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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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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철’ 프레임 힘들었다”

문재인 대통령 최측근 전해철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인터뷰…

법무부 장관 하마평에 대해선 “비켜주는 구실 기꺼이”
등록 2017-06-08 08:24 수정 2020-05-02 19:28
김진수 기자

김진수 기자

전해철(55)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문재인 대통령을 만든 최측근 가운데 한 명으로 꼽힌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출신으로 참여정부 시절 문재인 민정수석의 후임 민정수석을 지내기도 했다.

그는 이호철 전 민정수석, 양정철 전 대통령비서실 홍보기획비서관과 함께 ‘3철’로 불린다. 이들 가운데 이제 한국에 남은 사람은 전해철 최고위원이 유일하다. 이 전 수석은 문 대통령 취임식 당일 “자유를 위해 떠난다”며 해외로 떠났고, 보름 뒤 양 전 비서관도 “잊힐 권리를 부탁한다”며 역시 문 대통령 곁을 떠났다. 현역 국회의원인 전 최고위원은 5월31일 서울 여의도동 국회의원회관에서 한 과의 인터뷰에서 “이른바 3철, 친노 패권, 비선 실세 프레임에 굉장히 힘들었다”며 “이제 강박관념에서 벗어나 좀더 자유롭게 현실정치에 나서려 한다”고 했다. 그러나 자신의 법무장관 입각 하마평에 대해서는 “비켜주는 구실을 기꺼이 하겠다”며 물러설 뜻을 밝혔다. 열성적인 문재인 대통령 지지자들의 의사표현 방식에 대해서는 “자발적인 의사표현을 비판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호철·양정철 떠나고 홀로 남아문재인 대통령이 지지율 85%를 넘는 고공행진을 하는 원인이 무엇이라고 보나.

준비된 대통령이기 때문이다. 지난 대선은 헌정 사상 처음 박근혜 전 대통령의 비리로 인한 탄핵의 결과물로 치러졌다. 새 대통령에 대한 국민의 기대가 어느 때보다 높았다. 국민은 문 대통령이 꼭 필요한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가령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를 설치하거나 국정교과서를 즉시 폐기하고, 5·18 광주 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제창을 한 것 등이다. 외교에서도 미국, 중국, 일본에 특사를 보내 우리가 할 말을 하지 않았나. 국민이 든든하게 여기며 신뢰를 보내고 있다.

옆에서 문 대통령을 지켜봤을 텐데, 얼마나 준비가 된 대통령인가.

문 대통령의 가장 큰 장점은 국정 경험이 풍부하다는 것이다. 참여정부 시절 민정수석을 두 번 하고 시민사회수석, 비서실장을 했다. 많이 알려지지 않은 것이 바로 문 대통령의 정책 능력이다. 지금 아마 청와대에서 ‘이지원 시스템’을 복원해 쓰고 있을 것이다. 이 시스템은 청와대 행정관→비서관→수석→비서실장→대통령으로 올라가는 단계마다 상급자들이 올라온 보고서에 의견을 제시하도록 돼 있다. 문 대통령은 비서실장 시절 모든 수석들이 올린 보고서를 검토하고 꼼꼼히 주석을 달았다. 수석이 많기 때문에 이렇게 하기 쉽지 않은데 문 대통령은 간과하거나 놓치는 경우가 없었다. 중요 정책의 이해도가 빠르고 정책 판단도 굉장히 잘한다. 얼마 전 문 대통령을 만났을 때 “보고서 볼 게 너무 많다”고 하더라. 거슬러 올라가면 2012년 대선 실패 뒤 많은 교수와 전문가를 만나고 당대표도 하면서 현안을 연구하고 판단해왔다. 기본적으로 국정 경험이 풍부한데다 뛰어난 정책 능력을 갖추었으니 준비된 대통령이라고 할 수 있다. 지금 제시하는 정책도 다 준비된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노무현 전 대통령을 모두 모셨는데, 두 사람의 스타일은 어떤가.

노 전 대통령은 승부사적 기질이 있었다. 결정적 국면에서 결정하고 실행하는 데 예상을 깨고 과감하게 하셨다. 물론 나중에 보면 노 전 대통령이 굉장히 전략적으로 고민한 뒤 큰 획을 그은 것이었다. 문 대통령은 훨씬 더 논리적이고 정밀, 치밀하다.

‘3철’로 불리던 이호철 전 민정수석이나 양정철 전 비서관이 출국했는데.

이호철 전 수석은 원래 자유인이다. 사고도 자유롭게 하는 분이다. 현실정치 참여에 상당한 거리를 뒀고 스스로 꺼렸다. 홀연히 떠난 것은 평소 스타일로 봐선 크게 이례적이지 않았다. 양정철 전 비서관은 2012년부터 아주 구체적으로 문 대통령을 보필했다. 나는 양 전 비서관이 공직을 맡지 않고 2선 후퇴하는 것에 반대했다. 대통령 곁에 그를 잘 아는 참모가 필요하지 않나 생각했다. 하지만 양 전 비서관 본인의 의지가 굉장히 강했다. 그는 ‘3철’, 비선 실세라는 세간의 프레임이 옳지 않고 틀리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라도 자신이 공직을 맡아 정부에 들어가지 않는 게 낫겠다고 했다.

“성공하려면 통합·화합의 정부 돼야”

전해철 최고위원은 노무현 전 대통령 8주기 추도식 이틀 뒤인 5월2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패권, 비선 측근, 3철이라는 악의적 프레임을 결코 인정할 수 없다. 아무런 근거 없이 좁은 틀에 가둬 부정적인 이미지를 덧씌우고 이를 정치적 공격으로 활용하는 주장에 대해 이제는 스스로 자유로워지고자 한다”는 글을 올렸다.

‘자유로워지고자 한다’는 의미는 무엇인가.

이전에 노무현 전 대통령 추도식에 갔을 때 굉장히 마음이 무거웠다. 첫째는 노 전 대통령을 지키지 못한 것 때문에, 둘째는 그가 생전에 하려던 여러 철학을 계승해야 하는데 그게 잘 안 됐기 때문이다. 8년이나 지났음에도 여전히 착잡함이나 비통함이 이어졌다. 이번에도 안타까움이 있었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이 됐기 때문에 적어도 노 전 대통령이 생각했던 가치, 즉 ‘사람 사는 세상’을 실현하는 데 조금은 뭔가 이뤄낸 것 아닌가 하는 마음이 컸다.

그동안 ‘친노 패권’이란 프레임과 싸우느라 굉장히 힘들었다. 앞으로 나서면 친노 패권이라 하고 뒤로 가면 비선 실세라고 했다. 이른바 ‘3철’이라는 사람들의 위치가 각자 완전히 다른데도 그랬다. 우리가 추구하는 것은 노 전 대통령의 가치인데 이를 패권이라고 이름 붙이는 바람에 마치 세속적 이득을 추구하는 패거리 집단처럼 비쳤다. 그럼에도 참았던 것은 노무현 정신과 가치를 실천, 계승하자는 의지가 있었기 때문이다. 같은 맥락에서 비선 실세, ‘3철’ 프레임도 힘들었다. 지난해 8월 당 최고위원에 선출됐지만 이전까지 당 임명직은 거의 못 맡았다. 이제는 그런 틀에서 좀 자유로워지고 싶다. 나도 현실정치를 해야 하는 처지다.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이름이 거론되는데, 그럼 자유롭게 맡겠다는 것인가.

‘자유로우니 입각을 하자’ 그런 뜻이 아니다. 문재인 정부가 성공하려면 통합과 화합, 포용의 정부가 되어야 한다. 정책이나 메시지도 중요하지만 상당 부분 인사로 표출된다. 국민은 인사를 보고 정부를 평가한다. 새 정부는 통합, 화합, 포용의 인사를 해야 한다. 대통령 가까이에 있는 사람이나 곁에서 많은 일을 한 사람들이 자리를 비켜주면 더 많은 분이 들어와 일할 여지가 생긴다. 통합 정부를 만들려면 가까운 사람들이 물러나는 게 필요하다. 내가 피해줘야 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면 기꺼이 그렇게 하겠다.

“위장전입 등 인사 원칙 세부 기준 필요”
전해철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왼쪽)이 2012년 5월 국회에서 열린 민주통합당 첫 정책의총에서 문재인 당시 상임고문과 함께 웃고 있다. 한겨레 이정우 선임기자

전해철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왼쪽)이 2012년 5월 국회에서 열린 민주통합당 첫 정책의총에서 문재인 당시 상임고문과 함께 웃고 있다. 한겨레 이정우 선임기자

문재인 정부의 초기 인사가 위장전입 논란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위장전입은 병역 면탈, 부동산 투기, 세금 탈루, 논문 표절 등과 함께 5대 인사 배제 원칙에 포함돼 있는데.

문재인 대통령이 왜 이런 5대 원칙을 제시했는지 살펴봐야 한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는 여러 공직 후보자들의 문제가 나왔지만 전혀 개의치 않고 인사권을 행사했다. 청문회 무용론이 나올 정도였다. 총리는 국회 동의 절차가 있지만 나머지 국무위원들은 그런 절차도 없다. 국민 눈높이나 상식에 맞는 인사가 전혀 이뤄지지 못했다. 문 대통령은 그런 건 안 된다고 한 것이다. 그래서 적어도 5대 잘못이나 하자가 있는 사람은 고위직에 임명하지 않겠다고 했다.

다만 이를 제시할 때 좀더 세부적인 기준이 필요했다. 가령 위장전입은 단순히 우편물 수령 편의를 위해 하는 경우가 있는 반면, 부동산 투기 등 재산 증식 목적으로 하는 경우도 있다. 후자는 사회적 비난이나 가벌성에서 훨씬 엄중하다. 구체적 기준이 없는 상황에서 5대 인사 배제 원칙을 내놔 공세의 빌미를 줬다. 위장전입도 무조건 안 되는 게 아니라 연도를 살핀다든지, 실제 얼마나 이득을 챙겼는지 등 구체적이고 세부적인 기준을 정해야 한다. 기준을 세워 국민 공감대도 얻고 야당도 설득해야 하는데 그 부분이 생략됐다.

과거 민정수석을 지낸 경험으로 검찰 개혁은 어떻게 해야 한다고 보나.

참여정부 시절 권력기관 제자리 찾기 운동을 했다. 권력기관이 법에 규정된 권리와 의무를 다하도록 하자는 거였다. 제대로 되지 않았다. 제도화해 정착시켰어야 하는데 이루지 못했다.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와 검찰의 수사, 기소권 독점 해소를 제도화해 검찰의 정치화나 수사, 기소권 남용을 막았어야 한다. 검경 수사권도 조정했어야 한다. 조국 민정수석이 잘할 거라는 기대가 크다.

당 최고위원으로서 어떤 당청 관계가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나.

청와대와 함께 동반자적 관계를 만들어가려 한다. 정책 분야에선 당과 함께하지 않으면 어떤 것도 실현하기 어렵다. 다만, 당이 청와대의 본질적인 부분까지 개입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대통령의 인사권을 제약하고 침해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인사에서 중요한 건 시스템”문재인 대통령 지지자들이 정권에 비판적인 기사에 많은 댓글을 달거나 야당 청문회 위원들에게 무더기 문자를 보내는 것에 비판이 있는데.

문자나 댓글이 누군가 기획하고 조직적으로 행해졌다면 문제가 될 것이다. 의사표현이 과도하거나 지나치게 인격을 침해하는 것도 그렇다. 그러나 지지자 개인의 자발적인 의지의 표현이라면 비난할 수는 없다고 본다. 개인의 의사표현 방식을 하나로 묶어 비판할 수 없지 않은가.

문재인 정부 탄생에 이바지한 사람으로서 꼭 바라는 점은.

문 대통령은 정의롭고 공정한 나라, 상식이 통용되는 사회를 만들겠다고 했다. 그동안 위법이 공공연히 자행되고 상식이 통용되지 않은 것이 많았다. 인사 문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시스템이다. 참여정부 때처럼 인사추천위원회를 만들어 여러 수석들이 참여해 논의하고 대통령이 결정하면 큰 탈이 없다. 여럿이 토론하면 올바른 결정이 나온다. 문 대통령이 국정 경험이 많고 시스템을 존중하기 때문에 잘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성연철 기자 syc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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