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

한겨레21

기사 공유 및 설정

60%→45% 그리고 내년엔?

4·3 창원 재보궐선거에서 확인된 ‘촛불연합’ 균열
등록 2019-04-13 02:06 수정 2020-05-02 19:29
여영국 정의당 당선자가 4월4일 오전 창원병원 사거리에서 출근길 시민들에게 감사 인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여영국 정의당 당선자가 4월4일 오전 창원병원 사거리에서 출근길 시민들에게 감사 인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①60.8%→45.75% ②79.0%→41%

①은 민주당과 정의당이 2018년 6·13지방선거(정당투표 득표율)와 10개월이 지난 4·3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경남 창원 성산구에서 얻은 득표율 합계의 변화다. ②는 여론조사기관 한국갤럽이 2018년 6월14일 조사한 문재인 대통령 국정 지지도와 2019년 4월2~4일 조사한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를 비교한 것이다. 지난해 지방선거가 촛불의 열망으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에 대한 첫 평가였다면, 이번 보궐선거는 두 번째 평가다. 지방선거가 ‘박근혜 체제 청산’과 ‘촛불의 기대감’이라는 기본 점수를 바탕에 깔고 치른 시험이었다면, 이번 보궐선거는 현 정부를 냉정하게 평가하는 시험이다. 2020년 총선을 앞두고 각 정당이 치르는 마지막 ‘모의고사’이기도 하다. 국회의원 보궐선거가 창원 성산과 통영·고성 두 군데서만 치러졌지만, 선거 결과를 여야 모두 무겁게 받아들이는 이유다.

한때 +40%였던 ‘탄핵연대’

보궐선거 승패는 1 대 1. 창원 성산에서 민주당과 단일화한 여영국 정의당 후보가 접전 끝에 강기윤 자유한국당 후보를 504표 차이로 눌렀고, 통영·고성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선 정점식 자유한국당 후보가 당선됐다. “정부·여당에 대한 민심의 경고” “어느 쪽도 손을 들어주지 않은 무승부” 등의 평가가 엇갈렸다. 승패를 떠나 눈에 띄는 건 지난 10개월 동안 문 대통령의 여론조사 지지율 추이에서 드러난 ‘촛불연합’의 균열 징후가 이번 창원 성산 보궐선거에서 실제 표로 확인됐다는 것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변화한 정치 지형의 ‘수명’은 언제까지일까.

문 대통령의 대선 득표율은 41.08%. 하지만 지난해 중반까지 문 대통령의 국정지지도는 80%대에 육박했다. 대선에서 문 대통령에게 표를 던지지 않았지만 ‘촛불 혁명’에 동참했던 이들의 기대와 지지가 뒷받침했다. 문 대통령의 대선 득표율에 더해진 40%의 지지는 자신의 이념 성향을 중도층이라고 생각하는 이들과 자유한국당을 ‘차마 찍을 수 없다’는 일부 보수층의 연합으로 유지됐다. 30~40대, 화이트칼라 직업군이 연합의 주요 구성원이었다. 정치평론가들이나 학자들은 이를 ‘촛불연합’이나 ‘탄핵연대’ 등으로 규정하고, 이 연합의 구심력에 촛불 이후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자는 정치적 열망이 자리잡고 있다고 해석했다. 하지만 최근 여론조사 국정 지지도는 41~48.1%(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 4월8~10일 조사) 사이로 내려왔다.

여론조사 추이를 보면 촛불연합을 이루던 중도·보수층이 이탈했다. 이들의 이탈은 일자리·소득·분배 지표에 빨간불이 들어오며 정부의 경제정책 방향에 대한 논란이 커지고, 부동산 가격 폭등으로 30~40대 민심이 악화하는 과정에서 이뤄졌다. 지난해 말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의 폭로, 청와대 특별감찰반의 민간인 사찰 의혹을 제기한 김태우 수사관의 폭로 등도 사실 여부를 떠나 야당의 집중 공세로 청와대 국정 운영 방식에 의구심을 불러일으켰다.

최근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의 부동산 논란, 최정호·조동호 장관 후보자 낙마 역시 국민이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부동산과 고위 공직자 도덕성의 문제를 건드렸다. 문재인 정부가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고 있는지 의문이 제기될 수 있는 사안들이다. 3월8~11일 진행된 한국리서치의 정기 여론조사(전국 성인 1천 명, 95%신뢰수준 ±3.1%포인트)를 보면 국정 방향 공감 여부에 대한 응답 비율이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가 42%, “그렇지 않다”가 44%로 집계됐다. 박성민 정치컨설팅그룹 ‘민’ 대표는 “2016년 총선 때부터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을 지지했던 중도·보수층의 이탈 움직임이 있었다. 이들이 탄핵 전후로 달라질 것이라는 기대로 (자유한국당에) 등을 확 돌렸는데, 결과적으로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이 이를 끌어안지 못하고 ‘우리’(촛불연합)의 범주를 핵심 지지층으로 축소했다”고 지적했다.

젊은 노동자 많은 창원이라서 이겨

창원 성산 보궐선거 결과로 촛불연합의 현재를 가늠할 수 있는 것은 지역의 유권자 지형 때문이다. 창원 성산은 자유한국당 지지세가 공고한 통영·고성과 달리 ‘선거프레임’에 좌우되고 중도층의 표심이 승패에 많은 영향을 끼치는 수도권과 비슷한 색깔을 띠고 있다. 창원 성산에 지역구(상남동·사파동)을 둔 한은정 창원시의원(재선·민주당)은 “창원 성산구 지역은 경남의 다른 지역구와 달리 보수와 진보의 표심이 확실히 구분된 수도권의 지역구와 흡사하다. 표심을 잘 드러내지 않는 중도 성향의 유권자는 선거 당시 분위기와 바람에 따라 투표한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여야 모두 핵심 지지층을 결집하고 중도층을 끌어안는 데서 선거 승패가 갈리는 지역이라는 것이다.

실제 역대 선거에서 창원 성산의 민주당+정의당 계열(단일화) 후보들은 우세를 보였지만 자유한국당(새누리당) 후보들과 득표율 10% 안에서 접전을 벌였다. 2004년 17대 총선에서 권영길 전 민주노동당 대표가 진보정당 첫 지역구 국회의원으로 당선된 곳으로, 정의당이 ‘진보정치 1번지’로 내세우는 지역이다. 권 전 대표가 재선을 했지만, 19대 총선에선 진보정당 분열(통합진보당-진보신당) 등의 이유로 강기윤 당시 새누리당 후보가 당선됐다. 2016년 20대 총선에서 유권자들은 야권 단일후보로 나선 고 노회찬 의원에게 손을 들어줬다.

여기에는 국내 최대 규모의 창원국가산업단지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대부분 거주하는 창원 성산의 경제·사회적 배경이 자리잡고 있다. 기계·조선·자동차 관련 대기업과 중견·중소 기업이 2700여 개 입주한 산업단지(고용인원 12만5천여 명)가 있어, 창원 성산의 유권자는 평균연령이 낮고 일자리를 찾아 온 외지인의 비중이 높다. 행정안전부 인구통계(2019년 3월 기준)를 보면, 전국 평균연령은 42.2살, 경남은 42.7살, 창원시 41.4살인데 이곳은 38.8살로 다른 곳보다 서너 살이 젊다. 30~49살 인구 비율(2019년 3월 말 기준)은 31.59%, 50~69살 비율은 28.64%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블루칼라·화이트칼라 노동자가 뒤섞여 있고, 한국노총·민주노총 소속 노조의 조직력도 튼튼한 편이다. 젊은 사람이 많지만 2010년 이후 치른 각종 선거에서 전국 평균보다 3~8%의 높은 투표율을 보였다. 진보 성향이 강하지만 여야 모두 확실한 우세를 장담할 수 없는 곳이다.

침체된 지역경제에 ‘김의겸’ 논란까지

그런데 창원 성산의 유권자 지형은 2016년 총선 이후부터 ‘민주+정의당’으로 기울었다. 2014년 지방선거 정당득표율에서 38% 대 47%로 새누리당에 밀렸던 민주+정의당은 박근혜 정부에 대한 실망감이 치솟고, 국민의당이 등장한 2016년 20대 총선(비례대표 득표율)에서 39%를 얻어 당시 새누리당(34.5%), 국민의당(20.4%)을 앞서기 시작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뒤 치른 2017년 대선에서 창원 성산 유권자들은 문재인 민주당 후보에게 48.8%,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에게 27.5%, 안철수 국민의당+유승민 바른정당 후보에게 23.2%를 던졌다.

그리고 2018년 6·13 지방선거에서 민주+정의당은 정당득표율에서 60.8%를 얻어 29.3%를 얻은 자유한국당과의 격차를 두 배로 벌렸다. 이 선거에서 국민의당-바른정당을 계승한 바른미래당의 득표율이 6.0%에 그쳤는데, 대선 때 이들을 지지했던 중도·보수층의 표심이 자유한국당 대신 민주+정의당으로 이동한 것으로 풀이된다. 창원 성산 유권자는 당시 김경수 경남도지사 후보에게 61.3%를, 허성무 창원시장 후보에게 54.81%의 표를 몰아주며 당선을 뒷받침하기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을 지지한 ‘촛불연합’의 지형이 이곳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난 것이다. 하지만 10개월이 지난 이번 보궐선거에서 표심은 민주+정의당(여영국) 45.75%, 자유한국당(강기윤) 45.21%로 5 대 5로 바뀌었다. 바른미래당(이재환)이 3.57% 득표에 그친 것을 고려하면 ‘차마 찍을 수 없다’던 중도·보수층이 자유한국당으로 이탈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창원 성산 보궐선거를 흔들었던 바람은 문 대통령 지지도를 좌우하고 있는 ‘경제·민생 문제’였다. 정부에 대한 기대가 실망으로 바뀐 것이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도 나온다.

창원 경제는 최근 조선·기계 산업의 침체로 위기를 겪고 있다. 창원 성산의 경우 창원 시내 다른 지역구에 견줘 대형 아파트 단지가 많은데, 집값도 2017년 10월~2018년 10월 10.1% 하락한(2019 KB부동산 보고서) 것으로 나타났다. 자유한국당은 지역경제 침체의 책임을 문재인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 소득주도성장, 탈원전 정책 등으로 돌리고 선거 캠페인으로 ‘정권 심판’ 프레임을 밀어붙였다. 강기윤 선거대책본부 권재욱 공보국장은 “문 대통령을 찍었던 분들이 유보적 입장을 보이는 흐름이 보였다. 이에 선거전략을 정부 경제정책 실정에 무조건 초점을 맞췄다”고 말했다.

“노회찬 정신 계승”을 전면에 내세웠던 여영국 선거대책본부의 정호진 당 대변인은 “경제 침체의 책임이 이전 정부에도 있지만 창원 경제가 굉장히 어렵다보니 정부 심판론이 유권자에게 통하는 면이 있었다”고 선거를 돌아봤다. 선거 막바지에 불거진 부동산 투기 논란, 장관 후보자 낙마도 일정 부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여영국 후보는 선거 여론조사에서 줄곧 10%포인트 안팎으로 강기윤 후보를 앞서왔지만, 결과는 0.54%포인트(504표) 차이였다. 권재욱 공보국장은 “김의겸 전 대변인 논란 등이 그동안 정부에 대한 불만이 누적된 유권자들에게 실망감으로 작용한 것 같다”고, 정의당 관계자는 “선거 막판 부동산 투기 논란이나 장관 후보자 낙마도 영향을 끼치지 않았다고 할 수는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여론조사 컨설팅 업체인 입소스코리아 이상일 본부장은 “유권자들이 지역경제 타격의 책임을 정부와 여당에 모두 돌리지 않겠지만, 거기에 대응하는 역량에 실망감을 보이는 것 같다. 촛불 지형의 정치적 흐름이 이번 선거에서 힘을 잃은 것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이제 ‘촛불 열망’은 어디로

보궐선거 뒤 각 당은 1년 뒤 있을 시험 준비에 들어갔다. 쇄신, 보수 통합, 제3지대 정당 등 정치공학적 셈법도 다시 등장한다. 하지만 중요한 건 여야 모두 ‘촛불의 열망’을 어떻게 받아안느냐에 달렸다. 하락세를 유지하던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리얼미터가 4월11일 발표한 여론조사(4월8~10일 1508명 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 ±2.5%포인트)에서 48.1%로 소폭(+0.8%포인트) 올랐다. 4월12일 발표된 의 여론조사(4월 9~11일 1002명 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에서도 문 대통령의 국정지지도는 전 주보다 6%포인트 오른 47%로 집계됐다. 강원도 지역에서 일어난 대규모 산불에 정부의 대응이 이전과 확연히 달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따라왔다.

*기사에 인용한 여론조사의 자세한 내용은 여론조사기관이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을 참조하면 된다.이승준 기자 gamja@hani.co.kr
이 후원제를 시작합니다
이 기존 구독제를 넘어 후원제를 시작합니다. 은 1994년 창간 이래 25년 동안 성역 없는 이슈 파이팅, 독보적인 심층 보도로 퀄리티 저널리즘의 역사를 쌓아왔습니다. 현실이 아니라 진실에 영합하는 언론이 존속하기 위해서는 투명하면서 정의롭고 독립적인 수익이 필요합니다. 그게 바로 의 가치를 아는 여러분의 조건 없는 직접 후원입니다. 1천원이라도 좋습니다. 정의와 진실을 지지하는 방법, 의 미래에 투자해주세요.

후원계좌 하나은행 555-810000-12504 한겨레신문 *성함을 남겨주세요
후원방법 ① 일시후원: 일정 금액을 일회적으로 후원 ② 정기후원: 일정 금액을 매달 후원 *정기후원은 후원계좌로 후원자가 자동이체 신청
후원절차 ① 후원 계좌로 송금 ② 독자전용폰(010-7510-2154)으로 문자메시지 또는 유선전화(02-710-0543)로 후원 사실 알림. 꼭 연락주세요~
문의 한겨레 출판마케팅부 02-710-0543



독자 퍼스트 언론, 정기구독으로 응원하기!


전화신청▶ 1566-9595 (월납 가능)
인터넷신청▶ http://bit.ly/1HZ0DmD
카톡 선물하기▶ http://bit.ly/1UELpok


한겨레는 타협하지 않겠습니다
진실을 응원해 주세요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