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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님, 반갑습니다. 하루 가 멀다 하고 동생을 괴롭 히며 평생 ‘갑’의 처지로 살아온 제 어린 시절이 갑 자기 부끄러워지네요. 동 생아, 미안했다. 그러고 보 니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는 문제군요. 약이 오르 다…. 약이란 뭘까요. 의 문은 의외로 간단하게 풀 렸습니다. 충북대학교 국문과 조항범 교수에 따르면 ‘약’이란 우리가 아플 때 먹는 약과 같은 말이랍니다. ‘고추가 약이 올라 맵다’는 말도 있지요. 그러니까 식물의 맵거나 쓰거나 독한 성질을 ‘약’이라고 한답니다. 조 교수는 “식물의 독 한 기운이 오르는 모양을 사람의 심리 상태에 빗대어 관용적으로 사용한 것으 로 추정된다”고 설명합니다. 생각해보면 그렇습니다. 모든 질병의 치료를 한방 에만 의존할 수밖에 없던 시절, 각종 식물들이 약재로 사용됐습니다. 산속에 자라는 식물들의 뿌리와 잎, 줄기 등을 말리고 다져서 달여냈으니 지독하게 쓸 수밖에요.
재미있는 것은 영어에도 비슷한 표현이 있다는 겁니다. 바로 쐐기풀을 뜻하는 ‘네틀’(Nettle)인데요. ‘야생 푸성귀’라고 부르기도 하지요. 잎과 줄기에 잔털이 많 고, 히스타민과 포름산 성분이 있어서 피부에 닿으면 불에 덴 것처럼 따갑고 물 집이 생기기도 합니다. 우리가 ‘약이 오르다’는 말을 사용하는 것처럼, 영어권에 서도 이 쐐기풀을 만져서 피부가 상한 모양을 ‘약이 오르다’ ‘기분이 나쁘다’ ‘짜 증나다’라는 의미로 사용합니다. 예문을 들어보면 ‘It nettles me’ 정도가 되겠네 요. 쐐기풀에 쏘인 경험이 없어서 잘은 모르지만, 버지니아 울프의 일기를 모은 책의 제목이 인 것을 보면 뭔가 실존적 아픔까지 느껴지는 것 같네요.
쐐기풀은 전세계 온대와 열대 기후권에서 폭넓게 자라고요, 우리나라에서도 중 부 이남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식물이랍니다. 서양에서는 식재료로 폭넓게 사용 되고 달여서 차로 마시기도 하지요. 이뇨 작용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고 하니까, 한약과 마찬가지로 약으로도 사용되는 셈입니다. 프랜시스 케이스가 낸 은 그 맛을 “시금치에 비유되곤 하지만, 특유의 찌릿한 요오드 향을 풍긴다. 갓 데친 쐐기풀의 선명한 녹색은 그 어떤 잎 채소도 따라갈 수 없다”고 소개하고 있군요. 영국에는 이 쐐기풀을 데치거나 가 공하지 않고 날로 먹는 대회까지 있다네요. 맥주를 함께 마시는 것은 괜찮지만, 입속의 자극을 완화하는 다른 약품이나 음료는 허용하지 않는답니다. 그렇게 자극적인 쐐기풀을 날로 먹다니. 이 사람들, 왜 이러는 걸까요.
마지막으로 황지은 독자님의 언니에게도 한 말씀 드리고 싶네요. 다 압니다. 동 생에 대한 애정과 관심의 다른 표현이라는 것을요. 저도 그랬으니까요. 그래도 너무 심하게 약 올리진 마세요. 사랑하는 동생에게 ‘쐐기풀 같은 고통’을 안겨줘 서야 되겠습니까.
송호균 기자 uknow@hani.co.kr한겨레21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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