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

한겨레21

기사 공유 및 설정

외롭지 않길 바랍니다

등록 2019-05-28 09:54 수정 2020-05-03 04:29

제1263호 표지 ‘은둔형 외톨이’ 기사를 쓸 생각을 한 것은 2018년 말이었습니다. 시작은 친구의 하소연이었습니다. 친구에겐 10년 넘도록 집에서만 생활하는 동생이 있습니다. 친구는 동생 걱정에서 놓여나지 못했습니다. 특히 명절 때 본가에 다녀오면 며칠씩 앓기도 했습니다. 동생을 어르고 달랬지만,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간혹 상태가 좋으면 외출하거나, 몇 달간 일하기도 했지만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표지이야기 속 당사자들처럼 말입니다. 친구는 동생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물어볼 곳이 없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부모님이 돌아가신 뒤 동생 혼자 어떻게 살지 걱정했습니다. “고독사 기사를 볼 때마다 남 일이 아닌 것 같아”라는 친구의 말이 가슴을 찔렀습니다.

막상 기사를 쓰려고 마음먹고 당사자들을 만나기까지 3개월이 걸렸습니다. 통계도 지원단체도 없는데다 방에 박힌 사람들을 만나기란 쉽지 않았습니다. 지난해 12월 말 은둔형 외톨이들이 활동하는 다음 카페에 인터뷰 요청글을 올렸지만 반응은 없었습니다. 한 달쯤 지났을까, 울산에서 시설관리직으로 일하는 안지호(가명)씨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그는 제게 전화하기까지 약 한 달을 망설였고, 만나는 데까진 더 오래 고민하는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그리고 부산에서 그를 만났습니다. 그의 눈동자는 시선을 두지 못하고 흔들렸습니다.

표지이야기에서 만난 당사자들은 현재 방 안에 틀어박힌 상태는 아니었습니다. 최근까지 은둔 생활을 했고, 방에서 나오려 애쓰는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리고 다시 방에 들어가지 않겠다는 다짐으로 하루하루 버티는 사람들이었습니다. 현재 은둔 중인 이들은 상담사와 가족을 통해 만나보려 했지만 거절당했습니다.

인터뷰에 적극적인 것은 오히려 부모님들이었습니다. 은둔형 외톨이 자녀를 둔 가정이 어떻게 피폐해졌는지 가감 없이 설명했습니다. 그분들이 이야기한 목적은 단 하나였습니다. 은둔형 외톨이를 없는 사람으로 대하지 말고 정부에서 도와달라.

지난 3월 은둔형 외톨이 부모 모임에서 만난 부모들은 일본 은둔형 외톨이 부모들에게 위로받았다고 말했습니다. 위로의 말은 대단하지 않았습니다. “내 아들은 은둔형 외톨이가 된 지 20년이 넘었어요. 다 지나가는 일이에요.” 이렇게 대수롭지 않게 얘기하는 일본 부모들 덕에 나만 겪는 불행이라는 생각에서 벗어났다고 합니다. 부모들은 자녀와의 관계 회복을 위해 자책하는 대신 응원을 선택했습니다.

당사자들은 자신이 다시 방에 들어갈 수도 있음을 알았습니다. 그래서 그들의 은둔은 어쩌면 현재진행형입니다. 인터뷰한 당사자 한 명이 기사가 나간 뒤 문자를 보냈습니다. “아직 저는 흔들리는 사람이고, 스스로를 믿고 잘해나갈 수 있으리라는 희망보다 조금 더 많이 불안하고 두려워요.” 그리고 마지막에 “수경씨도 외롭지 않은 날들이길 바라요”라고 썼습니다. 방에 있는 그들이, 문 밖으로 한 발짝 내디딘 그들이 외롭지 않길 바랍니다. 그리고 그들이 외로움에서 벗어나려 할 때 손 내밀어줄 누군가가 있었으면 합니다.

장수경 기자 flying710@hani.co.kr
이 후원제를 시작합니다
이 기존 구독제를 넘어 후원제를 시작합니다. 은 1994년 창간 이래 25년 동안 성역 없는 이슈 파이팅, 독보적인 심층 보도로 퀄리티 저널리즘의 역사를 쌓아왔습니다. 현실이 아니라 진실에 영합하는 언론이 존속하기 위해서는 투명하면서 정의롭고 독립적인 수익이 필요합니다. 그게 바로 의 가치를 아는 여러분의 조건 없는 직접 후원입니다. 정의와 진실을 지지하는 방법, 의 미래에 투자해주세요.

*아래 '후원 하기' 링크를 누르시면 후원 방법과 절차를 알 수 있습니다.
후원 하기 http://naver.me/xKGU4rkW
문의 한겨레 출판마케팅부 02-710-0543




독자 퍼스트 언론, 정기구독으로 응원하기!


전화신청▶ 1566-9595 (월납 가능)
인터넷신청▶ http://bit.ly/1HZ0DmD
카톡 선물하기▶ http://bit.ly/1UELpok


한겨레는 타협하지 않겠습니다
진실을 응원해 주세요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