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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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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고’는 왜 고용보험에서 빠졌나

환노위 회의록 “예술인 적용까지 제대로 못할 가능성”…
21대 국회에선 논의할 수 있을까
등록 2020-05-23 05:59 수정 2020-05-23 23:20
5월1일 노동절을 맞아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조합원들이 ‘전 국민 고용보험’ 도입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5월1일 노동절을 맞아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조합원들이 ‘전 국민 고용보험’ 도입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5월20일 국회 본회의는 고용보험 가입 대상자를 예술인까지로 확대하는 고용보험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코로나19에 따른 일자리 축소 등 고용위기에서 나온 대책이다. 이에 따라 5만 명으로 추정되는 예술인이 고용보험법이 보장하는 사회안전망에 편입되게 됐다. 그러나 대상이 200만 명으로 추정되는 특수고용노동자(보험판매원·배달기사·학습지교사 등, 이하 특고)는 빠졌다.

‘물리적으로’ 힘들어진 이유

특고가 빠진 이유는 법안 심사를 한 5월11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고용노동소위원회 회의록에 나온다. 임이자 소위원장(미래통합당)은 “오늘은 예술인 고용보험 적용만 논의하고, 21대 때 다시 특고 노동자를 논의하는 거로 하자”고 운을 뗀다. 해당 법안을 발의한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특고까지 논의하다보면, 예술인에 대한 고용보험법 적용하는 것조차 제대로 못할 가능성이 클 것 같다”고 동의한다. 임서정 고용노동부 차관 역시 “오늘은 물리적으로 예술인밖에는 어려울 것 같다”고 했다.

이러한 ‘물리적 상황’을 만든 책임은 국회에 있다. 2018년 11월 발의된 한정애 의원안은 그해 7월, 노·사·정이 참여하는 고용부 고용보험위원회에서 의결된 내용을 바탕으로 한다. 법안은 특고의 고용보험 가입을 의무화하면서 그 직종의 범위를 대통령령으로 정하기로 했다. 2018년 8월부터 고용보험위원회는 노·사·전문가가 참여하는 ‘고용보험제도 개선TF’를 통해 대상 직종을 결정하기 위한 논의를 진행했다. 그러나 국회는 이 법안을 제대로 논의하지 않다가 ‘시간 탓’을 하며 논의를 21대 국회로 넘겼다.

21대 국회에선 제대로 논의할 수 있을까. 일단 5월21일 이재갑 고용부 장관은 “올해 안에 특고 고용보험 적용을 위한 법안이 처리될 수 있도록 의지를 갖고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전속성이 높은 직종을 우선 적용하되 단계적으로 적용 범위를 넓혀나가겠다”고 언급한다. 이는 고용보험위원회 의결을 거쳐 국회에 발의된 기존 한정애 의원안과 동떨어진 내용이어서 우려가 나온다.

전속성은 현재 특고의 정의 규정이 있는 산재보험법에 나오는 개념으로 ‘주로 하나의 사업장’에 ‘상시적으로’ 노무를 제공하는 특징을 말한다. 특고의 산재보험 가입률이 낮은 이유가 이 ‘전속성’ 규정이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 그래서 한정애 의원안에는 전속성 언급 없이 특고를 “노동자가 아니면서 자신이 아닌 다른 사업을 위해, 다른 사람을 고용하지 않고 자신이 직접 노무를 제공하고 대가를 얻는 사람”으로 규정했다. 또 복수의 사업장을 통해 고용보험료를 납부하는 ‘피보험 자격 이중취득’도 가능하다. 윤애림 서울대 고용복지법센터 연구위원은 “현재의 한정애 의원안은 가입 자격과 관련해 전속성을 배제하고, 부분실업 개념이 도입되는 등 전 국민 고용보험으로 나아갈 수 있는 제도적 실험이 포함돼 있다. 21대 국회에서도 현재 안에서 후퇴 없이 논의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속성’ 없이, ‘이중 보험자격’ 가능

국회의 공전으로 법 개정의 때를 놓친 의원들은 다음 국회에 책임을 떠넘겼다. 이날 회의에 참여한 의원 6명(고용노동소위 정원은 8명) 가운데 21대에서도 당선된 이는 2명뿐이다. “21대에서 환노위 하실 분 손 들어보라”는 신창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말에 손 든 이는 1명이었다.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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