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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꼭 봐야 할 ‘검찰의 흑역사’

참여연대, 박근혜 정부 4년 종합하는 검찰보고서 발간…

정권 눈치 봐온 문제적 수사 82개 등 총정리
등록 2017-03-30 00:02 수정 2020-05-03 04:28
김수남 검찰총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이 소환조사를 받은 3월21일 낮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구내식당에서 점식 식사를 하기 위해 이동하던 중 창밖을 내려다보고 있다. 한겨레 신소영 기자

김수남 검찰총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이 소환조사를 받은 3월21일 낮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구내식당에서 점식 식사를 하기 위해 이동하던 중 창밖을 내려다보고 있다. 한겨레 신소영 기자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가 박근혜정부 4년 검찰보고서 종합판인 (보고서)을 공개한다. 참여연대는 이명박 정부 때인 2008년부터 매년 검찰 활동을 분석해 검찰권 오·남용 문제 등을 지적해왔다. 3월10일 헌법재판소가 탄핵소추를 인용하면서 이번 보고서는 박근혜 정부의 마지막이자 지난 4년을 종합하는 결과물이 됐다.

이 이를 먼저 입수해 살펴봤다. 보고서를 보면, 검찰의 위기는 검찰이 자초한 것이었다.

박근혜 정부 마지막 검찰보고서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의 도박 사건이 발단이었다. 검찰은 정 대표를 2015년 10월21일 마카오 등에서 100억원대 도박을 한 혐의(상습도박)으로 구속 기소했다. 정 대표 사건 변호에 전관들이 끼어들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구치소에 있던 정 대표가 2016년 4월 자신의 변호를 맡은 부장판사 출신 최유정 변호사에게 20억원의 착수금을 돌려달라는 과정에서 다툼이 벌어진 것이다.

최 변호사 쪽은 정 대표를 폭행 혐의로 고소했고, 그 과정에서 최 변호사가 거액의 수임료를 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또 대검 기획조정부장 출신 홍만표 변호사가 정 대표의 구속과 추가 수사를 막아준다는 명목으로 3억원을 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홍 변호사가 정 대표의 사건과 무관하게 62개 사건을 몰래 변론한 사실도 밝혀졌다. 당시 현직에 있는 김수천 부장판사가 재판 청탁을 들어주는 명목으로 정 대표에게 1억8천여만원의 금품을 받았다는 의혹도 드러났다. 결국 1심에서 최 변호사는 징역 6년에 추징금 45억원, 홍 변호사는 징역 3년에 추징금 5억원, 김 전 판사는 징역 7년에 벌금 2억원을 선고받았다.

‘전관’ 문제는 곧바로 ‘현관’의 문제로 이어졌다. 진경준 검사장 사건이 대표적이다. 당시 법무부 출입국 외국인 정책본부 본부장이던 진 검사장은 2016년 3월25일 공직자 재산 공개에서 156억5609만원을 신고했다. 재산의 대부분인 126억원은 한 해 전 처분한 게임업체 넥슨 주식 매각 대금이었다. 주식 비율이 전체 재산의 80%가 넘는 이상한 구조였다.

가 진 전 검사장의 재산 형성에 여러 의구심이 있다는 내용을 보도한 뒤 각종 의혹이 제기되자 검찰은 뒤늦게 조사에 나섰다. 결국 진 전 검사장이 2005년 자신의 대학 동기이자 넥슨 창업자인 김정주 NXC 대표이사에게 4억2500만원을 받아 비상장 넥슨 주식을 산 사실이 드러났다. 수사 과정에서 진 전 검사장이 한진해운에 자신의 처남 회사에 일감을 몰아주게 한 일도 드러났다.

1심에서 법원은 진 전 검사장이 김정주 대표이사에게 받은 주식대금은 뇌물이 아니라고 판단했지만, 한진해운이 처남 회사에 일감을 주도록 한 것은 뇌물로 인정해 징역 4년을 선고했다. 현직 검사장이 구속된 것은 진 전 검사장이 최초였다. 이후 김형준 부장검사가 수사받고 있던 사업가 친구에게 5800여만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10월17일 구속 기소됐다. 김 전 부장검사는 1심에서 징역 2년6개월에 벌금 5천만원을 선고받았다.

공생 관계 그리고 잇따른 몰락
넥슨에서 비상장 주식 매입 대금을 받은 뒤 100억원대 차익을 얻은 것으로 드러난 진경준 전 검사장이 2016년 7월14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돼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한겨레 김정효 기자

넥슨에서 비상장 주식 매입 대금을 받은 뒤 100억원대 차익을 얻은 것으로 드러난 진경준 전 검사장이 2016년 7월14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돼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한겨레 김정효 기자

검찰 몰락의 뒤를 따른 것은 박근혜 정부였다. 2016년 7월 TV조선이 미르·K스포츠 재단 의혹을 보도했다. 같은 해 9월에는 가 두 재단의 배후에 최순실씨가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고, 10월에는 JTBC가 ‘최순실씨가 사용한 태블릿PC에 당시 박근혜 대통령의 연설문이 그대로 담겨 있었다’는 내용을 보도했다. 이 과정을 거치면서 서슬 퍼렇던 박근혜 정부는 급격히 무너졌다.

앞서 검찰은 고비마다 박근혜 정부를 지켜왔다. 2014년 말 ‘정윤회 비선 실세 의혹’ 수사가 대표적이다. 당시 제대로 수사했다면 최순실씨의 실체는 훨씬 더 빨리 드러났을 것이다. 하지만 검찰의 수사 방향은 전혀 달랐다. 의혹의 근거가 된 청와대 문건 유출 수사에만 열중했다. 결국 사건은 덮혔다.

2016년 한 해만 돌아봐도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초기 수사, 전국경제인연합회에서 자금 지원을 받고 관제시위를 한 대한민국어버이연합 수사, 세월호 참사 때 이정현 대통령비서실 홍보수석의 KBS 보도 통제 의혹 수사, 경찰의 고 백남기 농민 물포 직사 의혹 수사 등 청와대와 정부를 겨냥한 수사는 무디기만 했다.

반면 이석수 특별감찰관이 기자와 우병우 당시 대통령비서실 민정수석 감찰 관련 대화를 나눈 사실이 MBC에 보도되자, 검찰은 이 감찰관 수사에 나섰다. 청와대가 이 감찰관의 통화를 “국기 문란”이라고 말한 뒤에 이뤄진 일이었다.

검찰은 박근혜 정부를 끝까지 보호하진 못했다. 정권 옹호 수사만 해왔다는 비판에 이어 비리 의혹까지 터진 상황에서 대통령 수사를 검찰에 맡길 명분이 없었다. 결국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출범했고 그 뒤 각종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면서 박근혜 정부는 문을 닫았다. 검찰에 이어 박근혜 정부로 이어진 몰락의 순서는 둘의 공생 관계를 상징적으로 보여준 하나의 흐름이었다.

참여연대는 보고서에서 정권의 눈치를 봐온 문제적 수사를 20개로 정리했다.

‘전관 비리 및 현직 판검사 비리 봐주기 수사’로는 △정운호 원정도박 사건 검찰 무혐의 처리 의혹 수사 △홍만표 전 검사장, 정운호 원정도박 사건 무마 검찰 로비 등 전관 비리 의혹 수사 △진경준 100억원대 주식 뇌물수수 의혹 수사 △김형준 부장검사 스폰서 의혹 수사 등 4건이 꼽혔다.

‘정권의 탈법과 불법행위 봐주기 수사’로는 △서별관 회의를 통한 대우조선해양 42조원대 자금 지원 특혜 의혹 수사 △청와대 관제시위 및 어버이연합 불법 자금 지원 의혹 수사 △경찰 백남기 농민 물포 직사 의혹 수사가 선정됐다.

‘정권 및 여당 실세 봐주기 수사’는 △우병우 민정수석 강남 땅 매매 특혜, 경기도 화성 땅 차명 소유, 아들 병역 특혜 등 의혹 수사 △윤상현·최경환 자유한국당(전 새누리당), 현기환 전 대통령비서실 정무수석 총선 공천 개입 의혹 수사 △세월호 참사 당시 이정현 홍보수석 보도통제 의혹 수사 △김진태 자유한국당 의원 선거법 위반 수사 △최경환 중소기업진흥공단 채용 비리 혐의 수사였다.

‘정부 비판 세력 입막음 수사’로 분류된 것은 △‘2016 총선넷’ 유권자 운동 수사 △청년유니온 최경환 의원 공천반대 1인시위 수사 △용산대책위 김석기 낙선운동 수사 △ 편집기자 선거법 위반 혐의 수사였다.

‘여론 호도형 수사’로는 △이석수 특별감찰관 감찰 정보 유출 수사 △롯데 500억원대 비자금 및 270억원 소송 사기 의혹 수사가 꼽혔다. ‘재벌 및 대기업 봐주기 수사’로는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 불법행위 수사가 선정됐고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봐주기 수사도 문제 있는 수사로 분류됐다.

“공수처 신설과 검사장 직선제 도입해야”

이처럼 청와대만 바라보는 수사가 이뤄지는 배경에는 김기춘·우병우 등 검찰 출신 인사를 청와대 주요 보직에 임명하고 사정기관을 총괄하는 민정수석실에 검사를 파견받는 인적 유착이 자리잡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은 당선 전 ‘검사의 법무부와 외부 기관 파견 제한’을 공약했다. 실제로 검찰청법 제44조 2를 보면 “검사는 대통령비서실에 파견되거나 대통령비서실 직위를 겸임할 수 없다”고 돼 있다.

하지만 검찰에 사직서를 내고 청와대에서 일한 뒤 다시 검찰이 신규 임용되는 편법은 여전했다. 참여연대 분석 결과, 박근혜 정부 4년 동안 검찰 18명이 사직서를 내고 청와대에서 근무했으며 그중 15명이 신규 임용 형식으로 검찰에 복귀했다. 2명은 검찰로 복귀하지 않았고 1명은 아직 청와대에 남아 있다. 검사가 청와대에서 일하며 힘을 얻은 뒤 친정으로 돌아가 청와대의 뒷배가 되어주는 악순환이 거듭되는 것이다.

서보학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자료집에서 “박근혜 정부는 역대 어느 정권보다 검찰 의존도가 심했다. 검찰 개혁은커녕 검찰의 과잉권력을 보장하면서 검찰 출신 인사들을 국무총리 등 요직에 중용했다. 반면 검찰은 수사권·기소권으로 반대·비판 세력을 억누르면서 대통령의 권력을 철벽 방어하고 권위주의 통치 체제의 확립에 일조하였다”고 평가했다.

참여연대는 박근혜 정부 4년 동안 검찰이 스스로 개혁의 필요성을 입증했다고 밝히며 몇 가지 개혁 방안을 제시했다. 검찰 외의 권력형 비리를 수사하고 기소하는 기구인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신설이다. 참여연대는 보고서에서 “공수처는 대통령을 비롯한 집권 세력으로부터 독립성을 확보하지 못한 검찰에게 믿고 맡길 수 없는 권력형 범죄에 대한 수사와 기소를 적절히 담당할 수 있는 조직”이라고 밝혔다.

수사와 기소를 담당하는 각 지방검찰청장을 주민들이 뽑는 검사장 직선제도 제안했다. 참여연대는 “검찰이 청와대와 대통령을 쳐다보고 의중을 고려하는 이유는 검찰조직의 인사권을 대통령이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구조적으로 청와대에 검찰이 종속될 수밖에 없는 시스템을 바꾸어야 한다”고 검사장 직선제 도입의 정당성을 설명한다.

이 밖에도 보고서에는 2013년 2월부터 2017년 3월까지 이뤄진 문제적 수사 82건의 주요 내용과 책임자, 사건 처리 결과를 담았으며 2016년 3월부터 2017년 1월까지 검찰의 핵심 직책 인사와 검사장급 이상 검찰 및 법무부 지휘부 명단 등을 담았다.

4월3일 서울시청에서 북콘서트 열어

참여연대는 박근혜 정부 4년을 종합한 검찰보고서 발간을 계기로 검찰의 문제점과 개혁 방안 등에 대한 이야기를 시민과 함께 나누는 북콘서트를 열 계획이다. 북콘서트는 참여연대와 의 공동주최로 4월3일 저녁 7시 서울시민청 바스락홀에서 열린다. 토론자로는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김경진 국민의당 의원, 하태훈 참여연대 대표 등이 참2가한다. 보고서도 같은 날 공개된다.

정환봉 기자 bon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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