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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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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한마디로 상처 입힌다

‘노인노동자’이자 ‘기록자’인 백강씨가 직접 뛰어든 지하철 노인택배 한 달
등록 2016-06-02 16:26 수정 2020-05-03 04:28
<font color="#006699">한국의 노인빈곤율은 49.6%,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가장 수치가 높다. 65살 이상 노인 절반이 빈곤 상태에 놓였다는 뜻이다. 백강(필명·71)씨는 빈민·노인복지 현장에서 일하다 은퇴한 뒤, ‘노인노동자’이자 ‘노인노동 기록자’로 살고 있다.
그는 한겨레교육문화센터의 르포 글쓰기 강좌를 들으며 노인노동을 직접 체험하여 글로 옮기기로 결심했다. 2010년 기자들이 식당·마트·난로공장·가구공장 등 불안정 노동 현장을 직접 체험해 쓴 책 에서 영감을 얻었다.
지하철택배 노인들은 ‘시급 2천원 인생’을 산다. 하루 종일 일해도 손에 쥐는 돈은 2만원이 채 안 된다. 그는 한 달의 노동을 매일 일기 형태로 적었고, 200자 원고지 230여 장에 이르는 원문을 에 보내왔다. 이를 축약하여 백씨가 뛰어든 ‘노인 지하철택배 한 달의 기록’을 2회에 걸쳐 싣는다. _편집자</font>



2천원  인생


<font size="4"><font color="#00847C">(상) 노인과 샌드위치</font>
</font>


일러스트레이션/ 김대중

일러스트레이션/ 김대중

3월4일(금) 1일째

“거기 앉아 계세요. 제가 지금 바빠서요. 커피 드세요.”

엘리베이터도 없는 낡은 건물 5층, 5평쯤 되는 곳에 사장 혼자 있다. 처음 만난 노인택배 업체 사장은 연신 전화를 받으면서 잠깐 시간이 나면 말을 한다.

“월요일과 금요일이 제일 바빠요. 일요일이 쉬는 날이라 월요일에 밀려서 많고요, 금요일은 일요일에 보낼 물건을 보내려고 바쁩니다.”

사장의 책상에 커다란 지하철 지도, 그 위에 택배원 이름이 적힌 ‘자석 말판’이 있다. 지하철 지도에 말판을 얹어 택배원의 동선을 파악한다. 사장은 ‘계약서’와 ‘지켜야 할 사항’이 적힌 종이를 주며 업무 설명을 시작했다.

출근은 오전 9시까지다. 출근지는 집에서 가장 가까운 지하철 환승역이다. 사무실에서 일이 없다고 할 때까지 배송하고, 퇴근할 때 전화로 ‘퇴근 보고’를 한다. 노인택배는 지하철 요금이 무료인 점을 이용해서 당일 2~4시간 안에 배송한다. 퀵서비스·지하철택배도 당일 배송이 되지만 노인택배 비용이 더 싸다.

<font size="4"><font color="#008ABD">이익배분은 사장 30%-노인 70% </font></font>

계약서는 근로계약이 아닌 ‘대리점계약’이라고 한다. 사장이 ‘갑’, 택배노인은 ‘을’이다. 이익배당은 갑 30%, 을 70%. 입금은 일주일에 두 번, 월요일과 목요일에 한다. 을의 의무는 ‘성실한 배송 업무와 출근’이다. 책임은 아주 많다. 본인이나 타인의 신체에 피해를 입혔을 때, 갑에게 피해를 주었을 때, 배송품의 파손·분실에 대한 민형사상 책임 등이다. 권리는 배송 물품의 가격이나 종류가 부당하다고 판단될 경우 배송을 거절할 수 있다는 정도다. 물건 무게와 부피는 정해진 게 없다. 과다하면 회사에 보고하란다. 이런 관계를 특수고용이라고 말한다.

사장이 “금요일이라 엄청 바쁜데 택배를 보낼 사람이 없다”고 한다. 첫날이지만 용기를 냈다. “사장님! 사람이 없으면 제가 할까요?” 말하기를 기다렸는지 그러라고 한다. 신분당선 ‘양재시민의 숲’역에서 9호선 삼성중앙역까지 가는 배달이다. 전화를 걸었다.

“위치를 말해주세요. 찾아가게요.”

“골목이 복잡해서 전화를 하면서 와야 해요.”

전화를 오래 하면 전화요금이 많이 나온다. 모두 ‘을’의 부담이다. 간판도 없는 꽃집이다. 아줌마 몇 명이 꽃을 다듬고 있다. 꽃바구니와 택배비를 받았다. 퇴근시간이라 지하철엔 사람이 많다. 꽃바구니를 머리 위에 올려놓았다. 목적지에 꽃바구니를 전달했다. 여자의 얼굴에 기쁨이 가득하다. 첫 배송은 힘들었지만 보람차게 마무리했다. 집에 오니 밤 9시다.

8천원(4시간 근무)-2400원(회사 수수료 30%)
=하루 수입 5600원(시간당 1400원)

3월5일(토) 2일째

집 가까운 환승역으로 출근했다. 오전 9시30분. 전화가 온다. 오목교에서 마장으로 간다. 고객한테 전화하니 ○○백화점 극장 앞으로 오라고 했다. “곧 내려온다”더니 10분이 지나도 안 온다. 문자를 다시 보내고 5분을 기다리니 젊은 아줌마가 열쇠를 배달하라고 준다. “늦어서 죄송하다”라든가 “많이 기다리셨죠”라는 말은 없다. 다음은 한티역에서 물건을 받아 오산역으로 간다. 토요일이라 전철엔 사람이 많지 않다. 배송 중엔 식당에 들어가서 먹을 시간도, 식당 갈 시간도 없다. 가져온 샌드위치를 먹는다.

2만2천원(7시간 근무)-6600원(회사 수수료)
=수입 1만5400원(시간당 2200원)

3월7일(월) 3일째- 미세먼지 나쁨

출근하려는데 딸이 미세먼지가 많다고 마스크를 하고 나가란다. 택배를 한다고 했을 때 집사람이 많이 걱정했다. 사위는 “진짜 하시다니 대단한 용기”라고 했다.

“오목교역에서 1번 출구로 나와 학원 건물 2층으로 오세요.”

전화로 물어 배송지를 찾아갔더니 치과다. 7천원을 받고 영수증과 스티커를 1개 주었다. 고객이 스티커 49개를 모으면 현금으로 2만원을 되돌려준다. 간호사들이 스티커를 모은다. 다음은 구로디지털단지로 간다. 아무리 걸어도 ○○물산이 보이지 않는다.

“가던 방향으로 조금 더 가세요.” 더 걸어가니 대림역이 나온다. 전화를 했다. “너무 가셨어요. 돌아오면 ○○물산 간판이 크게 보일 거예요.”

왜 안 보였나 했더니 가는 방향에는 영어로 작게 쓰여 있고, 오는 방향에선 커다란 한글 간판이 보였다. 개미가 코끼리를 보듯 자기 위치에서 보이는 대로만 말한다. 택배 사장에게 “약속이 있어서 일찍 퇴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당역에서 대기하란다. 의자에 앉아 대기하는데 졸음이 왔다. 잠이 들었을 때 사장한테 전화가 왔다. “들어가세요. 오늘 되게 장사 안 되네.”

1만4천원(9시간 근무)-4200원(회사 수수료)
=수입 9800원(시간당 1090원)

3월8일(화) 4일째- 미세먼지 나쁨

이태원에서 금천구청역으로 가는 택배다. 이태원은 20여 년 만에 간다. 옛날과 많이 달라졌다. 골목여행을 하는 기분이 든다. ‘나는 아무 버스나 타고 가다가 내립니다. 그러면 별천지가 펼쳐져요.’( 2016년 3월12일 ‘졸리앙의 서울일기’ 가운데) 프랑스에서 온 철학자처럼 서울의 별천지를 보기 위해 정처 없는 여행을 하는 사람도 있고, 생존을 위해 지하철을 타고 돌아다니는 사람도 있다. 이왕 하는 일에 의미를 부여하자. 의미, 흥미, 재미는 따라다닌다. 다음은 대흥역에서 경기도 성남이다. 배송비는 1만2천원, 버스비는 별도다. 남한산성입구역 3번 출구로 나와 3번 버스를 타라고 했다. 출구 앞에 3번 버스가 보이지 않는다. 전화를 했다.

<font size="4"><font color="#008ABD">버스비를 안 준다</font></font>
일러스트레이션/ 김대중

일러스트레이션/ 김대중

“아니 왜 없어요. 그리고 왜 그렇게 늦어요. 알아서 찾아오세요.”

목소리가 날카롭다. 자기 할 말만 하고 끊는다. 횡단보도를 건너가니 3번 버스가 있다. 잘못 알려주고 짜증내는 여자의 목소리에 힘이 빠진다. 여자는 없고, 직원이 택배비 1만2천원을 준다. 버스비를 달라고 하니, 자기는 모른단다. 전화는 매몰차게, 버스비는 안 주고, 시간은 늦었고, 밤은 깊어간다.

지하에 식당이 있단다. 식대는 4500원. 식당에서 밥을 먹는 사람은 나 혼자다. 식당을 나와 버스를 기다린다. 어둠이 내리는 정류장에 홀로 선 노인이다. 버스를 기다리며 오늘을 돌아본다. 노동 속에 삶은 없다. 생존이 있을 뿐이다. ‘노동의 순간에는 삶이 없고, 삶의 순간을 즐기기엔 몸과 마음이 힘들다. 임금노동은 개성이나 성격이 자취를 감춘다.’((노명우) 가운데)

2만6천원(12시간 근무)-7800원(회사 수수료)
=수입 1만8200원(시간당 1520원)
※추가 지출: 8250원=버스비 3750원+저녁 식사비 4500원

3월9일(수) 5일째

인천 간석오거리에서 물건을 받아 알려준 번호로 전화를 하란다. “빨리 가라”고 하는데, 점심도 못 먹었다. 샌드위치를 먹는다. 택배노인들에게 이런 식사가 흔하다. 택배사무실에서 전화가 왔다. 오늘 다닌 행선지를 사장에게 말하니 2만7천원을 받으란다. 도착지인 마천역에서 경차에 탄 젊은 남자가 나를 보며 차에 타라고 한다. 물건을 줬다.

“왜 2만7천원이에요?” 젊은 남자가 따졌다. 사무실로 전화해서 사장을 바꿔줬다. 두 사람이 실랑이를 하더니 2만5천원에 합의를 봤다.

“아저씨! 내가 생각해서 더 줄려고 했는데 왜 사무실에 말했어요. 참 고지식한 분이다. 내가 돈을 드릴 테니 회사에 연락하지 말고 배송하시겠어요? 그러면 회사에 ‘똥’(수수료)도 안 떼고 좋잖아요.”

그런 일은 하기 싫다. 마약이나 불법적인 물건을 본의 아니게 배송하는 것이 두렵다. 오는 동안 책이 읽히질 않는다.

3만3천원(11시간 근무)-9900원(회사 수수료)
=수입 2만3100원(시간당 2100원)

3월10일(목) 6일째

택배 업무를 한 지 일주일째다. 사장은 일이 없어도 일찍 나오란다. 오늘 택배 목적지는 은행 건물 대여금고다. 대여금고는 처음 와본다. 규모가 크다. 택배는 생전 가보지 못할 곳을 구경시켜준다. 두 번째 목적지는 마포역이다. 작은 상자를 가진 남자가 왔다.

“내용물이 뭐예요?”

“거미예요.“

거미가 큰 건지, 혹은 많은 건지 묻고 싶었지만 참았다. 도착지에서 체격 좋은 남자가 물건을 받으러 나왔다.

“거미라면서요? 연구소 하세요?”

“아뇨, 취미로 키워요. 이 거미 비싼 겁니다.”

뱀을 키우는 사람은 TV에서 봤지만 거미를 키우는 건 처음 듣는다. 비싼 거미를 배달해주고, 값싼 김밥을 먹고, 어둠이 깔린 길을 지나 집으로 왔다.

4만2천원(12시간 근무)-1만2600(회사 수수료)
=수입 2만9400원(시간당 2450원)
※추가 지출: 김밥 3천원

3월11일(금) 7일째

오전 9시20분, 대흥역에서 회현역까지. 배송품은 번역기다. 번역기를 휴대전화에 끼우고 “이 물건 얼마입니까?” 하니 휴대전화에서 일본어로 번역돼서 나온다. 신기한 세상이다. 7천원인데 수고비로 1천원을 더 준다. 회현역에서 대기하다 연락을 받았다. 다음은 한성대입구역에서 교대역, 7천원이다. 변호사 사무실로 서류를 배달하고, 건물 층계에 앉아 샌드위치로 점심을 대신한다.

4만2천원(12시간 근무)-1만2600원(회사 수수료)
=수입 2만9400원(시간당 2450원)

3월14일(월) 8일째

중앙시장 그릇가게다. 부피가 크고, 무게도 많이 나가는 물건이다. 노인택배는 최대 5kg까진데, 무게가 10kg이나 된다. 중량 초과다. 운임 1만2천원에 버스비를 1천원만 준다.

“버스비는 왕복입니다.” 그제야 1천원을 더 준다. 가까운 거리를 돌아올 때는 걸으면 버스비가 수입이 된다. 짐이 중량을 초과했는데, 버스비마저 제대로 안 주려고 한다. 첫날 사무실에서 다른 택배원이 전화로 “짐이 무겁다”고 하자, 사장은 “무거워서 못 드냐?”고 위압적으로 말했던 기억이 난다.

오늘은 일찍 들어가야 한다. “사장님 오늘 약속 있다고 했잖아요.” “맨날 무슨 약속입니까? 들어가세요.”

3만6천원(10시간 근무)-1만800원(회사 수수료)
=수입 2만5200원(시간당 2520원)
※추가 지출: 교통비 1250원

3월15일(화) 9일째

서울역 ○번 출구 ○○빌딩 26층이다. “○○○ 부장님”을 세 번 불렀다. 쳐다보지도 않는다.

“몇 번 불렀는데 쳐다보지 않아서 어딘가 했어요.”

“바빠서요.”

일에 몰두하면 그럴 수 있다. 다음은 아파트 관리사무실에 전해주는 서류다. 가는 도중 배송 의뢰인한테 전화가 왔다.

“관리사무소가 문을 닫았으면 기관실에 가져다주세요. 입찰 서류라 오후 6시까지는 들어가야 해요.”

관리사무실을 찾아갔다.

“입찰 서류인가요?”

“네.”

“6시 마감인데요.”

“조금 늦었는데 받아주세요.”

아무 대답이 없다. 서류를 놓고 나왔다.

3만5천원(13시간 근무)-1만500원(회사 수수료)
=수입 2만4500원(시간당 1880원)
※추가 지출: 교통비 3250원

3월16일(수) 10일째

지하철에서 할 수 있는 게 세 가지 있다. 책 읽기, 요가 그리고 명상이다. 장거리를 갈 때는 책을 읽는다. 책을 안 볼 때는 두 눈을 감고 명상이다. 명상은 자기와의 대화이다. 나와 대화한다.

‘스스로 말하는 것을 언(言)이라 하고 다른 사람에게 대답하는 것을 어(語)라고 한다.’( 가운데)

자신과 대화를 먼저 하자. 그리고 타인과 대화하는 것이 도리이다. ‘나는 왜 이런 일을 하는가?’를 스스로에게 묻는다. 간단한 요가를 할 때도 있다. 두 어깨를 최대한 뒤로 젖힌다. 배꼽이 등에 붙는 느낌으로 배에 힘을 준다. 이렇게 하면 긴장이 풀어진다.

수입 4만원(13시간 근무)-1만2천원(회사수수료)
=2만8천원(시간당 2150원)
※추가 수입: 수고비 2천원

3월17일(목) 11일째

물건을 받아서 삼성역 코엑스로 간다. 역삼역에 도착했을 때 택배 사장에게서 전화가 왔다.

“지금 어디 있어요.”

“역삼역 지나고 있습니다.”

“왜 이렇게 늦어요. 3시간이 넘었어요.”

“물건이 안 되어서 기다렸습니다.”

“얼마나 기다렸어요.”

“15분 기다렸습니다.”

“15분 기다려도 시간이 안 맞아요.”

본인 말만 하고 전화를 끊는다. 기분이 안 좋다.

“시간이 많이 걸렸네요. 수고가 많습니다”란 말을 해주면 위로가 될 텐데, 말 한마디로 상처를 입힌다.

2만6천원(11시간 근무)-7800원(회사 수수료)
=수입 1만8200원(시간당 1650원)

3월18일(금) 12일째- 미세먼지 나쁨

지하철을 타러 가는 길에 넘어졌다. 오른 발목이 아프다. 그래도 일하러 나갔다. 서대문에서 물건을 받아 방이동으로 간다.

“학교에서 똑바로 내려오세요.”

“학교 정문에서 바로 보고 직진입니까?”

직진이란 개념이 사람마다 다르다는 것을 이번에 알았다. 학교 정문에서 가던 길로 직진인지, 정문에서 마주 보고 직진인지, 자기 머릿속에만 존재하는 그림을 다른 사람에게 전달하지 못한다. ‘동네 길’을 가르쳐주는 것도 이렇게 복잡하고 어려운데, 철학이나 종교에서 ‘삶의 길’을 알려주는 건 얼마나 어려울까?

합정, 양천구청 등에 배달하고 끝으로 역삼동에 물건을 가져다주고 집에 오니 밤 9시20분이다. 저녁도 먹지 못했다. 야간 배송은 힘들다. 집에 오는 동안 발목이 아프다. 약을 바르고 잤다.

3만1천원(13시간 근무)-9천원(회사 수수료)
=수입 2만2천원(시간당 1690원)
※추가 지출: 점심 식사비 4천원

3월19일(토) 13일째

걸을 때 통증이 온다. 아침밥을 먹고 병원에 갔다. 엑스레이를 찍었더니 뼈는 이상이 없다. 힘줄이 늘어났다고 한다. 압박붕대를 하는 방법도 있지만, 깁스를 하는 게 회복이 빠르다고 한다. 병원비 3만2300원을 냈다. 약국에서 약도 받았다.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아 텔레비전을 보며 하루를 보냈다. 몸이 아프면, 마음에도 병이 드는가보다.

※추가 지출: 병원비 3만2300원+약값 5500원
=3만7800원

3월28일(월) 14일째

병원에선 2주간 쉬라고 했지만, 일주일이 지나자 조금 걸을 만했다. 다시 출근했다. 회기역에서 가산디지털단지역으로 배송을 마치고 회사로 전화하니 대림역에서 대기하란다. 오후 3시20분이다. 오후 5시께 사장이 “집으로 들어가라”고 한다. 1시간40분을 대기했다.

1만5천원(8시간 근무)-4500원(회사 수수료)
=수입 1만500원(시간당 1310원)

3월29일(화) 15일째- 오후에 비

문득, 택배를 하면서도 복장을 깨끗이 하고 다녀야겠다고 생각했다. 나이가 들면 7가지를 업(Up)해야 한다.

1. 크린 업(Clean Up·깨끗이) 2. 드레스 업(Dress Up·용모 단정) 3. 셧 업(Shut Up·말하기보다 듣기) 4. 쇼 업(Show Up·모임 참석) 5. 치어 업(Cheer Up·밝고 유쾌한 분위기) 6. 페이 업(Pay Up·지갑은 열고, 입은 닫고) 7. 기브 업(Give Up·포기할 것은 포기하기)이다. 복지 관련 일을 할 때, 알았던 것인데 다시 새겨본다.

우장산에서 뚝섬으로 가 물건을 받아서 다시 우장산으로 되돌아오는 코스다. 여자가 전화를 받는다.

“몇 시쯤 도착하세요?”

“가는 데 1시간이 걸립니다.”

“4시30분까지 뚝섬에 가지고 가야 한다는 말 들으셨어요?”

사무실에서 그런 말은 듣지 못했다. 사장한테 전화가 왔다.

“그렇게 요령이 없어요? 미리 전화하지 말고 거의 다 가서 전화를 해야죠!”

수입을 늘리려고 고객에게 도착 예정 시간을 정확하게 알려주지 않는다. 원래 사장 또래의 남자들은 대개 말투가 곱지 않다. 그렇게 이해하려고 해도 마음에 상처는 남는다.

2만1천원(10시간 근무)-6300원(회사 수수료)
=수입 1만4700원(시간당 1470원)

3월30일(수) 16일째

‘아침은 어떤 아침이든 즐겁죠. 오늘은 무슨 일이 일어날지 생각하고 기대하는 상상의 여지가 충분히 있거든요.’( 가운데)

아침은 누구에게나 희망이다. 오늘은 어떤 사람을 만날까? 어떤 곳을 갈까? 물건을 맡기는 사람이 문자로 약도를 보내왔는데 감이 안 잡힌다. 한 동물병원에 들어가서 길을 물었다. “저기 성당이 보이죠. 거기서 조금 더 가면 나옵니다.” 한 여성이 바깥에까지 나와서 길을 가르쳐준다. 동물병원에 사랑이 넘친다.

<font size="4"><font color="#008ABD">신참과 고참의 차이 </font></font>

다음은 영등포구청역에서 신사역이다.

“보험 서류에 사인을 받아서 다시 이곳으로 오시면 됩니다. 택배비는 사인 받아오시면 여기서 드릴게요.”

돌아오는 길에 택배 할아버지가 같이 탔다.

“오래 근무하고 있어야 좋은 대접 받아요. 고참은 좋은 거래처로 가요.”

“좋은 거래처가 어떤 거예요?”

“가까운 곳이죠. 처음 들어온 신참들은 먼 데로 보내요. 고참은 거래처 매니저와도 친해요.”

택배 할아버지와 헤어져 사인한 서류를 가져다주니 배송비를 준다. “아저씨, 수고하셨어요. 이건 수고비 하세요.” 택배비가 1만2천원인데, 수고비를 더해 2만원을 준다. 보험 계약이 이루어져서 기분이 좋은가보다.

2만6천원(8시간30분 근무)-7800원(회사 수수료)
=수입 1만8200원(시간당 2140원)
※추가 수입: 수고비 8천원
<font color="#00847C">* (하)편에서는 택배노인들의 쉼터 ‘고리’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집니다.</font>
백강 노인노동 체험 기록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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