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8년 2월12일, 베트남 꽝남성 디엔반현 퐁니·퐁넛 마을. “79명의 베트남 여성과 어린이들이 칼에 찔리거나 총에 맞아 죽음. 한국 해병 1명 부상.” 2000년 이 특종 발굴한 주월미군사령부 감찰보고서가 기록한 내용이다.
지금까지 미군 문서나 참전 군인의 증언 등 베트남 전쟁 중 발생한 한국군에 의한 민간인 학살 관련 증거는 많이 발굴됐다. 무엇보다 생존자들이 이를 증언한다. 매년 정부 주도의 추도제가 열리고, 같은 날 제사를 지내는 피해 마을이 존재한다. 마을의 학살 생존자들은 선연한 총칼 자국을 몸에 지니고 있다. 그러나 쏜 자는 기억하지 않는다. 보려 하지 않는다. 대한민국 정부는 공식 조사에 착수한 적이 없다. 김대중·노무현 정부에서 두 차례 이뤄진 사과는 문재인 정부로 계승되지 못했다.
학살기록물 전시·평화 북콘서트2018년은 퐁니·퐁넛 마을 학살 50주기가 되는 해다. 한국 정부는 외면하고 있지만 한국군에 의한 베트남 민간인 학살을 기억하고 추모하는 민간의 움직임은 점점 외연을 넓혀가고 있다. 이 가운데 올해 설립 1주년이 되는 베트남 평화운동 단체 한베평화재단의 움직임이 두드러진다. 한베평화재단은 9월19일 오후 2시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베트남과 함께 여는 평화 만만만 캠페인 선포식’을 연다. 이 캠페인은 1만 일 동안 벌어진 베트남 전쟁에서 한국군에게 희생된 베트남 민간인 1만 명(현재까지 집계 추산하면 9천여 명)을 한국 시민 1만 인의 연대로 기억하자는 의미를 담았다. 한국 시민사회를 대상으로 한 캠페인 모금을 통해 학살 피해자 추도식에 보낼 조화와 제사지원금을 마련하고 피해 마을의 숙원사업을 해결하려 한다.
캠페인의 일환으로 베트남의 피해를 정면으로 응시하는 행사도 준비돼 있다. 고경태 기자(현 한겨레신문사 출판국장)가 18년 동안 좇아온 베트남전 한국군 민간인 학살 기록을 전시하는 ‘한마을 이야기-퐁니·퐁넛’전이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 1층 산다미아노 카페에서 9월18일부터 1주일간 열린다. 전시는 서울을 시작으로 부산, 충북 청주, 대구, 제주, 광주, 경기 수원 등 7개 도시에서 이어진다. 9월19일 저녁 7시에는 한베평화재단 이사장 강우일 주교(천주교 제주교구장)가 쓴 책 를 중심으로 평화를 이야기하는 북콘서트도 열린다. 강우일 주교는 평화를 키워드로 제주, 경남 밀양, 경기 안산, 베트남 하미·퐁니·퐁넛 마을의 사연을 풀어낼 예정이다.
상처 받은 마을에 위령비를캠페인에 참가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다. 한베평화재단은 베트남 마을로 보낼 ‘평화돼지’를 분양한다. '평화돼지'에서 평화돼지를 신청하면 평화돼지 저금통과 포스터가 주소지로 배송된다. 가득 채운 저금통은 한베평화재단에 택배로 보내거나, 은행에 가져가 후원계좌로 송금할 수 있다. 구수정 한베평화재단 상임이사는 “평화돼지가 날개를 달면 50년 전 한국군이 거쳐가 상처 받은 베트남 마을에 위령비가 세워지고 마을 아이들에게 장학금이 전달된다. 마을 아이들이 타고 다닐 자전거와 한국 시민들의 진심을 담아 50주기 위령제에 보낼 조화도 구입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외에 11월2~8일 떠나는 베트남 평화기행, 내년 4월에 열리는 시민법정 준비위원회 참여 등 베트남과 손잡는 방법은 많다. 한베평화재단의 정기 후원자가 되거나 후원금을 보낼 수도 있다.
박수진 기자 jin21@hani.co.kr
*후원계좌 국민은행 878901-00-009326 (한베평화재단)
전화신청▶ 02-2013-1300 (월납 가능)
인터넷신청▶ http://bit.ly/1HZ0DmD
카톡 선물하기▶ http://bit.ly/1UELp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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