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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무상급식 논란 지우고 복지 시장 거듭나려면

서울시 복지예산 10년 새 3배 늘어나 ‘청춘이 밥 먹여준다’더니 청년참여기구 예산 삭감 예고
등록 2021-05-09 01:53 수정 2021-05-15 11:50
2016년 서울시청 건물에 ‘청년수당’을 직권취소하려는 박근혜 정부를 비판하는 대형 펼침막이 걸려 있다. 그해부터 서울시는 청년들에게 매달 50만원 ‘청년수당’을 지급하는 정책을 펴고 있다. 한겨레 박종식 기자

2016년 서울시청 건물에 ‘청년수당’을 직권취소하려는 박근혜 정부를 비판하는 대형 펼침막이 걸려 있다. 그해부터 서울시는 청년들에게 매달 50만원 ‘청년수당’을 지급하는 정책을 펴고 있다. 한겨레 박종식 기자

오세훈 서울시장이 10년 만에 복귀했다. 스피드 주택, 교통, 지역균형 개발 등 하드웨어 중심의 공약을 제외하면 1인가구 지원 대책, 청년정책 정도가 소프트웨어로 제시한 공약이라 할 수 있다. 소프트웨어 공약을 포함한 복지 분야 공약은 10년 전 서울시 복지 브랜드였던 ‘그물망 복지’를 다시 소환해 ‘그물망 복지 시즌2’로 종합했다. 2011년 무상급식을 막는 것에 정치생명을 걸고 서울시장에서 퇴진했던 그가 다시 서울시로 복귀해 10년 전 브랜드를 사용한다니 혹여나 그때 논란이 재점화되는 건 아닌지 걱정된다.

부족한 돌봄·저소득층 생활안정 등 과제

그러나 오 시장 당선 이후, 서울시는 예정대로 5월부터 기초생활보장제 생계급여에 한하여 부양의무제를 폐지하겠다고 발표했다. 문재인 정부가 약속한 시기(2022년)보다 빠르다. 오 시장 임기는 1년이지만, 2022년 대선과 지방선거까지 내다보며 새로운 복지 의제를 제시할 가능성도 열려 있다.

서울시 사회복지 예산은 2011년 4.3조원(그해 서울시 총예산의 28.3%)에서 2021년 13.6조원(36.9%)으로 3.16배 늘었다. 같은 기간 서울시 총예산이 20.2조원에서 40.4조원으로 2배 증가한 것에 견주면 사회복지 예산의 확대 폭은 매우 크다.

전임 박원순 시장의 복지정책을 돌아보자. 박 전 시장 재임 기간(2011~2020년) 서울시 복지정책은 무상급식이라는 보편적 복지를 시작으로 ‘찾아가는 동주민센터’, 돌봄에스오에스(SOS)센터, 사회서비스원 등 복지서비스의 공공성 강화로 이어졌다. 대표 정책 한 가지보다 시민의 복지 수요에 따라 정책을 만들고 시행하는 방식으로 운영했기에 기억에 남는 정책이 없다는 비판도 있다. 그러나 사회복지 전담공무원을 대폭 늘리고, 시민 생활권에 밀접한 복지 전달 체계를 강화하고, 장애인 등이 시설보다는 동네에서 생활하는 환경을 조성하는 이른바 ‘복지체질 개선’에 중점을 뒀다.

또한 민관 협력과 적극적인 시민 참여를 통해 서울시 거주 청년에게 매달 50만원을 지급하는 청년수당과 청년월세지원사업 도입, 주거·건강 등 분야별로 서울시민이 차별 없이 누려야 할 기준선을 제시한 ‘서울시민 복지기준선’ 마련, 유급휴가가 없는 일용직 노동자 등을 위한 ‘서울형 유급병가’ 지원 등 경직된 기존 복지제도의 사각지대를 보완하거나 전혀 새로운 정책을 실험적으로 도입한 성과도 있었다.

그러나 남은 과제가 많다. 돌봄 분야 공공서비스 인프라는 여전히 부족하다. 동 단위에서 복지, 보건, 의료의 통합돌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전담인력을 계속 확보해야 한다. 특히 사회서비스원을 통한 공동인프라 확대와, 동네마다 아동돌봄이 가능한 키움센터와 어르신과 장애인을 포함하는 통합돌봄 기능의 돌봄SOS센터 확대를 꾸준하게 추진할 필요가 있다.

기존 제도의 사각지대에 있는 저소득층의 생활안정과 소득보장제도 개선이 큰 과제다. 소득보장제 개편에 대해서는 진보, 보수를 논하지 않더라도 대개 동의하는 분위기다. 오 시장 또한 서울시 복지관료에게 ‘안심소득’(중위소득 100% 이하인 하위계층에 소득보장) 도입 설계를 요청해뒀다는 전언이다. 다만 저소득층 정책에서 소득보장만으로 빈곤 상태를 탈피할 수 없다는 점은 이후 정책을 설계할 때 반드시 염두에 둬야 한다.

서울시는 청년수당 등 ‘청년정책의 메카’

특히 코로나19 이후 저소득층 구성이 전통적인 빈곤층보다 훨씬 더 다양해졌기 때문에 장기 실업 청년이나 중장년층까지 포괄할 수 있는 평생교육, ‘사회적 인맥 쌓기’(관계자본 형성) 방안, 안전하게 머물 수 있는 공간 등 더 적극적인 정책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오세훈 시장의 ‘5대 공약’ 중 다섯 번째 공약은 ‘청춘이 밥 먹여준다!’이다. △4차 산업형 청년 취업사관학교 설립 △청년 자산불림 컨설팅 ‘서울 영테크’ △청년월세지원사업 대폭 확대 △‘청년 몽땅 정보통’(청년포털) 운영을 담고 있다. 그러나 지금 서울 청년들이 겪는 문제를 해결할 만큼의 전환적인 제안은 보이지 않는다. 청년월세지원사업이나 희망두배 청년통장사업, 청년포털 등 공약 대부분은 전임 시장 시절 만들어져 지금까지 시행 중인 사업이다. 특히 연간 600억원을 추가 편성하겠다는 청년월세지원사업은 대상 인원을 기존의 10배인 5만 명으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사업 참여자들은 지원 금액을 높이고 지원 기간을 늘리는 안을 제안한다. 공약의 숫자에만 얽매이지 말고 현실적인 수준으로 조정하는 운영의 기술이 필요하다.

2012년 이후 서울시는 ‘청년정책의 메카’로 불린다. 청년기본조례를 전국 최초로 제정하고, 청년정책을 처음으로 제도화했다. 숱한 갈등 끝에 시행한 서울형 청년수당은 매년 참여자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렴해 제도 설계 수정을 거쳐 한국형 실업부조 도입에 징검다리를 놓았다. 서울시 청년자치정부는 청년 당사자의 참여를 통해 희망두배 청년통장, 월세지원사업, 마음건강 바우처 도입, 역세권 청년주택 등 기존에 없던 새로운 정책을 실현해냈다. 서울시의 청년정책 전담부서와 청년참여기구 모델은 전국 지자체에서 벤치마킹한 모범 사례다.

그런데 지난 4월 서울시는 청년참여기구의 예산(청년자율예산) 삭감을 예고했다. 이에 서울시 자치구의 청년참여기구에서는 청년거버넌스 활동가 네트워크를 긴급 제안해 공동대응에 나서고 있다. 서울시 청년정책이 다음 단계로 도약해야 하는 시기에 서울시와 청년참여기구 간의 소통 부재는 안타깝기만 하다. 5월3일 발족한 ‘서울비전 2030위원회’의 구성을 보더라도 위원 대부분이 교수, 연구원, 관료 등 전문가로만 이뤄졌다. 7월에는 시민위원회도 발족하겠다는 계획을 밝혔지만, 보통의 시민이 시정에 의견을 내고 참여하는 기회가 줄어 현실과 동떨어진 정책만 양산할까 벌써 걱정된다.

청년들을 직접 등장시켜 이야기 듣자

코로나19의 여파가 길어질수록 자신도 예상치 못하게 절벽 앞에 선 청년이 많다. 사회보장 위기와 일자리 위기가 동시에 속도를 붙이고 있다. 일상의 무기력과 싸우는, 마음건강에 빨간 경고등을 켠 청년들이 고립되지 않도록 지원하는 정책이 계속 필요하다. 커뮤니티 지원, 마음건강 상담, 청년센터 종합정보 제공 등이 그렇다. 일자리 지원 정책은 현행보다 훨씬 규모 있게 진행해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원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일할 수 있는 일자리보장제 설계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청년의 현재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는 일이다. 매년 연구와 조사를 진행하지만 청년의 삶이 악화하는 속도가 더 빠르다. 이럴 때는 당사자들을 공론장에 등장시켜 이야기를 듣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방법임을 지난 경험을 통해 서울시는 이미 알고 있다. 많은 시민의 지혜가 필요한 때다.

기현주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공동대표

**<한겨레21>은 오세훈 서울시장 2기 복지 정책을 전망하는 이 기사를 인터넷에 등록할 때 1362호 <한겨레21> 잡지에 해당 기사와 함께 실린 칼럼(김소희의 ‘정치의 품격’)의 제목인 ‘정작 위로는 오세훈에게 받았다’를 잘못 다는 실수를 했습니다. 뒤늦게 실수를 확인하고 원래 기사 제목인 ‘무상급식 논란 지우고, 복지 시장 거듭나려면’으로 교체했습니다. <한겨레21>의 부주의로 필자와 독자 여러분께 피해를 끼쳐 사과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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