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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조라떼’ 권한 그에게 투표하시렵니까?

환경운동연합, 4대강 사업 찬성 발언 분석 등 95개월간 추적 담은 <녹조라떼 드실래요> 발간… 적극 찬동 인사 282명 가운데 4·13 총선 출마자 20명 넘어
등록 2016-03-31 05:43 수정 2020-05-02 19:28
3월22일 세종특별자치시 세종보 인근 금강에서 둥둥 떠다니는 조류 사체들. 김종술 제공

3월22일 세종특별자치시 세종보 인근 금강에서 둥둥 떠다니는 조류 사체들. 김종술 제공

국책사업인가 국책사기인가.

단군 이래 최대 토목사업이라던 4대강 사업의 전말을 기록한 책이 나왔다. (환경운동연합·대한하천학회 지음, 주목 펴냄). 부제는 ‘4대강에 찬동한 언론과 者들에 대하여’. 환경운동연합과 운하반대교수모임에서 2009년 찬동 인사 조사를 시작하고 2013년 ‘4대강 인명록 편찬위원회’가 구성된 지 3년 만에 열매를 맺었다.

인명록은 ‘시민판 정책실명제’

책은 네 부분으로 짜였다. 1장(4대강 사업의 진실)은 전문가와 현장 활동가, 기자들의 생생한 취재기와 현재 실태, 사업의 부실을 점검했다. 2장(4대강 사업 누가 찬성했나?)에서는 사업을 주도한 이명박 전 대통령은 물론 부화뇌동한 정치·사회계 인사, 관련 고위 공무원들의 언행을 기록했다. 3장(4대강 찬동 언론)은 지록위마와 다를 바 없는 정부 정책을 무비판적으로 보도한 언론 행태를 꼬집었다. 4장(4대강 미래 대안)에서는 파괴된 강을 재자연화할 수 있는 대안을 모색하는 글들로 꾸몄다. 부록에 4대강 사업 찬동 인사들의 주요 ‘망언’들을 시기별로 추려 적시했다.

장재연 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는 발간사에서 사업의 허무맹랑함을 단적으로 말했다. “세계에서 최고의 성취를 이룬 기업, 애플의 연구 투자비가 연간 60억불, 우리 돈으로 약 7조원 정도라고 합니다. 4대강 사업에 투자한 22조원이 얼마나 큰돈인지 가늠할 수 있습니다. 후안무치 발언도 정도껏 해야지, 22조를 사기 치고도 가뭄 피해 방지를 위해서는 2차 사업과 수천억, 수조원이 더 필요하답니다. 사기를 친 도둑놈들이 ‘돈을 더 내면 물건을 주겠다’는 식의 수작 아닙니까.”

책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대목은 역시 2장(4대강 사업 누가 찬성했나?)이다. 이철재 환경운동연합 ‘생명의 강 특별위원회’ 부위원장이 집필했다. “4대강 찬동 인사 조사는 시민판 정책실명제다. 책임을 지우기 위해서는 기록해야 한다”는 게 찬동 인사를 조사한 동기다.

2007년 8월 이명박 전 대통령이 당시 한나라당 대선 후보로 결정된 시점부터 2015년 1월까지 만 95개월 동안 한반도 대운하 또는 4대강 사업의 진실을 왜곡하고 적극 찬동한 이들의 발언을 조사·분석한 결과가 담겼다.

포털 사이트와 언론사 누리집에서 확인할 수 있는 발언을 중심으로 조사했다. ‘대운하’와 ‘4대강’을 열쇳말로 검색한 기사는 각각 4만6536건과 20만3740건에 이른다(포털 사이트 네이버 기준). 운하반대교수모임과 대한하천학회 소속 전문가들이 함께 평가 기준을 마련했는데, 진실 왜곡 등 발언 강도와 발언자의 사회적 지위, 발언 횟수 등을 핵심으로 삼았다. 1차 선별된 인사들을 전문가, 파워블로거, 누리꾼, 환경운동가들의 평가·토론을 거쳐 확정했다. 찬동 인사를 책임이 무거운 순서에 따라 S·A·B 세 등급으로 구분했는데 모두 282명에 이른다. 이들 가운데 4·13 총선에 출마한 이들은 20명을 훌쩍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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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참여형 ‘4대강 살리기’ 필요

사업을 주창하고 주동한 이명박 전 대통령의 발언은 아전인수·셀프칭찬에 불과하다는 게 필자의 비판이다. “4대강에 천지개벽이 일어났다. 4대강을 행복한 생명의 강으로 국민에게 돌려드리게 돼 기쁘다.”(2011년 10월22일 남한강 이포보 ‘4대강 새 물결 맞이 행사’) “세계 금융위기로 경제 살리기가 시급한 상황에서 계획을 세우느라 시간을 허비할 여력이 우리에겐 없었다. 4대강 사업을 통해 금융위기를 극복했다.”(이명박 회고록 ) 특히 금융위기 극복과 4대강 사업을 연계한 이 대목을 두고 한 교수는 “분견이 가가대소할 일”이라고 맞받았다.

이 전 대통령의 ‘아바타’들도 발언의 강도에서 뒤지지 않았다. “(4대강 사업의 사망 사고를) 분석해보면 사고다운 사고는 없었고, 대부분 본인 실수에 의한 사고.”(정종환 전 국토해양부 장관, 2010년 10월 국정감사) 당시는 365일 24시간 공사를 강행하면서 노동자 20여 명이 잇따라 숨지던 때였다.

이만의 전 환경부 장관도 만만치 않았다. ‘환경부는 국토부의 2중대’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였다. “그동안 환경영향평가를 해온 환경부 역량에 비춰볼 때 4대강 사업은 매우 단순한 공정에, 매우 단순한 평가를 요하는 사항.”(2010년 국정감사)

권도엽 전 국토해양부 장관은 차관 시절부터 남달랐다. “더 늦지 않게 하루라도 빨리 삽을 뜨고 괭이질을 시작해서 그동안 무관심 속에 방치됐던 우리의 강을 강답게 제대로 가꿔보자.”(2009년 6월 기고)

정치인들 또한 ‘대국민 사기극’에 앞장섰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4대강 사업은) 대운하 사업이 아닌 지역경제 살리기.”(최경환 새누리당 의원, 2009년 2월) “청계천 신화도 (이 전 대통령이) 우리에게 만들어줬는데 우리 국민들께서 한번 믿고 맡겨봐야 하는 것.”(김무성 새누리당 의원, 2010년 5월) 이 밖에 여러 정치인들은 4대강 사업이 미래 먹거리라거나 수출 효자 종목이라는 따위의 망언이나 진배없는 말을 이어갔다.

국책사업? 국책사기!
충남 공주시 공주보에서 지난겨울 처음 확인된 ‘얼음 녹조’. 모두 이명박 정부에서 강행한 4대강 사업 이후 벌어진 괴이한 현상이다. 김종술 제공

충남 공주시 공주보에서 지난겨울 처음 확인된 ‘얼음 녹조’. 모두 이명박 정부에서 강행한 4대강 사업 이후 벌어진 괴이한 현상이다. 김종술 제공

이철재 부위원장은 “4대강을 제대로 흐르게 하는 것이 곧 상처 입은 민주주의를 바로 세우는 것이 된다. 4대강 사업은 불법과 비리의 복마전이며, 국민의 혈세를 낭비케 했다는 점에서 4대강 사업의 진실을 밝힐 수 있는 국정조사, 청문회 등은 여전히 필요하다. 그리고 막힌 강을 다시 흐르게 해야 한다”고 밝혔다.

사업 추진의 책임을 묻는 것과 별개로, 4대강을 어떻게 하면 다시 살릴 수 있을까. 무엇보다 ‘댐과 다를 바 없는 보’ 16개를 어찌 처리할지가 관건이다. 방안은 크게 셋으로 압축할 수 있다. 구조물을 그대로 두되 부작용을 줄이는 안, 보 해체를 고려하되 가장 문제가 심각한 지역부터 복원을 진행한 뒤 결과를 보아가면서 점진적으로 추진하는 안, 일시에 보를 해체해 자연형 하천으로 복원하는 안.

신중하게 복원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 견해다. 홍종호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정부와 전문가, 시민사회의 참여를 통해 합리적으로 투명하게 현재 상황을 분석하고 가능한 대안을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안병옥 시민환경연구소 소장의 의견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이명박 정부가 했던 것처럼 단기적인 성과에 집착하기보다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국민들이 주체가 되어 ‘강 살리기’의 방향과 내용을 차근차근 결정해가는 ‘국민 참여형 복원’을 이끌어내야 한다.”

2014년 11월 시민환경연구소에서 전국의 1천 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 가운데 80%가 “4대강 사업은 효과 없다”고 답했다. 다시 묻는다, 국책사업인가 국책사기인가. 한강·낙동강·금강·영산강을 가보면 알 수 있고, 이 책을 보아도 알 수 있다. 강수욕 못하는 강은 강인가.

함께  읽어보면  좋을  4대강  관련  추천  도서


재앙의  물길  되돌릴  길은…


(환경운동연합 엮음, 환경재단 도요새 펴냄, 2008)
4대강 사업 착공 전이던 2008년 봄 ‘불도저 운하’ 건설이 생태계에 재앙이 될 것을 경고한 책. 각계 전문가 18명이 집필했다. 운하가 무엇이고 과연 타당성이 있으며, 건설 때 어떤 영향이 있을지를 짚었다.

(최병성 지음, 황소걸음 펴냄, 2010)
4대강 사업이 속도전으로 강행되던 2010년 봄에 출간됐다. 목회자보다 환경운동가로 더 알려진 지은이가 실증 자료를 바탕으로 사업의 실체와 위험성을 알린 책. 글을 쓰는 내내 많은 눈물을 흘렸다는 게 지은이의 고백.

(김정욱 지음, 느린걸음 펴냄, 2011)
운하반대전국교수모임 공동대표이자 환경공학 전문가가 무지막지한 공사의 파괴성을 지적하기 위해 펴낸 책. 진정한 강 살리기란 무엇인지 호소한다. 책 첫머리에 김정호의 ‘대동여지도’(1861)를 실은 이유가 있다.

(박창근·이원영 지음, 철수와영희 펴냄, 2014)
4대강 사업 비판과 저지를 위한 최전선에서 싸웠던 박창근·이원영 교수의 대담. 달마다 철마다 해마다 망가지고 있는 강을 어떻게 자연 상태로 되돌릴 수 있을지 살폈다. 대규모 토목공사에 기반한 토건 마피아의 정체도 알게 된다.






전진식 기자 seek1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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