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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 미켈슨] 42전43기, 필 미켈슨 뜨다

등록 2004-04-22 15:00 수정 2020-05-02 19:23

로스앤젤레스= 신복례/ 자유기고가 boreshin@hanmail.net

수많은 스포츠 스타들이 뜨고 지는 미국에서, 미국인들이 가장 닮고 싶은 스타라면 딱 한 사람을 꼽을 수 있다. 필 미켈슨(33) 왼손잡이 골프선수다. 4월12일(한국시각) 끝난 최고 권위의 마스터스 골프대회에서 우승했다. 마지막 라운드 마지막 홀에서 극적으로 버디를 잡아 챔피언의 상징인 ‘그린 재킷’을 입었다. 미켈슨의 우승에 미국 전체가 열광했다. 무려 6만여명의 갤러리들은 마치 축구장에서처럼 흥분의 도가니를 연출했다. 미국의 모든 매체는 며칠 동안 미켈슨의 우승과 그의 스토리로 도배를 했다. 한명의 스포츠 스타가 이처럼 국민적인 관심사가 되는 경우는 미국에선 드문 일이다.

이유는 뭘까. 미켈슨이 바로 전형적인 ‘아메리칸 히어로’이기 때문이다. 미켈슨은 미국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요소를 두루 갖췄다. 외모·실력·인품의 삼박자가 완벽하다. 중산층의 백인으로 얼굴도 준수하다. 역경을 딛고 일어서는 불굴의 투지도 있다. 여기에 가족에 대한 헌신과 국가에 대한 애국심까지 철저하다. 이번 마스터스 우승은 ‘42전43기’ 만에 이뤘다. 프로 12년 동안 23승이나 하면서도 메이저대회에선 42차례나 미끄러졌다. ‘새가슴’이라는 등 비난도 숱하게 들었다. 그러나 그건 언제나 공격적으로 핀을 공략하는 그의 경기 스타일 탓이 컸다. 미켈슨은 돌아가는 법이 없다. 아무리 어려워도 핀을 노린다. 올 마스터스에서도 코스와 정면 대결을 펼쳐 당당히 우승을 따냈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미켈슨은 늘 웃는다. 그는 최고의 ‘신사’ 골퍼로 통한다. 그의 ‘가족 사랑’은 더 유명하다. 미켈슨은 아내와 1남2녀의 자녀 등 가족들과 언제나 함께 다닌다. 미켈슨은 지난해 3월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때 기권했다. 가족 문제로 기권한 14번째 대회였다. 셋째 아기를 가진 아내가 갑자기 진통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 1년 동안 골프는 제쳐두고 가족을 돌보는 데 온 힘을 쏟았다. 애국심도 빼놓을 수 없다. 미켈슨은 지난 1월 자신과 아내의 이름을 딴 기금을 창설했다. 출전 대회마다 버디 하나당 100달러, 이글 하나에 500달러를 적립해 특수작전 중 사망한 장병들의 자녀들에게 대학 학비 전액을 장학금으로 지원한다. 기적같이 부활한 미켈슨의 샷이 국민적 성원까지 등에 업고 올해 얼마나 많은 위업을 이뤄낼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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