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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 소리를 들으면 오줌 누고 싶어요

등록 2010-12-23 15:47 수정 2020-05-03 04:26

Q. 양치를 하기 위해 화장실로 갑니다. 묘하게도 쉬~ 하는 시간이 아닌데 쉬가 나오려고 합니다. 손에 물을 묻히거나 물을 느끼는 경우 갑자기 오줌이 마려워집니다. 물소리를 듣는 경우도 마찬가지고, 또 엄마들이 아기들 오줌 뉠 때 ‘쉬~’ 소리 내는 것도 생각납니다. 별난 질문, 궁금했습니다.(조민형)

한겨레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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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형용사는 ‘-어지다’를 붙여 동사형이 되곤 합니다. ‘마렵다’라는 형용사를 동사 ‘마려워지다’로 만들어주는 것은 ‘-어지다’뿐만이 아니라 ‘쉬~’라는 소리도 포함되는가 봅니다. ‘쉬~’라는 소리를 들으면 어딘가 화장실에 가고 싶은 생각이 드니까요.

오줌을 누는 소리는 ‘쉬~’입니다. 아이들의 오줌을 표현하는 단어는 ‘쉬’ ‘쉬야’ 등입니다. 만국 공통어는 아니어서, 영어의 유아어는 ‘피’(pee)입니다. 이 단어는 언어의 ‘자의성’(소리와 의미의 결합은 무작위적이다)을 벗어납니다. ‘본능적으로’ 오줌을 부르는 말은 대상을 직접 연결합니다. 연상작용이 높은 것이지요. 종소리를 듣고 침을 흘릴 수도 있는데(‘파블로프의 개’), ‘쉬~’ 소리를 듣는 순간 ‘쉬 행위’를 자극받는 것은 참 쉽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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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의 경우 배변 훈련을 위해서 이 ‘쉬~’ 소리를 많이 활용합니다. 특히 잠자리에서 실례를 하는 걸 막기 위해 자기 전에 오줌을 누게 해야 합니다. 이때 필요한 것이 나오지 않는 오줌도 나오게 하는 것입니다.

어른은 200ml의 오줌이 차면 요의를 느끼게 됩니다. 요의를 느끼면 방광을 수축해 압력을 가하고 괄약근을 열어 밖으로 방출되게 합니다. 그런데 방광 내에 요의를 느낄 정도의 양이 없어도, 방광 수축과 괄약근 개방이 동시에 이뤄지면 오줌을 누는 것이 가능합니다. 이때 ‘쉬~’ 소리는 오줌에 집중하게 만들어 도움을 줍니다. 옆에서 누가 ‘쉬~’ 소리를 내주면 더욱 ‘행위’에 집중할 수 있어 좋겠지요.

조카에게 오줌 누이다가 오줌 누고 싶은 경험이 있는 저로서는 그것이 어린이만의 일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어머니의 경우도 가끔씩 화장실 너머 ‘쉬~’ 소리를 들려주시곤 합니다.

‘응원해준다’라는 느낌의 유도 작용은 다른 예도 있습니다. 20년 음주 경력으로 터득한, 오바이트하는 사람을 돕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우웩’ 소리를 같이 내주는 것입니다. 등을 두드려주면서 함께 ‘우웩’ 해주면 그 소리에 맞춰서 구토물이 쏟아져나오곤 합디다(등 두드리다가 따라 쏟아내기도 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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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민형님은 손에 물을 묻히거나 물을 느낄 때도 오줌이 마려워진다고 했습니다. 일상생활에서 몸을 마른 상태로 유지하다가 화장실에서만 손에 물을 묻히게 되는데, 이에 대한 연상작용으로 보입니다. 조민형님은 연상작용이, 상상력이 활발하신 분인 것 같습니다.

구둘래 기자 anyo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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