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진보당은 대한민국을 내부에서 붕괴시키려는 암적 존재다. 더 이상 정당 해산이란 수술을 주저해선 안 된다.”
2014년 11월25일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대심판정. ‘통합진보당 위헌정당해산심판’ 사건의 정부 쪽 대표로 나선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30년간 검찰에서 일한 ‘공안통 검사’의 시각을 여실히 드러냈다. “작은 개미굴이 둑 전체를 무너뜨린다는 ‘제궤의혈’처럼 국가 안보에 허점이 없도록, 북한을 추종하는 위헌정당을 해산해 대한민국 자유민주주의를 지켜내야 한다.”
황교안 국무총리 후보자는 경기고와 성균관대 법대를 나와 1981년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1987년부터 7년간 대검과 서울지검 공안부 검사로 KAL기 폭파 사건을 조사했고, 임수경 밀입북 사건, 조선노동당 중부지역당 사건 등의 수사에도 참여했다. 사법연수원 교수 시절인 1998년에는 이라는 책을 내 ‘미스터 국보법’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2011년 8월 검찰을 떠난 황 후보자는 박근혜 대통령과 특별한 인연이 없다. 그런데도 최장수 장관으로 살아남아 국무총리 후보자까지 올라선 이유는 법무부 장관 재직 때 대통령의 가려운 곳을 대신 긁어주는 구실을 충실히 해왔기 때문이라는 평가가 많다. 장관 취임 직후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이 터졌을 때 청와대와 코드를 맞추려고 후배 검사를 짓누른 게 대표적이다.
2013년 6월, 국정원 댓글 사건 수사팀은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게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구속해야 한다는 의견을 올렸다. 황 후보자는 노골적으로 반대했다. 채동욱 당시 검찰총장은 수사팀의 의견대로 공직선거법 적용을 밀어붙였다. 그 과정에서 법무부와 대검찰청의 갈등이 언론을 통해 공개되기도 했다. 결국 원 전 원장 등에게 공직선거법은 적용하되 구속영장은 청구하지 않고 불구속 기소하는 방식으로 봉합됐다.
그 직후 가 채 전 총장의 혼외자 의혹을 보도했고 법무부는 감찰팀을 동원해 감찰에 착수했다. 법무부 장관이 검찰총장 감찰을 지시한 첫 사례다. ‘채동욱 찍어내기’ 결정타를 날린 셈이다. 채 전 총장은 결국 옷을 벗었다. 서울고등법원은 지난 2월 국정원 댓글이 선거법 위반이라고 판단해 원 전 원장을 법정 구속했다.
2013년 8월 말, 검찰이 이석기 옛 통합진보당 의원의 내란음모 사건 수사에 착수하자 황 후보자는 ‘위헌정당 TF’를 만들도록 지시했다. 그리고 11월5일 헌정 사상 처음으로 통합진보당에 대한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했다. 헌재는 이 전 의원의 대법원 판결이 내려지기도 전에 통합진보당 해산을 결정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이 전 의원의 내란음모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황 후보자는 정국을 뒤흔든 대형 수사가 있을 때마다 정권과 여당의 ‘방패막이’ 노릇을 했다. 최근 성완종 리스트 사건에서 그는 성 전 경남기업 회장이 노무현 정부 시절 두 차례 사면을 받은 점을 거론하며 “다소 이례적 사면에 대해 국민이 걱정하는 것으로 안다” “(사면 과정에서) 수사 단초가 발견된다면 살펴봐야 한다”고 발언했다. 또 “불법 정치자금 전반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 리스트에 국한해 수사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했다. ‘물타기’라고 야권이 반발하자 “특별한 근거가 있어서 언급한 건 아니다”라고 한발 물러섰다.
노무현 정부 시절 황 후보자는 검사장 승진에서 두 차례 누락됐다. 공안사건 수사에서 청와대·법무부와 마찰을 빚었기 때문이다. 2005년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받던 강정구 동국대 명예교수 사건이 그랬다. 황 후보자가 지휘하던 서울중앙지검 공안부 수사팀은 천정배 당시 법무부 장관의 불구속 수사 주문을 무시하고 구속영장 청구를 밀어붙였다. 천 전 장관은 헌정 사상 처음으로 검찰에 수사지휘권을 발동했다. 그 여파로 김종빈 당시 검찰총장이 2년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사퇴했다.
이후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08년 황 후보자는 늦깎이 검사장이 됐다. 창원지검장, 대구고검장을 거쳐 2011년 8월 부산고검장을 끝으로 검사복을 벗었다. 황 후보자가 총리로 취임한다면 ‘50대 총리’가 된다.
정은주 기자 ej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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