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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공항공사, 조카를 위해 준비했다?

등록 2008-08-19 00:00 수정 2020-05-03 04:25

<font color="darkblue">민영화하면 오히려 경쟁력이 떨어지는데도 ‘매각 시나리오’ 착착 진행, 제2의 론스타 우려하는 목소리도</font>

▣ 정혁준 기자 june@hani.co.kr

정부의 민영화 대상 공기업에 인천국제공항공사가 포함된 배경을 두고 의문이 증폭되고 있다. 공항 민영화의 과실을 국민이 아니라 특정 외국 기업과 특정인이 운영하는 회사가 가져가게 될 것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이를 위해 의도적으로 공기업 평가에서 인천공항공사의 점수를 낮췄다는 의혹마저 제기된다.

민영화 천국 미국에서도 국제공항은 국영

정부는 8월11일 공기업 선진화 방안 1단계를 발표했다. 인천공항공사도 민영화 대상 공기업에 포함됐다. 정부는 세계적인 전문 공항운영사와의 전략적 제휴(15%)를 포함해 지분의 49%를 매각할 방침이다. 배국환 기획재정부 제2차관은 “세계적 허브공항이 되려면 전문적으로 공항을 운영하는 회사와 파트너십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인천공항공사가 민영화 대상 기업으로 선정된 배경은 여전히 의문투성이다. 보통 민영화는 수익이 낮음에도 과도한 인력으로 방만 경영을 해 경쟁력이 떨어지는 공기업들을 대상으로 한다. 하지만 인천공항공사는 △수익성 △인력구조 △경쟁력 등을 놓고 봤을 때 민영화할 경우 오히려 경쟁력을 떨어뜨리게 될 것이라는 지적이 높다.

수익성의 경우, 인천공항공사는 2004년부터 손익분기점을 넘어섰고 영업이익률이 47.4%에 이른다. 지난해는 매출 9714억원을 올려 영업이익이 4606억원, 당기순이익이 2701억원에 이르렀다. 인력구조를 따져보면 더욱 의아하다. 인천공항공사는 전체 인력의 87%에 이르는 6천여 명을 38개 기업에 아웃소싱하고 있다. 매출이 1조원에 이르지만 직원은 지난해 말 기준 869명에 그친다. 경쟁력을 놓고 봐도, 인천공항공사는 국제공항협회 서비스 평가에서 3년 연속 세계 최우수 공항으로 선정됐다.

인천공항의 짭짤한 매력 때문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당시 미국 쪽은 인천공항공사 개방을 요구하기도 했다. 당시 김종훈 한-미 FTA 협상단 수석대표는 “미국은 인천국제공항이나 부산항만공사 등 정부조달 분야에 대해 개방해달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쉽게 내줄 사항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다른 나라의 예를 봐서도 공항 민영화는 생뚱맞다. 민영화의 천국인 미국조차 국제공항은 국영이다. 민영화한 공항에서 공통적으로 드러나는 특징은 여객 이용료 등 서비스 비용이 큰 폭으로 오른다는 점이다. 민영화한 대표적인 공항은 오스트레일리아의 시드니 공항과 영국의 히드로 공항이다. 시드니 공항은 2002년, 히드로 공항은 2006년 민영화됐는데 여객 이용료를 각각 6~7배, 4~5배 올렸다.

게다가 서비스 질은 오히려 떨어진다. 히드로 공항은 민영화 이듬해인 2007년 영국의 항공 관련 컨설팅 기관 ‘스카이트랙스’(Skytrax)의 서비스 평가에서 45위에서 103위로 떨어졌다.

심지어 항공업계에서도 민영화에 반대한다. ‘비즈니스 프렌들리’를 내세운 이명박 정부의 정책을 기업들이 반대하는 셈이다. 한 항공사 인사는 “항공사도 공항 민영화에 불만이다. 공항이 민영화될 경우 공항 사용료는 물론 사무실 이용료, 카운터 사용료 등도 인상될 가능성이 높다. 결국 항공사는 그 비용을 요금 인상으로 고객에게 전가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실적에 견줘 평가점수 너무 낮게 나와

그렇다면 민영화는 누구를 위한 것인가. 정부는 전문적으로 공항을 운영하는 회사와 파트너십을 맺는다고 밝혔다. 하지만 우리나라에는 전문 공항운영사가 없다. 결국 외국 기업이 대상이다. 민영화한 시드니 공항에 투자한 곳은 오스트레일리아계 투자은행인 맥쿼리 금융그룹이다. 정부가 인천공항공사 지분을 매각하면 인수에 나설 ‘0순위’로 꼽히는 곳도 맥쿼리다. 이미 맥쿼리는 인천국제공항 고속도로에 투자했다. 맥쿼리는 올 상반기 우리나라에서 1550억원의 이자 및 배당수익과 135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정부도 맥쿼리에 힘을 실어주는 모양새다. 박영선 민주당 의원은 “8월12일 국회에서 열린 공기업 관련 대책 특별위원회에서 강만수 장관이 ‘호주 맥쿼리(시드니) 공항과 합작을 연구하고 있다’고 답변했다”며 “시드니 공항은 공항 주차료를 올리고 무료 셔틀버스를 유료화해 수익을 내는 곳”이라고 지적했다.

인천공항공사는 지난해 법인세 782억원, 배당금 362억원 등 모두 1144억원을 정부에 넘겨줬다. 공항 지분을 매각할 경우 인수 기업이 이 가운데 상당 부분을 ‘꿀꺽’하게 된다. 국민의 세금으로 지어진 공항에서 나오는 수익이 해외 기업에 배당으로 날아갈 수 있다는 얘기다.

이명박 정부의 ‘방송 장악 시나리오’처럼 ‘인천공항공사 매각 시나리오’도 나돌고 있다. 정부가 인천공항공사 평가를 낮춰 공기업 매각 대상에 올리고 외국자본인 맥쿼리로 지분을 넘긴다는 것이 뼈대인데, 이명박 대통령의 지인과 친척 등이 맥쿼리와 직·간접적 관계를 맺고 있는 점 때문에 눈길을 끈다.

현재로선 이 시나리오대로 ‘착착’ 진행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올해 3월부터 진행된 ‘2007년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인천국제공항공사는 해당 공기업 14개 가운데 12위로 최하위 그룹에 속했다. 인천공항공사 실적에 견줘 평가점수가 너무 낮게 나와 의외였다. 홍희덕 민주노동당 의원은 “공기업 특위에서 인천공항공사 평가 결과에 대해 질의하자,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이 ‘설명할 수 있을 만큼 납득할 만한 평가 결과가 아니다’라고 말했다”며 “관료조차 평가 결과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번 평가에 신뢰할 만한 객관적인 잣대가 적용됐는지도 의문이다. 지난 2006년과 견줘 공공기관을 평가하는 지표가 일부 바뀌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2006년에는 77개 준정부기관에 대해서는 경영평가지표에 인건비 인상률 가이드라인을 지키는 것이 포함되지 않았지만 이번에는 포함됐다. 공공기관 평가단장을 맡은 현오석 고려대 겸임교수는 “공기업들이 참여정부 임기 말을 틈타 임금 가이드라인을 위반해 급여를 올리고 경비를 과다하게 집행하는 등 경영관리가 소홀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현 교수는 정부 산하 위원회 가운데 ‘국제개발협력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데, 동료 위원 가운데 주목할 만한 인물이 있다. 세계적 컨설팅 업체인 LECG의 송경순 한국 대표다. 송 대표는 세계은행에서 관료로 일한 컨설턴트이자 금융계의 엘리트로, 유명 아나운서의 남편이기도 하다. 이명박 대통령과도 가까운 사이인데, 지난 1990년대 말 이 대통령이 미국 워싱턴에 있을 때 송 대표의 집에서 한 달에 한 번씩 세미나를 진행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이 서울시장 재직 당시 여의도 국제금융센터 건립을 위해 보험그룹 AIG의 외자를 유치하려 애쓰고 있을 때, 송 대표가 AIG 쪽과 협상을 주도한 일도 있다.

골드만삭스와 맥쿼리의 관계

그런데 송 대표는 바로 ‘맥쿼리 인프라 펀드’의 감독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맥쿼리 인프라 펀드는 맥쿼리 계열로, 주로 공항·항만·도로 등 사회간접자본(SOC)에 대규모 투자를 해 높은 수익을 올리는 금융자본이다. 현 교수는 ‘경제자유구역위원회’의 위원이기도 한데, 인천경제자유구역에도 맥쿼리가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여기에 이명박 대통령의 조카이자 이상득 의원의 아들인 이지형씨도 맥쿼리와 인연이 있다. 그는 맥쿼리 자산운용 대표로 있던 중 골드만삭스가 맥쿼리 자산운용을 인수하면서 자연스레 골드만삭스 자산운용 대표로 자리를 옮겼다. 이 회사는 ‘골드만삭스-맥쿼리 인프라 재간접 펀드’라는 사회간접자본 투자 펀드를 운용 중이다.

홍희덕 의원은 “인천공항공사 민영화는 이명박 정부, 맥쿼리 자본, 국내 관료집단이 치밀하게 준비해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한다. 김대중 정부는 투기자본인 론스타에 외환은행을 순식간에 팔아치워 수조원의 국부가 유출됐다. 이명박 정부가 인천공항공사 민영화를 강행할 경우 제2의 론스타 사태로 이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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