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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우리는 세슘 생선을 먹었다

일본산 수입 수산물에서 세슘이 꾸준히 나와… 정부가 국민의 생명과 안전 방기하는 사이 생협과 환경단체는 비상
등록 2013-03-03 14:10 수정 2020-05-03 04:27

지난 1월21일 영국 언론 이 충격적인 보도를 했다. 도쿄전력이 일본 후쿠시마 앞바다에서 잡은 생선의 방사능 수치를 측정했는데, 그중 ‘개볼락’에서 기준치의 2540배에 달하는 세슘이 검출됐다는 것이다. 일본 정부가 정한 기준치가 1kg당 100베크렐(Bq) 이하인데, 1kg당 무려 25만4천Bq이 검출된 것이다. 이 수치는 2012년 8월에 잡힌 생선에서 검출된 세슘 수치보다 10배나 증가한 것이기도 하다. 후쿠시마 사고 당시 바다로 흘러들어간 엄청난 양의 방사성 물질이 생선의 몸속에 쌓이고 있는 것이다.
<font size="3">2012년 냉장 명태에서 34회 검출</font>
생선만이 아니다. 후쿠시마 부근에 서식하는 멧돼지의 체내 방사능 수치를 측정한 결과, 7마리 중 6마리에서 기준치를 훨씬 넘는 방사성물질이 나왔다. 후쿠시마 부근에서 생산되는 쌀이나 각종 채소에서도 방사성물질이 검출되고 있다.
이런 소식을 접하니 우리가 먹는 먹거리는 괜찮은지 걱정이 된다. 과연 괜찮을까?
우선 일본에서 수입되는 수산물부터 살펴볼 필요가 있다. 후쿠시마 사고 직후부터 일본산 수입 수산물에서 세슘이 검출되기 시작했다. 세슘137은 반감기가 30년으로 몸에 흡수되면 근육 등에 축적돼 암이나 유전장애를 일으키는 물질로 알려져 있다. 일단 몸속에 들어오면 배설될 때까지 100~200일 정도가 걸리며, 그 사이에 몸이 방사선에 노출되는 것이다.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가 농림수산검역본부에 정보공개 청구를 해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2년에만 일본에서 수입된 냉장 명태에서 34회, 냉동 고등어에서 37회, 냉동 대구에서 9회나 세슘이 검출됐다. 문제는 이렇게 세슘이 검출돼도 수산물은 수입이 된다는 데 있다. 정부가 정한 허용 기준치 이하이므로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세슘이 든 생선은 통관이 되어 누군가의 입속으로 들어갔다. 신기한 건 막상 시장에 가면 일본산 생선을 찾아보기 힘들다는 것이다. 수입된 ‘세슘 생선’들은 누가 먹었을까? 유통 경로가 불투명해서 알 길이 없지만, 분명한 건 이 땅에 사는 누군가가 먹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불안은 더 커진다.
방사성물질이 들어간 식품을 먹으면 ‘내부 피폭’이 된다. 공기를 통해 방사선에 노출되는 ‘외부 피폭’보다 ‘내부 피폭’이 훨씬 더 위험하다. 1986년 러시아 체르노빌 원전 사고 때도 임신한 여성의 뱃속에 있던 태아나 어린이들이 방사성물질이 들어간 식품 때문에 내부 피폭을 당했다. 그 결과 기형아 출산, 소아암 발생 등 끔찍한 일들을 겪었다. 그래서 여러 전문가들은 내부 피폭을 정말 조심해야 한다고 말한다.
<font size="3">플루토늄·스트론튬은 기준치도 없어</font>
우리나라 정부는 방사성물질의 편에 선 것 같다. 언론이나 환경단체가 문제를 제기하면, ‘허용 기준치 이하라서 안전하다’는 말만 되풀이한다. 그래서 ‘세슘 생선’을 수입하고 있다. 안전한 방사성물질은 없다는 것이 의학계의 견해다. 낮은 수치라고 하더라도 방사선에 노출되면 그만큼 암 발생률이 올라간다는 것이다. ‘허용 기준치 이하라서 안전하다’는 말은 성립되지 않는다. 차라리 위험하다는 걸 인정하고, 시민들을 방사성물질에서 안전하게 보호할 방법을 찾는 것이 정부가 해야 할 일이 아닐까?
일본산 수입 수산물에서만 방사성물질이 검출되는 것은 아니다. 다른 외국에서 수입되는 식품들이나 국내산 식품이라고 해서 안전한 것은 아니다. 2012년에는 일부 국내산 버섯류에서 낮은 수치지만 세슘이 검출돼서 충격을 주기도 했다.
후쿠시마 사고 이전에도 땅과 바다는 이미 방사성물질에 어느 정도 오염돼 있었다. 강대국들이 자행한 핵실험, 체르노빌 원전 사고 등에서 나온 방사성물질이 어디로 갔겠는가? 지구상 어느 곳에 떨어져 흙과 물 속에 남아 있다. 대한민국도 안전지대가 아닌 것이 당연하다. 다만 후쿠시마 사고 이전에는 그 사실을 몰랐을 뿐이다. 후쿠시마 사고를 겪으며 관심을 가지고 방사능 검사를 해보니 방사성물질이 검출되기 시작한 것이다.
생활협동조합들에는 비상이 걸렸다. 평소에 안전하고 건강한 먹거리를 강조해온 만큼, 내부 논의를 통해 정부 기준치와는 별도로 생협 자체 기준치를 만들기 시작했다. 그것을 통해 더욱 엄격하게 관리할 필요성을 느낀 것이다. 환경단체와 함께 방사능 핵종분석기를 구입해서 독자적인 시민방사능감시센터를 설립하기도 했다. 혹시라도 기준치 이상의 방사성물질이 검출돼 생산자가 피해 보는 일이 없도록 생산자보호기금도 만들기로 했다.
정부는 손을 놓고 있다. 국내의 전반적인 방사능 관리체계는 허술하기 짝이 없다. 먹는 물에 관해서는 기준치 자체가 없다. 우리나라는 요오드와 세슘134, 세슘137에 대해서만 기준치를 두고 있고, 그 외의 방사성물질에 대해서는 기준치를 두고 있지 않다. 후쿠시마 사고를 통해서도 세슘 이외에 플루토늄·스트론튬 등의 방사성물질이 유출됐는데, 우리나라는 기준치조차 없다.
그나마 정해져 있는 기준치도 너무 높다는 지적이 많다. 한살림, 여성민우회 생협 등 일부 생협들은 독자적인 세슘 기준치로 1kg당 성인은 7.4~8Bq, 유아는 3.7~4Bq을 설정했다. 낮은 수치의 방사능이라도 사람에 따라서는 위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민간 차원에서도 이렇게 노력하는데, 정부는 여전히 높은 기준치를 유지하고 있다. 요오드의 경우에는 100Bq(우유와 영·유아용 식품) 또는 300Bq(그 밖의 식품)이다. 세슘은 370Bq을 기준치로 잡고 있다. 다만 일본산 수입 수산물에 대해서만 2012년부터 세슘 기준치를 100Bq로 낮췄다. 이것도 우리나라 정부가 노력했다기보다는 후쿠시마 사고 이후에 일본 정부가 자체 기준을 강화했기 때문에 거기에 맞춘 것이다.
그 밖에는 기준치를 강화하려는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고 있다. 이렇게 허술한 기준치에서는 어떤 식품도 안심할 수 없다. 2012년 1월에는 녹색당이 허술한 국내의 방사능 관리체계에 대해 헌법소원을 제기하기도 했다.
<font size="3">중앙정부가 안 하면 지방자치단체라도</font>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는 것은 정부의 가장 기본적인 책임이다. 그런데 이런 책임마저 방기하는 정부 때문에 시민들이 나설 수밖에 없게 됐다. 우선은 시민들에게 방사능과 관련된 정보가 투명하고 정확하게 공개돼야 한다. 방사능에 취약한 유아나 어린이들이 집단급식 등을 통해 내부 피폭을 당하지 않도록 엄격한 검사체계를 갖출 필요가 있다. 중앙정부가 안 하면 지방자치단체나 교육청이라도 하게 해야 한다.
시민들도 알아야 한다. 사실 필자도 후쿠시마 사고가 나기 전까지는 세슘·요오드 같은 방사성물질의 이름을 제대로 알지 못했다. ‘Bq’ 같은 방사능 수치도 알지 못했다. 그러나 이제는 우리 스스로 몸을 지키려면, 방사능에 약한 태아나 유아를 지키려면 이런 용어들까지 알아야 한다. 나부터 알고 주위에도 알려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방사성물질을 먹는 일이 없도록 하자.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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