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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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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6-03-22 15:10 수정 2020-05-03 04:28

디지털은 의 연인이자 적이다. 증오하지만 사랑하고, 죄를 지으면서도 혁명하는 일의 파트너다. 어지간하면 마주치고 싶지 않지만, 언제나 곁에 두고 싶기도 하다.

만큼 암팡진 매체가 또 어디 있나 싶은데 세상의 다수는 그걸 몰라준다. 디지털 세상이 시작되면서 모든 것이 바뀌었다. 창간 22주년을 관통중인 이 매체는 불과 1년 뒤 운명을 궁금해하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현재에 몰입해야 한다고 스스로 채찍질하지만, 그래도 미래의 돌파구는 디지털에 있지 않을까 자꾸 살펴보는 것이다.

그런 복잡한 사정을 흉중에만 품고, 아는 게 없어 여기저기 기웃거리며 사람들을 만나왔다. 그 가운데 봄날 쑥 돋듯 아이디어가 솟는 이들을 처음 알게 됐으니, 정김경숙 구글코리아 상무와 강정수 디지털사회연구소 소장 등이다.

지난해 가을, 파스타를 대접하며 정김 상무의 이야기를 들었다. 그의 여러 아이디어 가운데 ‘완전히 새로운 형태의 (언론) 인턴십’이 있었다. 설명을 듣고선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마 기성 언론사들이 협조하지 않을 겁니다.” 디지털만 모르는 게 아니라 세상 물정도 잘 모르는 주간지 편집장의 군소리에 그는 굴하지 않았다. 강정수 소장과 함께 일을 저질렀다. ‘구글 뉴스랩 펠로우십’이 시작됐다.

구글은 예산을 지원했다. 인턴 기간 동안 적정 수준의 ‘격려금’을 연수생들에게 제공했다. 커리큘럼은 강정수 소장과 이성규 블로터닷넷 팀장이 마련했다. 기성 언론에 취업하도록 돕는 게 아니라, 그들 스스로 뉴미디어를 만들 수 있도록 교육하고, 그 과정에서 기성 언론의 조력을 얻자는 게 뼈대였다. 디지털 저널리스트를 꿈꾸는 수백 명이 지원했다. 그 가운데 16명을 뽑았다.

이들과 협업할 파트너 언론사도 공모했다. 초기 논의를 엿들었으니 혹시 ‘혜택’이 있을까 은근 기대했으나 한 땀 바늘을 들이밀 여지가 없었다. 선발된 연수생 16명이 각 언론사의 (언론사 이름을 가린) ‘제안서’를 평가했다. 경쟁을 거쳐 선발된 4곳의 언론사 가운데 도 겨우 포함됐다.

연수생은 기획자, 그래픽 디자이너, 동영상 제작자, 프로그램 개발자 등 4명씩 팀을 이뤄 4곳의 언론사와 짝을 맞췄다. 과 함께 일하게 된 참가자들은 스스로를 ‘닌’(NIN)이라 이름 지었다.

지난 석 달여 동안, 우리는 20~26살의 ‘닌’ 기자들에게 밥과 술을 사고, 아이템 구상에 조언을 주고, 다른 팀에 밀리지 말라고 잔소리를 했다. 나머지는 그들의 방식으로 진행됐다. 그들이 고안한 ‘뉴스 생산과 유통’은 장기간 심층 취재에 기초해, 다수의 동영상 클립으로 수용자를 모으고, 수용자들이 자신의 문제를 착근시킬 수 있도록 인터랙티브를 제공하고, 그 실체를 살펴볼 수 있는 장문의 기사를 준비하는 것이었다. 그들이 만든 뉴스 콘텐츠는 수만 명의 클릭을 얻었다.

NIN 페이스북 갈무리

NIN 페이스북 갈무리

창간 22주년을 맞은 은 그 결실을 표지이야기로 싣는다. 22살의 실험을 독자들 앞에 내놓는다. 이것은 청년과 중년, 뉴미디어와 올드미디어,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만남이다. 이 매체의 미래를 그들과 함께하지 못할 이유가 어디에 있겠는가. 2016년은 그런 실험의 시간으로 촘촘히 채워질 것이다. 1년 전, 처음 편집장으로 와서 다짐했던 것처럼 다시 ‘뉴저널리즘’이다. 이것이 이 생을 견뎌내는 우리의 방식이다.

안수찬 편집장 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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