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게 체념하지 말 것. 젊고 신체 장애가 없는 나는 어디든 쉽게 간다. 처음 가는 장소도 카카오맵 길찾기에서 알려주는 ‘도착 예정 시간’에 맞게 도착한다. 여성학자 정희진은 이를 ‘자기 경험과 거리 개념이 일치하는 자’라고 했다. 서울에 살고, 장애가 없고, 주류인 사람들은 때때로 이에 속한다. 세상의 많은 서비스는 이들을 중심으로 제공된다.
최근 한 사진이 화제가 됐다. 10월11일 열린 정의당 지도부 이취임식에서 배복주 정의당 부대표가 현충원 계단 아래에서 참배하는 사진이다. 휠체어를 탄 배복주 부대표는 학도의용군 무명용사탑 앞 계단으로 올라가지 못했다. 경사로가 설치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누군가에게는 한두 걸음에 성큼성큼 올라갈 수 있는 계단 4개일지 몰라도, 휠체어를 탄 이에겐 문턱 하나, 계단 몇 개조차 접근성을 차단하는 차별이다.
이렇게 현실에서 문제점을 발견했을 때 우리에겐 다음과 같은 선택지가 주어진다. 어쩔 수 없다는 이유로 체념하거나, 적극적으로 의문을 제기하거나. 배 부대표와 장혜영 의원은 후자를 택했다.
며칠 뒤 현충원 경사로 문제와 관련해 보건복지부에서 국방부와 협의했다는 소식을 여준성 보건복지부 보좌관이 전했다. 애초 2020년 말~2021년 초 경사로 설치 계획이 있었는데, 이번 사건을 계기로 11월 안에 마무리하기로 했다고. 적극적으로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 덕분에 세상이 조금씩 바뀌고 있다.
정성은 콘텐츠 제작사 ‘비디오편의점’ 대표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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