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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로 휴대전화 팔면 불법!

이통사 본사 사칭해 휴대전화 무료 교체해준다 속이는 불법 천지 휴대전화 텔레마케팅의
세계… 보조금 덜 주고 요금제 할인 악용해 눈속임
등록 2012-05-30 21:52 수정 2020-05-03 04:26
휴대전화 텔레마케팅 업체에서 3천만원의 판매수당을 받지 못해 빚더미에 올라앉은 김용환(가명)씨는 업체 사장 이 아무개씨를 사기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다. 정용일 기자

휴대전화 텔레마케팅 업체에서 3천만원의 판매수당을 받지 못해 빚더미에 올라앉은 김용환(가명)씨는 업체 사장 이 아무개씨를 사기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다. 정용일 기자

김용환(28)씨는 최근 검찰 조사를 받았다. 오후 3시에 들어가 밤 9시까지 6시간30분 동안 고소인으로서 진술했다. 김씨는 “1년간 일하던 이아무개 사장이 2천만원의 휴대전화 판매수당을 지급하지 않아 같이 일하던 팀원들에게 월급을 주지 못했다. 팀원들이 나를 고용노동부에 신고했고 전화로 많이 항의해 휴대전화도 바꿨다. 이제 나는 아무도 믿을 수 없다”고 말했다.

불법 유출된 개인정보로 영업

김씨의 인생이 꼬이기 시작한 것은 2011년 3월, 이 사장이 운영하던 이동통신 관련 업체에 입사하면서부터다. 대학을 중퇴한 뒤 방송사 음향팀에서 일하던 김씨는 인터넷 채용 사이트에서 ‘SK텔레콤 대리점에서 관리부 직원을 채용한다’는 공고를 봤다. 밤샘 작업을 밥 먹듯 한 탓에 허리디스크를 앓고 있는 터라 주 5일 근무가 보장된다는 통신업계로 이직하기로 했다.

하지만 그곳은 SK텔레콤의 대리점이 아니었다. SK텔레콤은 “이아무개씨가 대리점을 개설했다는 기록이 없다”고 밝혔다. 이 사장도 “휴대전화 영업 알선업체였다”고 말했다. 매출 압박을 받는 이동통신 대리점에 특판 영업업체를 연결해주고 수수료를 챙기는 일을 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김씨는 휴대전화 텔레마케팅(TM) 업체였다고 주장한다. “영업팀이 전화로 휴대전화를 판매한 뒤 고객정보를 알려주면 계약서를 작성해 개통 부서에 보내고 고객에게 언제 개통하는지 알려주는 업무를 했다”는 것이다. 영업팀이 6∼7개여서 하루에 평균 100건씩 새로운 휴대전화를 개통했다고 김씨는 덧붙였다.

2011년 4월부터 이 사장은 LG유플러스로 영업을 확장했다. 경기도 광명에 처남 하아무개씨 명의로 LG유플러스 대리점을 개장하고 TM 영업을 더욱 활성화했다. 김씨는 이즈음 TM 영업이 불법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물량이 많아서 휴대전화 개통이 지연되고, 배송에도 문제가 생겨 고객 불만이 터져나왔다. 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연락이 오면 우리 대리점은 TM 영업을 하지 않는다고 말하라고 지시받았다.” 하지만 김씨는 “돈이 아쉬워서” 계속 일을 했다.

김씨가 불법 TM의 ‘소극적 참여자’에서 ‘적극적 참여자’로 바뀐 것은 5개월 뒤인 2011년 10월이다. 한 TM 영업팀이 다른 곳으로 옮겨 사무실 공간이 나자 이 사장이 영업팀을 운영해보라고 김씨에게 권했다. 개통 업무만 맡아 영업 경험이 없던 김씨는 몇 차례 거절했다. 이 사장은 기존 사무실과 전화기는 자리를 잡을 때까지 그냥 사용하고 팀원들은 대리점 소속으로 4대 보험금을 지급할 수 있다고 설득했다. 또 휴대전화 판매수당을 받아 팀원들 월급 120만∼150만원을 주더라도 2개월이면 외제차를 타고 다닐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김씨는 영업팀을 꾸리기로 마음먹었다.

휴대전화 TM의 세계는 ‘불법천지’였다. 우선 휴대전화를 판매하려고 전화를 돌릴 고객의 명단을 회사에서 제공받았는데, 이름, 주민등록번호, 주소, 사용하는 이동통신, 휴대전화 번호가 쭉 적혀 있었다. 누군가 법을 어기고 유출한 개인정보가 틀림없었다. 회사 쪽 관계자는 고객 명단을 수만 건 샀는데 한 장(30명)당 8만원이라며 버리지 말고 잘 관리하라고 당부했다.

전화 영업을 할 고객을 골라내면 20대 초반의 여직원이 1차로 전화를 건다. 직원 1명당 하루에 200∼300통씩 전화를 돌렸고 그중 100여 명이 전화를 받는다. 그러면 1차 스크립트를 여직원이 읽는다.

“안녕하세요, 고객님 LG유플러스 모바일사업부입니다. 저희 LG에서 고객님 앞으로 지속적으로 이용 좀 부탁드리려 합니다. 최신형 LTE 4G 폰을 고객님 부담금 일체 없이 무상으로 (휴대전화) 기기만 교체 드리고 있어서 안내 전화드렸는데요. (중략) 제가 접수를 도와드리려면 간단한 조회가 필요한데요. 사용 중인 휴대전화 명의자 성함과 주민번호 뒤 7자리만 확인 부탁드려요. 1차 접수는 간단히 끝났고요. 2차는 팀장님께서 30∼40분 내 전화하면 지금처럼 친절하게 받아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휴대전화 불법 텔레마케팅(TM)업체에서 1년간 일한 김용환(가명)씨가 공개한 자료들이다. 이름과 휴대전화 번호, 이동통신사가 적힌 개인정보와 20대 초반의 영업팀 여직원들이 읽던 스크립트. 위쪽에 지난해 12월에 개통한 휴대전화의 할부 원가와 이동통신사가 준 정산금(리베이트) 내역서가 보인다. 정용일 기자

휴대전화 불법 텔레마케팅(TM)업체에서 1년간 일한 김용환(가명)씨가 공개한 자료들이다. 이름과 휴대전화 번호, 이동통신사가 적힌 개인정보와 20대 초반의 영업팀 여직원들이 읽던 스크립트. 위쪽에 지난해 12월에 개통한 휴대전화의 할부 원가와 이동통신사가 준 정산금(리베이트) 내역서가 보인다. 정용일 기자

공짜 아닌데도 공짜라고 거짓말

이로써 불법행위가 두 가지 추가된다. 첫째, 이동통신사 본사를 사칭했다는 점이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우리 회사에는 모바일사업부라는 게 없다”고 밝혔다. 방문판매법 6조 3항을 보면, TM 업자는 자신의 성명과 명칭을 정확히 밝혀야 하며, 허위로 명시하면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존재하지 않는 본사 모바일사업부를 사칭했으니 불법행위다.

둘째, 무상으로 휴대전화를 교체해준다고 허위 광고한 사실이다. 예를 들어 번호 이동을 전제로 93만2800원짜리 휴대전화를 판매했다고 하자. 그러면 이동통신사는 대리점에 46만9700원을 정산금으로 제공하는데, 대리점은 이 정산금의 대부분을 휴대전화 보조금으로 고객에게 지급한다. 하지만 불법 TM 업체는 대리점보다 보조금을 덜 준다. 휴대전화 보조금은 15만원만 주고 93만2800원을 36개월로 쪼개 매월 2만6천원씩 부담시키는 방식이다.

그럼에도 TM 업체가 더 싸다고 인식되는 이유는, 특정 요금제에 가입하면 이동통신사가 휴대전화 사용료를 일부 할인하는 제도를 TM 업체가 악용하기 때문이다. 고객이 6만2천원 요금제를 사용하면 이동통신사는 매월 1만3200원을 할인해주는데, 이것은 휴대전화 단말기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하지만 TM 업체는 이를 단말기 지원금이라고 설명해 공짜폰을 주는 것처럼 고객을 속인다. TM 업체가 특정 요금제를 사용하라고 강권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런 내용을 2차로 영업팀 팀장이 전화할 때 설명하고 녹취도 한다. 하지만 언뜻 이해하기 어려운 복잡한 내용인데다 빠르게 말해 고객이 이의를 제기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김씨는 “팀장들은 빠르게 말하도록 훈련을 받는데 나중에 녹취를 들어보면 고객은 ‘네, 네’로만 대답한다”고 말했다. 1차로 말한 “부담금 일체 없이 무상으로 기기만 교체 드린다”는 내용만 고객이 새긴다는 점을 불법 TM 업체는 알고 있다는 얘기다.

불법 TM은 고객에게도 불행이지만 김씨에게도 불행으로 다가왔다. “외제차를 뽑을 수 있다”는 이 사장의 말과 달리, 김씨는 4개월 만에 빚더미에 올라앉았다. 2011년 10월 직원 5∼9명과 영업팀을 꾸린 김씨는 첫 달에 판매수당으로 944만원을 받았는데 고객지원금과 직원 월급도 충당할 수 없었다. 이 사장은 애초 말한 것과 달리 사무실 임대료와 전화 사용료를 꼬박꼬박 받았다. 11월(1306만원), 12월(1411만원) 판매수당을 뒤늦게 받아 직원 월급을 겨우 12월까지 줬지만 1월(1500만원)과 2월(500만원) 판매수당을 받지 못한 채 김씨는 퇴사했다. 결국 영업팀 직원 월급이 1800만원이나 밀려 있다.

그런데 이 사장의 주장이 전혀 다르다. “김씨를 2011년 3월에 직원으로 채용했지만 나중에 영업을 하겠다고 나섰다. 사업이라는 게 손해를 입을 수 있어서 아직은 안 된다고 내가 말렸다. 그런데도 김씨는 9월에 회사에서 퇴사했고 10월에 휴대전화 영업점을 차렸다. 자본금도 없는데 젊은 친구가 그렇게 욕심을 내서 마침 비어 있던 기존 사무실과 전화기를 쓰라고 했다. 당연히 사용료는 받기로 했다. 내가 줘야 할 판매수당은 이미 다 정산했다.”

정리해보면, 김씨는 이 사장과 자신을 사용자-노동자 관계라고 말하는 반면, 이 사장은 자신과 김씨는 원청-하청 관계라고 주장한다. 두 사람이 어떤 관계인지를 놓고 대립하는 이유는 TM 영업을 하던 직원들이 받지 못한 월급을 누가 지불해야 하는지 결정하는 중요한 근거가 되기 때문이다. 사용자-노동자 관계라면 이 사장이, 원청-하청 관계라면 김씨가 체불임금을 책임질 가능성이 높다.

LG유플러스, “형사고발 권한 없다”

김씨는 지난 2월 LG유플러스를 찾아가 이 사장의 대리점이 불법 TM을 해왔다고 제보했고, 회사는 대리점에 대해 영업정지와 전산정지 조처를 내렸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고객의 피해 상황을 파악하고 통신비 수수료 등 리베이트를 대리점에 지급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불법 개인정보를 활용해 LG유플러스 고객을 유치했다는 이유로 형사고발하거나 체불임금을 지급하라고 강제할 권한은 없다고 했다.

“몇 달 만에 내 인생은 엉망진창이 됐다. 동생처럼 잘해줘서 신뢰하고 판매수당을 주지 않는데도 감싸주려고 처음에 내가 책임지겠다고 영업팀 직원들에게 말한 게 잘못이다.” 불법 TM의 먹이사슬에 붙잡힌 김씨의 탄식이다.



불법 TM업체 구별법
무작위 전화나 회신 번호 숨기면 불법 TM

이동통신사를 사칭한 불법 텔레마케팅(TM)이 지난해 말부터 급증했다. SK텔레콤의 경우 지난해 9월까지 불법 TM 관련 문의가 한 달에 평균 2천여 건에 그쳤지만, 지난해 12월에는 2만1천 건으로 10배나 늘었다. 초고속 인터넷 TM으로 짭짤한 수익을 거둔 불법 업체들이 이동통신사 간의 경쟁이 치열해진 스마트폰 시장으로 영역을 확대한 탓이다. 불법 TM 업체들은 수익이 좋은 업종을 찾아 카드·보험·영어교재·교육·초고속인터넷 등으로 활동 영역을 옮겨다녔다.
불법 TM의 최대 피해는 업체가 설명한 조건과 실제 구입 조건이 다르다는 점이다. 휴대전화 가격이 없다고 설명했지만 실제로 할부금이 부과되는 경우, 정상적인 기기 변경이나 번호 이동이 아니라 해지한 뒤 신규 가입하는 편법으로 개통해 장기 가입 포인트가 없어지는 경우, 약속한 배송 기한을 초과하거나 다른 휴대전화를 배송하는 경우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뒤늦게 피해를 확인하더라도 불법 TM 업체는 ‘치고 빠지는’ 수법으로 영업해 교환·환불을 제대로 받을 수 없다.
불법 TM 업체를 구별하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첫째, 이동통신사는 전화영업을 통해 휴대전화를 판매하지 않는다. SK텔레콤, KT, LG U+ 등이 다 그렇다. 따라서 특별히 상담 요청을 하지 않았는데도 이통통신사의 VIP센터, 고객케어센터 등을 내세워 전화하는 경우에는 일단 의심해야 한다. 이럴 때는 전화한 사람의 이동통신사 소속과 직급을 알려달라 요구하고, 이에 정확하게 답변하지 못하면 고객센터에 제보하는 게 좋다. 지난 2월부터 SK텔레콤은 고객 제보를 받아 불법 TM 업체와 손잡은 자사 대리점 24곳을 적발해 퇴출·영업정지 등 중징계를 내렸다.
불법 TM의 또 다른 특징은 ‘공짜폰’ ‘VIP 특가’ ‘위약금 면제’ 등 저렴함을 강조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동통신사가 대리점에 주는 리베이트가 30만∼40만원으로 고정돼 있어 어떤 판매자도 100만원가량의 스마트폰을 공짜로 줄 수 없다. 또 회신 전화번화를 알려달라고 했는데 ‘나중에 다시 전화하겠다’거나 ‘언제 다시 통화 가능하냐?’고 대답을 회피하면 불법 TM으로 의심해야 한다. 불법 TM은 이동통신사의 추적을 피하려고 인터넷전화(070)나 휴대전화(010) 발신번호 조작을 활용하며, 그 결과 회신 전화번호가 동일하지 않다.
마지막으로 ‘내 휴대전화 번호를 어떻게 알았느냐’고 물었을 때 제대로 답변하지 못하거나 그냥 전화를 끊어버리면 불법 TM이다. 개인정보를 유출한 게 아니라 무작위로 전화했다고 해명하는 것 역시 불법행위다. 정보통신망이용촉진법 50조 6항을 보면, 영리를 목적으로 광고를 전송할 때 숫자를 조합해 전화번호를 자동으로 만들어내는 기술적 조처를 해서는 안 된다고 돼 있다.

정은주 기자 ej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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