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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91호 표지 글귀인 ‘끝까지 이럴래’는 원래 표지 문구 후보를 놓고 동료들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무심코 나온 말이었습니다. 예전에 소설가 박민규의 단편 <끝까지 이럴래?>를 재밌게 읽었는데 국회 상황을 보면서 머릿속에 숨어 있던 문장이 슬쩍 삐져나왔나 봅니다. 자유한국당이 11월29일 여야가 처리하기로 했던 비쟁점 안건 199건 모두에 필리버스터(무제한토론)를 신청하며 20대 국회가 마지막까지 여야 대치로 멈춘 풍경과 ‘끝까지 이럴래’라는 문장이 묘하게 어울리는 듯해 표지 문구로 최종 선택됐습니다. 인쇄된 표지를 보며 그래도 잡지가 배달될 즈음에는 한국당이 한발 물러서 여야 협상으로 이견을 좁힌 뒤 예산안과 선거법·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을 처리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밀린 숙제’를 처리하고 내년 4월에 치러지는 총선으로 21대 국회에 바통을 넘겨줄 거라고 말이죠.
하지만 이 글을 쓰는 12월12일 현재 국회 본회의장 앞에서 한국당은 “나를 밟고 가라”는 펼침막을 펴고 농성하고 있습니다. 4+1(더불어민주당·바른미래당·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 협의체 주도로 통과된 예산안 처리를 ‘날치기’로 규정하고 선거법과 공수처법 처리를 막겠다고 합니다. 이는 야당의 정치적 선택인 동시에 권리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한국당은 7년 전 여야가 합의해 도입한 국회선진화법의 의미를 한 번쯤 되새겨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국회에서 반복돼온 ‘몸싸움’을 막겠다는 취지로 도입된 선진화법 정신을 요약하면 여야가 ‘최선’을 찾지 못할 경우 물리적 충돌 대신 대화와 타협으로 ‘차선’을 찾으라는 것입니다. ‘아무것도 결정하지 못하는 정치’ ‘비토크라시’(상대 정당의 모든 것을 반대하는 극단적인 거부 정치) ‘역대 최악의 국회’라는 오명에 시달린 20대 국회가 명예회복을 하는 방법은 그리 멀리 있지 않을 것 같습니다.
2012년 5월2일 선진화법을 처리한 뒤 정의화 당시 국회의장은 7년 뒤의 상황을 예견하듯 다음과 같은 당부를 합니다. “선진 국회는 결코 제도로만 달성되는 것이 아닙니다. 정치문화와 관행이 선진화되어야 합니다. 특히 여야 의원들이 소신과 양심에 따라서 자유롭게 투표할 수 있는 정치풍토가 반드시 선행되어야 합니다. (…) 막중한 책임의식을 가지고 선진 정치문화 정착을 위해서 앞장서주실 것을 간곡히 부탁드리는 바입니다.”
참고로 소설 <끝까지 이럴래?>는 내일 지구가 거대한 혜성에 부딪혀 멸망을 앞두고 있음에도 아파트 위층과 아래층에 사는 사람이 층간소음 문제로 다투다가 함께 술을 마시는 이야기입니다. ‘내일’ 대신 ‘오늘’의 문제로 갈등하는 소설 속 인물들 모습에서 기시감을 느끼는 것은 제 착각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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