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

한겨레21

기사 공유 및 설정

[Q&A] 수박 껍질은 ‘음쓰’, 된장은 ‘일쓰’

[도와줘요, 겨리]
헷갈리는 음식물쓰레기 Q&A
등록 2021-08-04 01:32 수정 2021-08-04 11:18
인천 부평구에 설치된 음식물쓰레기 감량기. 인천시청 제공

인천 부평구에 설치된 음식물쓰레기 감량기. 인천시청 제공

먹음직스러웠던 음식은 수저를 내려놓는 순간, 쓰레기가 되죠. 음식을 남겼다는 죄책감에 괴롭고, 이를 모아 꽁꽁 싸매고 얼리고 밀폐하는 보관은 번거롭습니다. 헷갈리기도 하죠. 채소를 손질하다, 찌개를 끓이다 남은 부산물을 음식물쓰레기로 버려도 되는지 멈칫한 적 누구나 있을 것입니다. 음식물쓰레기 앞에서 떠올려봄직한 대표적인 궁금증 여섯 가지를 정리해봤습니다. 이것저것 따지다보면, 결론은 하나로 좁혀지는 것 같습니다. 역시 음식물쓰레기는 최대한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것으로요.

○○○은 음식물쓰레기인가요, 아닌가요?

음식물쓰레기 일부는 가축 사료로 재가공되기 때문에 ‘동물이 먹어도 괜찮은가’ 고민하는 게 도움된다고 알려져 있죠. 그렇게 생각하면, 딱딱하고 뾰족한 동물뼈와 생선뼈는 일반쓰레기로 버려야 한다는 것을 어렵지 않게 추론할 수 있습니다. 복숭아·살구·감의 딱딱한 씨, 콩·쌀·보리 등 곡식의 왕겨, 고추씨도 일반쓰레기로 분류해야 합니다. 커피나 차, 한약 찌꺼기도 재사용이 어려워요. 껍질은 껍질 나름인데요. 바나나, 고구마, 감자, 귤, 수박은 부드럽고 얇아 음식물쓰레기로 분류되지만 파뿌리나 옥수수·파인애플·양파 껍질은 일반쓰레기로 버려야 합니다. 견과류나 갑각류, 달걀 껍데기도 일반쓰레기입니다.

성분을 살펴봐야 하는 것도 있습니다. 쌈장, 고추장을 비롯한 장류는 염분이 많기 때문에 가축 사료나 비료로 사용할 수 없고요. 돼지비계와 내장은 포화지방산이 많아 가축 사료로 부적합합니다. 독성이 있는 복어의 내장이나 알도 마찬가지겠죠.

어떤 지자체는 동물뼈, 과일씨도 음식물쓰레기라던데요.

음식물쓰레기는 중간처리 과정을 거쳐 사료·퇴비·연료화되는데, 지자체마다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분리배출 기준도 달라질 수 있습니다. 정확한 배출 기준은 지자체 누리집을 참조해야 합니다.

전남 순천은 2014년부터 뼈다귀, 어패류 껍데기, 달걀 껍데기, 과일씨도 음식물류폐기물로 분류합니다. 순천은 일반쓰레기로 고형연료제품(SRF)을 만드는데, 일반쓰레기로 분류된 동물뼈나 달걀 껍데기 등이 기기 효율이나 제품의 질을 떨어뜨려서 이를 아예 음식물류폐기물로 분류한 것입니다. 그러나 음식물쓰레기 자원화 과정에서도 기기 고장이 빈번하게 발생해 방침을 변경해야 한다는 논의가 나오고 있습니다.

음식물쓰레기 분류를 전적으로 시민들에게 떠맡기는 대신, 공정을 개선해 기준을 단순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대신 이쑤시개나 철사 등 누가 봐도 음식물쓰레기가 아닌 것이 배출되지 않도록 홍보에 집중해야 한다는 거죠.

2019년 6월11일 동물해방물결 회원들이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개와 돼지 등 동물에게 음식물쓰레기 사료 급여를 전면 금지할 것을 촉구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2019년 6월11일 동물해방물결 회원들이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개와 돼지 등 동물에게 음식물쓰레기 사료 급여를 전면 금지할 것을 촉구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음식물쓰레기로 만든 사료를 동물에게 먹여도 괜찮은가요?

유기물이 섞인 음식물쓰레기는 자원으로서 재활용 가치가 크다는 게 행정 당국의 시각입니다. 사료화도 남은 음식물을 먹여 가축을 기르던 과거에서 기계와 공정을 개선해 지금에 이른 것으로, 정해진 규정을 지킨다면 문제없다고 설명하지요. 썩은 음식물이나 곰팡이가 핀 음식물을 버려도 음식물쓰레기를 일정 온도, 시간에 맞춰 가열한다면 (사료의 질은 떨어질지언정) 동물에게 무해하다고 설명합니다. 그러니까 음식물쓰레기를 사료로 만들려면 농림축산식품부 고시에서 정한 공정을 준수해야 합니다.

그러나 동물권리를 옹호하는 시민단체는 이를 강하게 비판합니다. 동물은 음식물쓰레기 처리기가 아니라는 거죠. 동물권행동단체 카라(KARA)의 전진경 대표는 “동물의 정상적인 섭생을 존중해줘야 한다. 건식 사료는 동물이 줘도 안 먹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먹지 않고 남은 음식물을 주는 것도 아니고, 오염된 폐기물을 모아서 동물에게 준다는 발상 자체가 잘못됐다”고 말했습니다. 음식물쓰레기 재활용보다 배출량 감소에 정책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현재 돼지에게 음식물쓰레기 사료 사용은 전면 금지됐습니다. 2019년 9월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발병하면서 아프리카돼지열병을 유발할 만한 원인을 원천 차단하기 위해 음식물쓰레기로 만든 사료 급여도 전면 중단한 것입니다. 아프리카돼지열병은 돼지나 멧돼지에게 발생하는 바이러스성 질병으로 치료 방법이 없답니다.

폐식용유, 폐의약품은 어떻게 버려야 하나요?

생활계 유해폐기물이란 생활폐기물 중 질병을 유발하거나 신체를 손상시키는 등 인간과 환경에 피해를 주는 폐기물을 말하는데, 폐의약품도 여기에 포함됩니다. 2021년 5월 식수원인 한강에서 발기부전 치료제 성분이 검출됐다는 한 대학 연구진의 연구 결과가 발표돼 충격을 주었지요. 이런 의약품을 변기나 하수구에 버리면 하수처리장을 거쳐도 제대로 분해되지 않습니다. 의약품은 동네 약국이나 보건소 등에 가져다줘야 합니다.

폐식용유는 음식물이나 일반쓰레기와 분리해 버려야 합니다. 변기나 싱크대로 흘려보내면 안 되고 휴지나 종이에 흡수시켜 종량제봉투에 버려야 합니다. 동주민센터에 폐식용유 수거함이 있으면 이물질이 섞이지 않게 모아뒀다가 이곳에 버리면 되고요. 폐식용유 수거함을 마련해둔 대규모 아파트 단지도 있는데 수거의 비효율성을 이유로 제대로 운영되지 않는 일이 많다는군요.

가정용 음식물 건조기 등을 사용하면 환경에 도움되나요?

음식물쓰레기는 냄새나고 지저분하다는 인식 때문에 건조기 같은 감량기를 인터넷에서 검색해보게 되죠. 건조기는 미생물, 바람 등을 이용해 음식물쓰레기를 건조·분해하는데 가격이 수십만원을 호가합니다. 사용자에게는 편리할 법한 이 제품이 환경에 도움되는지는 전과정평가(LCA·Life-Cycle Assessment)나 소비자 반응 등 여러 기준을 적용하고 검토해 종합적으로 판단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전과정평가는 제조부터 폐기물 관리까지 전 과정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방법입니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 소장은 “발생원에서 퇴비화해 해당 지역에서 퇴비로 활용할 수 있는 모델(발생원 자원순환 모델)을 고려해볼 수 있다”고 말합니다. “수분이 많은 음식물쓰레기를 악취가 나는 상태로 장거리 운반해 자원화하는 것보다 발생원에서 수분을 증발, 발효시켜 그 지역에서 순환시키는 게 에너지를 절약하는 방법이 되지 않겠는가. 이런 구도에서 (음식물쓰레기) 감량기 사용을 고려해봄직하다”는 이야기입니다.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가정용 오물분쇄기, 생분해 거름망은 왜 논란이 되나요?

주방용 오물분쇄기는 1995년 하수도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 판매·사용을 고시로 금지했지만 2012년 법적으로 인증받은 제품에 한해 사용이 허용됐습니다. 제대로 된 주방용 오물분쇄기는 음식물 찌꺼기의 20% 미만만 하수도로 배출되고, 남은 음식물 찌꺼기는 80% 이상 회수통으로 거둬들여 음식물 종량제봉투로 배출해야 합니다.

그러나 회수통이나 내부 거름망을 제거·훼손한 불법 제품이 횡행한다는 지적이 커졌죠. 음식물 찌꺼기가 100% 하수도로 배출되면, 관로가 막혀 악취가 나거나 하천 수질이 악화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요. 윤준병 더불어민주당 의원(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의원실이 인증업체 판매실적을 종합해보니 누적 판매량(2020년 12월 기준)이 약 18만 개에 이른다고 하는데, 그렇다고 집집마다 돌며 단속할 수도 없는 노릇이어서 골치가 아픕니다. 2021년 5월 윤 의원은 주방용 오물분쇄기의 제조·판매·사용을 금지하는 하수도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습니다.

음식물쓰레기를 처리하기 싫어서 활용하는 제품에 생분해 거름망도 있습니다. 싱크대 거름망에 이 거름망을 덧씌워 음식물쓰레기가 쌓이면 그대로 음식물 쓰레기봉투에 갖다버리는 식인데요. 이 제품도 논란이 분분합니다. 음식물쓰레기 자원화 과정에서 실제 생분해되는지 장담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서울환경연합의 조민정 활동가는 “어떤 조건에서 생분해되는지가 중요하다. 생분해는 국내에서는 보통 58(±2)도에 6개월 정도 묵혀야 하는데, 음식물쓰레기 자원화 방식(사료화나 퇴비화, 바이오가스화)과 그 생분해 조건은 맞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생분해라고 하면 친환경적일 것이라는 인상을 주기 때문에 일회용품 사용을 부추기는 문화를 만들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하네요.

고한솔 기자 sol@hani.co.kr

참고 문헌

서울시 음식물류폐기물 분리배출 기준(서울시 적용 기준 2020년 4월)

먹깨비가 알려주는 ‘음식물쓰레기’ 분리배출법, 서울시, 2020년 7월

환경부, <생활폐기물 처리 및 재활용 관련 규정집>, 2017년 12월

홍수열, <그건 쓰레기가 아니라고요>, 슬로비, 2020년 9월,

<오늘부터 조금씩 제로 웨이스트>, 장서영(그린라이프), 비즈니스맵, 2021년 5월

한겨레는 타협하지 않겠습니다
진실을 응원해 주세요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