 경멸받는 이유는 뭘까’라고 의문을 제기하는 내용이었다.


강연 당일 오전, 들꽃 소속 학생들은 학교 본부에 불려갔다. 강연을 취소하라고 했다. 학교 쪽은 ‘기말시험 일주일 전부터 집회를 허가하지 않는다’는 규정을 꺼내들었다. 학생들은 “사문화된 규정을 들꽃에만 적용하는 것은 부당하며 강연 허가를 이미 받았다”며 반발했고, 강연을 강행했다.

2018년 2월28일. 강연을 주최했던 학생 중 한 명인 ㅅ씨(27)는 학교로부터 무기정학 처분을 받았다. 한동대는 ㅅ씨가 집회 규정을 어겼고 교직원에 대한 언행이 불손했으며, 학교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징계 사유를 밝혔다. 하지만 이는 표면적인 이유였다.

진짜 징계 사유는 교수들의 입맛에 맞지 않는 페미니즘 강연을 주최한 것이다. 한동대 교목실장 최정훈 목사는 지난 2월 교지 <한동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징계와 관련해 “한동대 교육 이념에 틀린 강의를 여는 사람이 와서 반대가 옳다고 하는데 우리가 어떻게 가만히 있느냐, 이것이 핵심”이라고 밝혔다. 학생지원팀은 ‘기독교대학으로서의 한동대학교 설립 정신과 교육철학에 입각한 하나님의 인재 양성을 위한 학칙에 위배되는 점’을 들어 ㅅ씨에게 진술서 제출을 요청했다.

현재 ‘한동대학생 부당징계 철회 공동대책위원회’(이하 공대위)는 한동대의 무기정학 처분이 부당하고 인권침해라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한 상태다. 공대위는 포항여성회, 경북노동인권센터, 민주노총 포항지부, 정의당 경북도당, 포항 녹색당 등 78개 단체로 구성됐다.

강연 취지 왜곡하고 가짜뉴스로 여론전

유튜브와 카카오톡 채팅방 등을 통해 ㅅ씨와 학생모임 들꽃의 페미니즘 강연에 대한 가짜뉴스와 악의적 메시지가 퍼지는 모습. 카카오톡 채팅방 갈무리

들꽃의 페미니즘 강연 열흘 뒤인 2017년 12월18일. 유튜브에 한 영상이 올라왔다. 작성자가 ‘Christ man’인 이 영상의 제목은 “[경악]한동대의 동성애 성매매 세미나”였다. 강연의 일부를 악의적으로 편집한 뒤 여기에 긴장감 있는 배경음악을 깔고 자막을 달았다. “페미니즘은 탈을 쓴 동성애입니다. (중략) 동성애가 교회를 무너뜨리고 하나님의 질서를 무너뜨리려 합니다.”

영상에서 페미니즘 강연은 ‘동성애 강연’으로 둔갑했다. 전체 강연의 극히 일부로 언급된 ‘동성애’라는 단어를 부각했다. 본래 주제였던 페미니즘이나 성노동이 아니라 뜬금없이 동성애를 앞세운 건 낙인찍기 유리해서다.

앞서 <한겨레21>과 <한겨레>가 함께 탐사보도했던 ‘가짜뉴스의 뿌리를 찾아서’에 따르면 개신교계 가짜뉴스 생산집단의 주요 표적이 ‘동성애’였다. 모든 성소수자는 동성애자로 통칭됐다. 동성애자는 성적으로 문란하며 에이즈의 주범이고 이를 가만히 놔두면 아동 성애와 수간(동물 강간)까지 합법화되고 교회가 무너진다는 서사였다. 반박하기조차 민망한 가짜뉴스지만 상당히 효과적으로 먹혀들고 있는 이야기다.

들꽃의 강연을 왜곡한 영상에는 <한겨레21>과 <한겨레>가 대표적인 가짜뉴스로 꼽은 차별금지법 관련 허위 사실들이 덧붙었다. 차별금지법이 제정될 경우, 동성 간 성행위를 안 가르치면 차별이라 교사들이 입, 항문 등으로 하는 성관계 방법을 학교에서 가르쳐야 한다는 내용 등이다.

“차별금지법이 통과되면 지금의 우리 조카들, 또 미래의 우리 자녀들은 학교에서 동성 간의 성관계 방법을 배우고, 타고난 성별이 없고 남녀 중 성별은 자신이 선택하는 것이라고 교육받지만 한마디도 못하고 듣고만 있어야 합니다. 그런 세상에서 살고 싶으십니까?”

이 가짜뉴스 영상은 한동대 학생 또는 교직원이 만든 것으로 추정된다. 영상에서 한동대를 ‘우리 학교’라 표현하고 있다. 조회 수는 1만9천 회를 기록했다. 이 가짜뉴스는 유튜브 곳곳에 널리 퍼졌다. 영상을 링크해 블로그로 퍼나른 곳도 눈에 띈다. <한겨레21>과 <한겨레>가 대표적인 가짜뉴스 공장으로 지목한 ‘지엠더블유(GMW)연합’의 블로그 등이다.

공대위 상임대표인 권영국 경북노동인권센터장은 “중세시대 마녀사냥을 보는 듯하다. 동성애라는 마녀를 만들어놓고 내부를 단속하는 방식이다. 마치 자신들이 성전의 최전선에 서서 싸우는 것처럼 개인을 상대로 모든 화력을 쏟아붓고 있다”고 말했다.

아우팅과 카카오톡방 확산

ㅅ씨 개인에 대한 공격을 처음 시작한 것은 한동대 교직원들이다. 최정훈 교목실장은 강의·채플 시간에 ㅅ씨의 실명을 공개하고 “곰팡이, 암세포” 등으로 비유하며 성적 지향을 문제 삼았다. 조원철 콘텐츠융합디자인학부 교수(학생처장)는 교직원 전체에게 ㅅ씨를 비방하고 아우팅하는 전자우편을 발송했다. 제양규 기계제어공학부 교수는 교내 인트라넷에 ㅅ씨와 관련된 글을 올렸다. ㅅ씨는 한동대와 이들 세 명이 명예훼손을 했다며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했다.

그런데 10월27일부터 이상한 글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돌기 시작했다. ‘한동대학의 긴급기도’라는 제목의 글은 ‘동성애 강연을 연 학생이 교수에게 소송을 제기했고 11월8일 첫 재판이 시작되니 기도를 해달라’는 내용이었다. ㅅ씨의 실명과 그의 성적 지향이 포함됐으며 이를 “음란”하다고 표현했다. 글은 전국 교인들의 카카오톡 채팅방과 페이스북, 블로그와 카페를 통해 빠르게 퍼졌다. <한겨레21>이 확인한 것만도 10여 개의 채팅방과 카페에 퍼져 있었다.

권영국 센터장은 “상세한 내용을 알고 있는 것으로 보아 한동대 내부인이 작성한 것 같다. 정보통신망법에 따라 ‘비방 목적으로 명예를 훼손한 자’로 형사 고소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겨레21>이 확보한 초기 버전의 메시지에는 “제 남편이 한동대학 기계과에 있거든요”라는 글이 포함돼 있다.

ㅅ씨는 교회 카톡방의 ‘조리돌림’으로 심각한 정신적 피해를 보았다. “친척들이 교인인데 SNS 글을 보고 연락해왔어요. 언론에 기사가 나왔을 때도 연락이 없었는데…. 아무리 친척이라도 (성적 지향을) 밝히기 싫을 수 있는데 강제적으로 드러났고, 어떤 비난들이 오갈지 상상이 되니까 …제일 힘든 것 같아요. 카톡방의 글은 현행법으로 막을 방법도 마땅치 않아요. 그나마 최소한의 보호가 될 수 있는 차별금지법의 필요성을 실감하게 됐죠.”

“차별금지법 필요하다”

ㅅ씨는 무기정학을 받고 가짜뉴스에 시달리며 공황장애를 겪었다. 한동대가 있던 경북 포항에서 다른 지역으로 이사한 뒤 건강을 되찾았고, 현재 생계비를 벌고 학자금 대출이자를 갚기 위해 비정규직 일을 하고 있다. 그는 삶의 계획이 많이 바뀌었다.

“이른바 ‘정상적’이란 삶에서 이탈하게 됐죠. 당장 뭘 먹고 살아야 하지? 한국 사회에서 대학 졸업장의 지위를 실감하게 됐어요. 내가 택할 수 있는 직업이 줄었죠. 하지만 역설적으로 다양한 삶과 사람을 만나면서 시야가 넓어지고 상상력이 훨씬 더 커졌어요. 학교와 교수와 부딪쳤던 걸 후회하진 않아요.”

변지민 기자 dr@hani.co.kr

김완 <한겨레> 기자 funnybo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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