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자살공화국
2003년 100명, 2006년 108명, 2008년 137명, 2009년 202명.
무슨 통계일까.
교육과학기술부가 4월10일 각급 학교에 ‘자살예방위기관리위원회’를 설치한다며 밝힌 초·중·고교생 자살 현황이다. 2009년 기준으로 이틀에 한 명 넘는 학생이 자살한 셈이다. 교과부가 시·도교육청을 통해 취합한 자료라, 실제 자살한 학생은 더 많을 수 있다. 통계청이 2010년 9월9일 발표한 ‘2009년 사망원인 통계 결과’를 보면, 자살은 10~30대에서 사망 원인 1위였다. 40~50대에서도 2위를 차지했다. 2009년 한국의 자살률(10만 명당 자살자)은 28.4명.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 11.2명의 세 배에 가깝다. 단연 1위다. 하루에 42.2명, 34분에 한 명꼴로 자살했다. 전년에 비해 한국의 전체 자살률은 19.3%, 10대 자살률은 40.7% 급증했다.
2. 악마의 맷돌
수험생 자녀를 둔 부모는 안다. 지구가 무엇을 중심으로 도는지. 입시준비생이 있으면 가족 나들이는 없다. 공부에 방해될까봐 텔레비전도 못 본다. 엄마는 알바를 뛰고, 아빠는 친구들과 술 마시고 술값을 내지 않으려고 화장실로 도망간다. 그 어떤 모욕에도 회사를 그만둘 수 없다. 그렇게 매달 수십만~수백만원의 학원비를 댄다. 그 돈을 실탄 삼아 초등학생은 일제고사로, 중학생은 특목고 준비로, 고등학생은 대입 준비로 ‘새벽별보기운동’에 여념이 없다. 대학생은 등록금 벌려고 알바하랴 취업 준비하랴 연애할 시간도 없다. 다들 ‘내일’을 위해 ‘오늘’을 견딘다. 그래봐야 결과에 만족할 이는 1%도 안 된다. 절대다수가 상처받고 좌절한다. 행복한 미래는 영원히 가닿을 수 없는 신기루다. “인생이 늘 이렇게 사력을 다해 살아야 하는 거라면 이젠 끝내고 싶다”는 하소연은 섬뜩하다. 무한 성적 경쟁은 그렇게 죽음을 부른다. 카이스트 학생들의 연쇄 자살이 웅변하듯, 상위 1%도 힘겹기는 마찬가지다.
3. 학생인권조례
유엔의 ‘아동의 권리에 관한 협약’(Convention on the Rights of the Child)은 ‘아동이 권리의 주체’라고 선언한 국제법이다. 차별금지(2조)와 “아동의 최선의 이익 최우선 고려”(3조1항)를 강조한다. 근자엔 ‘아동의 의사결정권’(12조) 규정이 국제사회의 뜨거운 관심사다. 이 협약의 ‘아동’이란 “18살 미만의 모든 사람”이다. 가장 많은 국가(193개국)가 비준한 국제법인데, 미국·소말리아만 비준하지 않았다.
서울학생인권조례제정을 위한 시민발의운동(www.sturightnow.net)이 한창이다. 어른들은 아동을 성인이 될 때까지 권리를 유보하고 ‘공부’에만 전념해야 할 미래의 존재로 여기는 경향이 강하다. 하지만 당사자인 아동은 오늘을 산다. 지금 이 순간 자기 뜻에 따라 살고 싶어한다. 결국 조례안을 둘러싼 논란의 핵심은 유엔아동권리협약 제12조 ‘아동의 의사결정권’ 인정 여부다.
“선생님께서 저희들에게 의견을 물어보시고는 저희 말은 듣지 않고, 계속 선생님 의견으로 몰고 가요. 그럴 땐 너무 싫고 짜증나요.”(12살) “공부하기 싫은데 엄마가 지금 당장 하라고 소리쳐요. 공부는 하고 싶을 때 하면 안 되나요?”(10살) ‘세이브더칠드런코리아’가 작성한 ‘유엔아동권리위원회에 보내는 대한민국 아동 보고서’(2010년 12월)가 전한 육성이다. 누군 하기 싫은 야자(야간자율학습)에 강제로 끌려가고, 누군 야자를 하고 싶어도 성적이 낮다는 이유로 배제된다.
서울학생인권조례안을 발의하자면 19살 이상 서울 시민의 1%에 해당하는 8만2천 명의 서명을 5월11일까지 받아야 하는데, 4월 29일 현재 서명자는 6만5천여 명이다. “성인이 되신 모든 사람들이 청소년이었고, 학교 다닐 때 부당한 일, 서러운 일 당해보신 적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그때 했던 학교가 바뀌었으면 좋겠다는 상상. 그것을 다시 한번 떠올리며 서명을 위해 펜을 들어주시기 바랍니다.” 당사자인데도 발의 자격이 없어 ‘어른들’의 서명을 받으려고 동분서주하는 청소년의 한 명인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활동가 둠코의 호소다.
한겨레21 편집장 이제훈 nom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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