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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통의 전자우편을 받았습니다. 3월13일 <한겨레>에 ‘전교생 1242명 : 178명…임대아파트 옆 학교는 ‘작은 섬’’이라는 기사가 실린 날이었습니다. 제1304호 표지이야기 ‘1반만 있는 도시학교’의 세 개 보도를 요약해 예고한 기사였습니다. 전자우편들의 발신인은 전교생 178명의 작은 학교로 소개된 ○○초등학교와 그 곁의 ○○중학교에서 지낸 학생, 학부모, 선생님이었습니다.
세 분은 같은 말을 했습니다. 작지만 따뜻한 학교에서 학생들이 알차게 배우고 즐겁게 생활하며 행복한 시절을 보낸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기사가 ‘영구임대아파트에 대한 배제와 기피로 작아진 학교’로 ○○초등학교와 ○○중학교의 이름을 공개해 학생·학부모·선생님에게 큰 상처를 입혔다고 했습니다. 한 달간 해당 지역에 머물며 23명의 학생·학부모·교사·주민들로부터 들은 이야기에, 별도로 수집한 기초 자료를 더해 기사를 작성했지만 세 분을 포함해 학교 구성원들이 ‘낙인 효과’를 크게 우려했기에, <한겨레21>은 온라인 기사에서 학교 이름을 가명으로 수정했습니다.
“굳이 아파트와 학교 이름을.” “기사에 아파트 이름이랑 학교 이름을 실명으로 거론하면 낙인 효과가 더 커질 건데 기자가 생각이 없나? 그냥 신도시에 A학교 B학교 이러면 될걸.” 학교의 실명 보도에 대해선, 학교 구성원이 아니더라도 댓글을 통한 일부 독자의 비판이 있었습니다.
취재하는 두 달 동안 학교 이름을 공개할 것인지를 고민했습니다. “기사의 취지와 상관없이 아이들과 학교에 낙인이 될 수 있다.” “이름을 밝히지 않으면 문제가 쉽게 묻힐 수 있다.” 뉴스룸 안에서도 여러 의견이 있었습니다. 기사 마감 날까지 토론은 이어졌습니다. 그 끝에 하나의 원칙에 합의했습니다. 학교가 더 작아지기 전에 임대아파트 옆 소규모 학교에 대한 공론화가 필요하다고 말입니다.
취재 과정에서 이 문제 해결에 권한과 책임이 있는 사람들의 반응을 확인했습니다. “임대아파트를 철거하고 재건축하지 않는 한 이 문제는 해결이 안 된다.” “우리도 매년 고민해왔는데 여러 가지가 얽혀 있어서 해결이 어렵다.” “현실은 알고 있지만 교육기관이 임대아파트를 구분해 이야기하는 자체가 맞지 않다.” 다들 임대아파트 옆에 소규모 학교가 많이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해결책을 찾을 수 없다고 단정했습니다. 이들을 움직이기 위해서라도 문제를 특정해야 하고, 그러려면 문제를 온전히 드러내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굳이 학교 이름을 밝힌 이유를 설명하고 싶었습니다. 그럼에도 온라인 기사에서 일부 학교의 이름을 다시 가린 이유도 설명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불편한 기사가 불편한 현실을 조금이라도 바꾸는 데 보탬이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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