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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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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될까?

국민의힘에 부는 젊은 바람, 선거인단 영남 연고자 많고
70%가 50대 이상인데 과연 가능할까
등록 2021-05-28 17:16 수정 2021-05-29 02:29
5월25일 서울 마포구 누리꿈스퀘어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1차 전당대회 비전 발표에서 당대표로 출마한 이준석 후보가 발표하고 있다. 6월11일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앞두고 이준석 후보가 각종 여론조사에서 압도적 1위를 차지하고 있어 관심을 끌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5월25일 서울 마포구 누리꿈스퀘어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1차 전당대회 비전 발표에서 당대표로 출마한 이준석 후보가 발표하고 있다. 6월11일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앞두고 이준석 후보가 각종 여론조사에서 압도적 1위를 차지하고 있어 관심을 끌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유쾌한 반란을 꿈꿉니다.”

“당대표 선거, 정치개혁 태풍의 눈이 되다!”

“보수의 2030세대 확장 훼방 놓지 마십시오!”

“너는 늙어봤냐? 나는 젊어봤다.”

“새로운 정치를 하겠다더니 언행은 노회한 기성 정치인 뺨친다.”

“이것저것 실험하다 대선 승리의 골든타임을 놓칠 수는 없습니다.”

6월11일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앞두고 느닷없이 세대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국민의힘이 20~30대 유권자 지지에 힘입어 압승을 거둔 여파가 당대표 선출 전당대회까지 밀려들었다.

한순간에 무너진 계파·신구·세대 대결

국민의힘 대표 경선에는 애초에 세 개의 대치 전선이 뒤섞여 있었다.

첫째, 계파 대결이다. 모든 후보가 “다른 후보는 계파를 업고 나왔지만 나는 계파가 없다”고 주장했다. 사실이 아니다. 국민의힘 다선 의원들과 과거 한나라당 친이명박 세력이 지지하는 주호영 후보, 친박근혜 세력의 지지를 기대하는 나경원 후보, 친유승민계가 지원하는 젊은 후보들의 대결 양상이다.

둘째, 신구 대결이다. 당대표는 ‘스펙’이 필요하다. 고위 당직이나 다선 의원을 지낸 사람이 유리하다. 주호영, 나경원, 홍문표, 조경태, 윤영석 후보가 그런 경우다. 이준석 후보도 이 범주다. 그는 10년 경력 정치 베테랑이다. 비상대책위원, 혁신위원장, 최고위원을 지냈다. 여기에 비하면 초선 의원이자 정치 신인 김웅, 김은혜 후보의 대표 도전은 정말 이례적이었다.

셋째, 세대 대결이다. 대표에 도전한 사람들의 나이를 잘 봐야 한다. 홍문표(1947년생), 주호영(60년생) 후보는 60대 이상이다. 나경원(63년생), 윤영석(65년생), 조경태(68년생), 김웅(70년생), 김은혜(71년생) 후보는 50대다. 50대면 장년이다. 대표에 도전할 만하다. 이준석(85년생) 후보는 30대다.

초선 의원이 당대표를 한다고? 30대가 당대표를 한다고? 많은 사람이 설마 했다. 그런데 이준석 돌풍이 불면서 세 개의 대치 전선이 순식간에 허물어졌다. 이제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유일한 관심은 ‘이준석이 정말 되느냐’다.

대한민국 정치사에서 보수 정당의 30대 대표는 천지개벽이다.

“대통령으로 선거될 수 있는 자는 국회의원의 피선거권이 있고 선거일 현재 40세에 달하여야 한다.”

대한민국 헌법 제67조 4항이다. 30대는 대통령 출마 자격조차 없다.

40대 기수론은 있었다. 1971년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1970년 9월 신민당 대선후보 선출 전당대회가 열렸다. 김영삼·김대중 후보가 세대교체를 요구하며 40대 기수론을 들고나왔다. 유진산 총재는 구상유취라고 했다. 너무 어려서 입에서 젖비린내가 난다는 뜻이다. 하물며 30대라니!

인지도가 지지도로, 밴드 왜건 효과

이준석 돌풍의 배경이 뭘까? 처음에는 인지도 때문이었던 것 같다. 이준석 후보는 2011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으로 정치를 시작한 이후 지금까지 10년 동안 ‘젊은 보수’의 상징으로 언론에 줄기차게 등장했다.

그런데 여론조사에서 압도적 1위를 차지하며 폭발적인 관심을 끌기 시작했다. 높은 인지도가 지지도로 연결됐다. 전형적인 밴드 왜건 효과다. 이른바 보수 신문에서도 보수 정당에 모처럼 불기 시작한 변화의 바람에 큰 관심을 표하고 나섰다.

“야(野) 당대표 경선에서 처음 보는 젊은 바람”(<조선일보> 5월25일)

“국민의힘 젊은 바람, 변하라는 요구다”(<중앙일보> 5월26일)

“야(野) 대표 경선 이준석 돌풍, 정치권 세대교체 신호탄 되나”(<동아일보> 5월26일)

보수 신문의 이런 태도는 이준석 후보를 강하게 밀어주는 효과를 낳았다.

이준석 후보가 정말로 국민의힘 대표가 될 수 있을까?

경선 규칙을 자세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국민의힘 대표와 최고위원은 선거인단 70%, 일반국민 여론조사 30%로 선출한다. 선거인단은 대의원, 책임당원, 일반당원으로 구성된다. 최근 당에서 집계한 자료는 대략 대의원 8400명, 책임당원 27만6700명, 일반당원 4만3800명 정도다. 다 합치면 32만8900명이다. 책임당원 비중이 압도적이다.

책임당원은 3개월 이상 당비를 낸 사람이다. 책임당원은 전원 투표권을 갖는다. 일반당원 선거인단은 추첨으로 뽑는다.

재미있는 것은 선거인단 권역별 분포다. 편향이 매우 심하다. 책임당원이 수도권과 영남에 몰려 있기 때문이다.

수도권 32.3%, 대구·경북 28.0%, 부산·울산·경남 23.3%다. 충청권은 10.3%, 호남은 2.0%에 불과하다. 대구·경북과 부산·울산·경남을 합친 영남이 51.3%로 과반을 차지한다. 수도권 책임당원도 영남 연고자가 많다.

연령별로도 마찬가지다. 국민의힘 책임당원은 고연령층이 압도적이다. 50대 이상이 70% 넘는다.

쉽게 말하면 국민의힘 지도부는 결국 ‘영남 고연령층’이 중심인 ‘당심’이 결정하게 돼 있다. 영남 고연령층은 보수 성향이 강하고 변화에 둔감하다. 주호영, 나경원 후보가 이준석 돌풍에도 별로 당황하는 기색을 보이지 않는 이유다.

승리에 갈증난 사람들

이준석 후보는 약점도 많은 사람이다. 우선 ‘나이가 젊다’는 강점을 뒤집으면 ‘안정감이 떨어진다’는 약점이 될 수밖에 없다. 당을 혁신할 뚜렷한 가치관이나 철학, 비전을 내보인 적이 별로 없다. 여성할당제 폐지를 주장하는 바람에 안티 페미니즘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그러나 국민의힘 영남 고연령층 당원들은 선거 승리의 갈증에 목이 타는 사람들이다.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정도로는 성이 차지 않는다. 2022년 대통령선거에서 이길 수만 있다면 영혼이라도 내다 팔 준비가 돼 있다는 것이 당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국민의힘 대구 지역구 의원이 최근 이런 말을 했다.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안정감이 떨어지는 지도부는 너무 위험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지금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변화와 혁신의 바람이다. 우리 당 전당대회가 이렇게 폭발적인 관심을 끈 적이 있었나? 당원들도 민심을 무시할 수만은 없을 것 같다.”

영남 고연령층 당원들은 자신들을 유림이나 사림에 비유하는 경우가 많다. 6·11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만약 이준석 후보가 대표에 당선된다면 유림이 대형 사고를 한번 치는 것이 된다. 과연 가능할까?

성한용 <한겨레> 선임기자 shy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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