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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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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림] 인터뷰 특강에 게릴라가 떴다

<한겨레21> 창간 16돌 제7회 인터뷰 특강…
두 명의 외국인 강사 앤디 비클바움과 마쓰모토 하지메를 소개합니다
등록 2010-03-03 08:38 수정 2020-05-02 19:26

“이봐요, 첫사랑 기억해요?” “기억하죠.” “그러면 다섯 번째 사랑은 기억해?” “….”
첫사랑은 아직도 선명한데, 다섯 번째 사랑은 네 번째 사랑과 헷갈리네요. 어제 1차를 계산한 사람은 기억나지만 4차 노래방은 누가 계산했는지 도무지 모르겠네요.
대통령이 ‘대한민국 주식회사’의 최고경영자(CEO)라고 외국 사람들한테 말하는데, 한 나라 최고 수장인 대통령이 한 기업의 최고 수장인 CEO도 하겠다는 말일까요? 어떤 분은 유죄 선고를 받고도 올림픽 유치하는 데 필요하다고 특별사면을 받더라고요. 한국 최고 기업의 전 회장이어서지요. 평범한 시민이 길에 서 있다가 잠깐 도로에 내려선 것을 채증한 뒤 닭장차에 밀어넣어 데려간 곳은 그 ‘최고 기업인’이 풀려난 곳과 같은 사법기관인가요? 정부가 나한테 해준 게 뭐가 있냐는 말, 술 푸면 절로 나오네요.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
이 창간 16돌을 맞아 마련한 제7회 인터뷰 특강의 주제는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입니다. 줄여서 ‘1등 세상’입니다. 이번에는 외국인 두 명이 특강을 합니다. 미국의 앤디 비클바움은 전세계를 대상으로 ‘명의보정운동’을 벌이고 있는 ‘유쾌한 게릴라’입니다. 마쓰모토 하지메는 즐겁기 위해 데모를 하는 ‘가난뱅이 운동가’입니다.
 
일시 및 장소
3월22일(월)~4월6일(화) 매주 월·화 저녁 7~9시(2시간)
서울 마포구 대흥동 서강대 곤자가 컨벤션(470석·서강대 후문 쪽 곤자가 프라자 내 지하 1층·문의 02-711-3115)
접수
한겨레교육문화센터(www.hanter21.co.kr)
2월23일부터 인터넷으로만 선착순으로 접수받습니다.
문의: 한겨레교육문화센터(02-3279-0900)
수강료
개별 강연 1회 수강은 2만원, 전체 6회 수강시 9만6천원(20% 할인)
단, 정기구독자일 경우 전회 수강시 8만4천원(30% 할인)
전회 수강자 특전
전회 수강자에게 아래 책 4권 중 한 권을 드립니다.
(마쓰모토 하지메 지음, 이루 펴냄) (앤디 비클바움·마이크 버나도·밥 스펀크마이어 지음, 씨네21북스 펴냄) (공지영 지음, 한겨레출판 펴냄) (금태섭·김어준·안병수·정재승·진중권·홍기빈 지음, 한겨레출판 펴냄)
각 권 선착순 증정이므로 일부는 원하시는 책을 받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예스맨’ 앤디 비클바움(왼쪽)이 ‘서바이볼’을 소개하고 있다. 서바이볼은 이들이 만든, 지구온난화에 영향을 받지 않고 자기향상성을 유지하는 구다.

‘예스맨’ 앤디 비클바움(왼쪽)이 ‘서바이볼’을 소개하고 있다. 서바이볼은 이들이 만든, 지구온난화에 영향을 받지 않고 자기향상성을 유지하는 구다.

  

‘명의 보정가’ 앤디 비클바움
잘못된 명의를 바로잡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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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19일 미국 워싱턴의 내셔널프레스클럽에서 미 상공회의소가 긴급 기자회견을 자청했다. 상기된 표정의 ‘힝고 셈브라 대변인’은 이내 엄숙한 표정으로 ‘중대 발표문’을 읽어 내려갔다. 내용은 충격적이었다. 상공회의소가 그간의 ‘무지’를 반성하고, 기후변화협약 관련 규제 법안에 찬성하기로 결정했다는 게다.

장내를 가득 메운 기자들이 술렁였다. 상공회의소는 막대한 로비자금을 뿌려가며 기후변화 관련 입법을 무마하기 위한 여론전을 주도해왔던 곳이다. 셈브라 대변인이 “안정적인 기후가 보장되지 않고는 기업 활동도 불가능하다는 점을 이제야 깨닫게 됐다”는 대목을 읽어 내려갈 무렵, 프레스룸 뒤편을 서성이던 한 남성이 갑자기 고함을 치기 시작했다. “거짓말, 당신 누군데 그런 거짓말을 하는 거야.” 그는 셈브라 대변인의 발표 내용을 받아적고 있던 기자들을 향해 이렇게 외쳤다.

“저는 상공회의소에서 나온 에릭 월쉴리겔이라고 합니다. 연단에 있는 저 사람이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분명 상공회의소 직원이 아닙니다. 저 사람은 가짜예요!” 셈브라 대변인이 나무라듯 말했다. “거기 뒤에서 떠드는 분은 누구신가요?”

윌쉴리겔이 기다렸다는 듯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는 댁은 누구요?” 그는 연단 쪽으로 걸어갔다. “명함 있어요? 명함 좀 봅시다.” 셈브라 대변인이 느릿하게 말한다.

“당연히, 명함은 있지요? 그러는 당신은 명함 있어요? 어디 한번 봅시다.”

이미 연단 앞에까지 걸어간 월쉴리겔은 이제 삿대질까지 해가며 쏘아붙였다. “난 있어요. 당신 것 좀 보여줘요. 직함이 뭐예요, 당신? 상공회의소에서 무슨 직책 맡고 있습니까?” 셈브라 대변인이 “난 토머스 도너휴 상공회의소 회장을 보좌하는 사람”이라고 말했지만, 월쉴리겔은 막무가내였다. “거짓말, 거짓말하지 마세요. 당신은 상공회의소 직원이 아니에요. 내 명함 받고 싶으신 분 밖으로 나오세요.”

그가 기세를 올리며 복도로 나가자, 망설이던 기자 몇몇이 따라나선다. 아수라장이 된 회견장에서 셈브라 대변인은 조금은 멋쩍은 표정으로, 하지만 흔들림 없이 나머지 발표문을 읽어 내려갔다. 미리 배포된 보도자료를 바탕으로 이미 을 비롯한 일부 언론사에서 ‘상공회의소의 개심’에 관한 속보를 내보낸 뒤였다. 를 비롯한 미국 유수의 신문들도 앞다퉈 인터넷판에서 관련 소식과 함께 ‘충격’에 휩싸인 업계의 반응까지 담아 자세히 전하고 있었다.

이윽고 회견을 마무리한 ‘힝고 셈브라 대변인’은 기자들에 둘러싸인 채 환한 웃음을 흘렸다. 회견 직후 상공회의소는 긴급 반박 성명을 내놨다. 회견 소식을 자세히 전하던 와 〈CNBC〉 등 경제뉴스 전문 케이블 텔레비전에선 앵커의 다급한 정정 보도 멘트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이게 어찌된 영문일까?

이날 기자회견은 ‘예스맨’이란 단체가 벌이고 있는 이른바 ‘명의 보정’ 작업의 전형적 사례다. 셈브라 대변인? ‘예스맨’의 앤디 비클바움이다. 상공회의소의 ‘정체’를 한 방에 폭로해낸 셈이다. 이튿날 상공회의소가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하겠다고 을러댈 무렵, 앤디와 ‘예스맨’ 친구들은 의회 앞에서 기후변화협약 관련 법안 통과를 촉구하는 집회를 열고 있었다. 침착하게~!

앤디의 본명은 자크 세르빈이다. 1992년 미국 루이지애나주립대에서 문예창작 전공으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미 서부로 삶의 무대를 옮겨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에서 잠시 게임 프로그래머로 활동하기도 했다. 요즘도 유럽과 북미 등지를 떠돌며 비슷한 일을 ‘비정규’로 해가며, 거대기업과 국제기구의 잘못 알려진 ‘명의’를 바로잡아주는 일을 이어가고 있다. 소설도 2권 펴낸 ‘등단 작가’다.

예스맨의 활약상을 담은 책 (빨강머리 출간 예정) 발간과 다큐멘터리 개봉에 맞춰 방한하게 될 그는 “그 맛있다는 한국의 대표 음식 ‘부대찌개’를 이번엔 꼭 먹어보고 싶다”고 벼르고 있다.


‘가난뱅이의 별’ 마쓰모토 하지메
가난한 사람은 꽁치를 굽네
 

마쓰모토 하지메는 ‘가난뱅이의 별’ ‘스트리트 게릴라’다. 일본 도쿄 스기나미구 고엔지에서 재활용 가게 ‘아마추어 반란’ 5호점을 운영하고 있다. 대학 시절 ‘호세대학의 궁상스러움을 지키는 모임’을 결성하고 결행한 식당 밥값 20엔 인상 반대 데모를 시작으로 ‘재미없는 것은 데모가 아니다’란 대전제를 지켜나가고 있다. 추울 때는 난로를 피우고 꽁치를 굽거나(‘가난한 사람은 꽁치를 굽는다’라는 일본 속담에서 나온 것) 찌개를 끓여 사람들을 불러모은다. ‘롯폰기힐스를 불바다로!’라는 무시무시한 전단지를 뿌리고는 역 앞에서 찌개를 끓인다. 무슨 일인가 싶어 다가오는 사람들한테는 “기무라 다쿠야(일본 최고 인기 배우)가 온대요”라고 말한다.

즐겁게 데모를 해보기 위해 구의원 선거에도 나갔다. 합법적으로 역 앞 큰길에서 확성기를 틀어놓고 춤을 춰보고 싶어서다. 낙선했지만 파티는 뻑적지근했다. 400표 이상이면 돌려받는 ‘공탁금’을 돌려받았으니까. 지금은 재활용 가게를 운영하면서 ‘자본주의 없이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을 몸소 실천하고 있다.

“어이, 이렇게 될 바에야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멋대로 살아갈 수밖에 없지 않아? 지금 실업자 지원이나 프리터 대책 같은 걸 봐도 결국 ‘제대로 된 인생을 살아라’ 하는 얘기밖엔 안 돼. 근데 요즘 같은 세상에 ‘제대로’ 하는 게 뭐지? 말도 안 되는 저임금에 일만 죽도록 하다가 피로 좀 풀려고 거리에 나가면 이거 사라, 저거 사라, 귀가 따갑다구… 조오타. 이렇게 된 바에야 멋대로 살아볼까! 야호! 우리 가난뱅이가 이 세상을 한바탕 걸지게 뒤집어보자! 좋아 좋아! 정했어! 축제란 말이다. 시끌벅적 한판이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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