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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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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안 지연 전술에 무너진 야당

2013년 법무부 장관 인사청문회 때도 전관예우·병역면제 자료 제출 거부, 부실 검증 반복… “대통령, 메르스 사태 할 일 다 했다” 옹호
등록 2015-06-17 12:07 수정 2020-05-02 19:28

황교안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 경과보고서가 6월12일 채택됐다.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이날 오전 당 최고의원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지명했던 6명의 (총리) 후보자 가운데 가장 흠결이 많다”며 혹평했지만 새누리당은 오후에 단독으로 인사청문특별위원회를 소집해 경과보고서를 채택했다. 인사청문특위는 여당 7명, 야당 6명으로 구성돼 있다. 총리 임명동의안 처리를 위한 국회 본회의는 이르면 6월16일에 열린다. 야당 청문위원들은 “아직 인사 검증이 끝나지 않았다”고 목소리를 높이지만 황 후보자의 버티기 전술을 뚫을 전략은 없어 보인다. 메르스 확산으로 반대 여론을 끌어올리지 못했다고 주장하지만 황 후보자의 ‘고도의 전술’에 야당이 무기력하게 무너진 셈이다. 은 6월8~10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를 요약하여 지상 중계한다.

황교안 총리 후보자가 인사청문회 자료 제출을 지연한 것을 두고 일각에서는 정밀 검증할 시간을 주지 않으려는 전술로 분석한다. 지난 6월8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 첫날, 정회가 선언되자 활짝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나는 황 후보자의 모습. 김진수 기자

황교안 총리 후보자가 인사청문회 자료 제출을 지연한 것을 두고 일각에서는 정밀 검증할 시간을 주지 않으려는 전술로 분석한다. 지난 6월8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 첫날, 정회가 선언되자 활짝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나는 황 후보자의 모습. 김진수 기자

버티기 뚫을 재간 없는 야당1. 자료 제출 지연 ‘전술’

황 후보자는 국무총리 후보자 청문회를 앞두고 제기된 여러 의혹에 대해 “청문회에서 답변하겠다”며 일절 대응을 피해왔다. 병역면제, 변호사 시절 ‘전관예우’, 변칙 사건 수임을 통한 변호사법 위반, 증여세 탈루 같은 여러 의혹이 불거진 상태였다. 6월8일 뚜껑을 열어보니 ‘깜깜이 청문회’였다. 국회 인사청문특위가 요구한 자료의 제출 비율이 40%를 넘지 못했다. 황 후보자는 여야가 합의해 38건의 자료를 요구했는데도 20여 건에 대해서만 답변했다. 법무부·병무청·국세청 같은 정부 기관에 783건의 자료를 요구했는데 270건밖에 내지 않았다. 특히 황 후보자가 장관으로 있는 법무부는 단 한 건도 응하지 않았다. 황 후보자 쪽이 제출을 거부한 자료는 전관예우 여부를 검증하기 위한 변호사 수임 기록, 병역면제 사유와 관련한 건강보험 기록, 증여세 탈루 의혹 해소를 위한 가족 간 금융거래 기록 등이었다. 제출 거부 이유로는 ‘사생활 침해’ ‘영업상 기밀’ ‘자료 부재’ 등을 꼽았다. 야당 청문위원들은 “청문회를 연기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말뿐이었다. 자료 제출 시한을 자꾸만 연기하면서 청문회의 상당 시간을 자료 제출 논란으로 낭비했다.

청문회 첫쨋날인 6월8일 우원식 의원(새정치연합)은 “오늘 오후 4시까지 자료를 제출하지 않으면 청문회 방해 행위로 보겠다”고 주장했다. 황 후보자가 변호사 시절 수임한 119건의 사건 중 19건을 공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2013년 법무부 장관 청문회 때도 황 후보자는 비슷한 태도로 일관했다. 그는 2011년 1월 부산고검장으로 퇴임한 뒤 법무법인 태평양의 고문으로 취업해 17개월간 15억9천만원을 수임료와 자문료 등으로 받았다. 당시 황 후보자는 “월 1억원(의 수입)이 전관예우가 아니냐”는 지적에 “일한 만큼 지급됐다”고 주장했다. 구체적인 수임 자료는 제출하지 않았다.

이후 여야는 고위 공직자 출신 변호사가 최초 2년 동안 수임한 사건 내역을 법조윤리협의회가 공개하도록 변호사법을 개정했고 이를 ‘황교안법’이라고 불렀다. 애초에는 누가 의뢰한 사건을 얼마나 수임했는지, 이를 통해 검찰 또는 법원에서 전관예우라고 볼 만한 결과가 나왔는지 등을 검증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할 참이었다. 그러나 검찰 출신 새누리당 의원들이 반대하고 나섰다. 권선동 의원은 “국회가 수임료와 의뢰인 이름까지 볼 필요가 있겠느냐. 영업비밀, 사생활 보호 측면에서 제한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회선 의원도 “한 사건에서 얼마를 받았느냐를 우리가 알아서 뭐하나”라고 거들었다. 김도읍 의원은 ‘변호사는 살인자든 성폭력범이든 모두 변론할 권리·의무가 있다’는 논리를 폈다. 공직에 취임하려는 사람은 도덕적 기준이 높아야 한다고 서기호 의원(정의당)이 주장했지만 힘을 받지 못했다.

여당, ‘황교안법’ 힘빼기

6월10일 황교안 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한 노회찬 전 정의당 대표의 모습. 노 전 대표는 “삼성 X파일 사건 당시 서울중앙지검 2차장이었던 황 후보자가 공정한 법 집행을 하지 않았다”고 고 증언했다. 연합뉴스

6월10일 황교안 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한 노회찬 전 정의당 대표의 모습. 노 전 대표는 “삼성 X파일 사건 당시 서울중앙지검 2차장이었던 황 후보자가 공정한 법 집행을 하지 않았다”고 고 증언했다. 연합뉴스

결국 법조윤리협의회가 사건명, 관할 기관, 수임일, 처리 결과만 처리하는 것으로 합의됐다. 법조윤리협의회는 전관예우 방지를 위해 판검사 출신 변호사의 수임 내역을 신고받고 감시하는 기구다. 법원행정처장, 법무부 장관, 대한변호사협회장이 지명한 변호사 9명으로 이뤄진다. 협의회는 청문회 때 황 후보자의 수임 자료를 ‘~법 위반 사건’ 식의 사건명과 사건 수 정도로만 공개해 제출했다. 더 큰 문제는 황 후보자의 수임 내역 가운데 19건에 대해서는 ‘자문 사건’이라며 아예 공개를 거부한 것이다. 야당은 청문회가 시작되자마자 비공개한 수임 내역을 ‘19금(禁) 사건’이라 부르며 “전관예우의 핵심”이라고 주장했다.

김광진 의원(새정치연합) 열흘 넘게 요구하는데도 ‘19금 자료’를 공개 안 하고 있다.

황 후보자 확인하고 싶어도 (법조윤리협의회에 있지) 내게는 아무 자료가 없다. 자료를 공개하면 의뢰인이 노출된다.

자료 제출 논란으로 청문회 첫날 오전 시간이 다 지나갔다. 황 후보자는 오후에 청문위원들에게 비공개로 자료를 열람만 하게 하는 데 동의했다. 일부 사건 자료가 국회로 넘어왔지만 여당은 “의뢰인 내역은 지우고 열람해야 한다”고 버텼다. 야당은 “아직 50% 이상의 자료가 제출되지 않았는데 9일 오전 11시까지 자료를 제출해 열람할 수 있게 하지 않으면 청문회 진행이 어렵다”고 반발했다.

청문회 둘쨋날도 다를 바 없었다. 여야는 청문회를 정회한 채 자료 제출 논의만 거듭했다. 결국 오후 5시에 ‘19금 자료’를 의뢰인과 소속 업체 등을 삭제하고 수임사무 요지만 비공개 열람하기로 여야가 합의했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수임 시기와 사건명, 사건 처리 결과 정도로는 누가 어떤 사건을 맡겼는지 명확히 알 수 없었다.

이번에 황 후보자가 자료 제출을 지연한 것을 두고 ‘고도의 전술’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2013년 법무부 장관 청문회 때도 비슷한 상황이 펼쳐졌기 때문이다. 당시 야당은 황 후보자 아들의 재산이 늘어난 것에 대해 ‘차용으로 위장한 증여’라는 의혹을 제기하며 아들과의 금융거래 기록을 요구했다. 황 후보자는 이를 거부했고 야당은 ‘뭔가 있구나’ 싶어 더 파고들었다. 청문회 당일 오전을 자료 제출 논란으로 흘려보내고, 오후에 황 후보자는 아들과의 금융거래 통장 사본을 전격적으로 공개했다. 당시 청문위원이었던 서기호 의원은 “미리 해명 자료를 내면 다른 건으로 의혹을 제기할 것 같으니 준비된 자료조차 내지 않고 버티는 것”이라며 “시간에 쫓겨 정밀 검증을 못하고 넘어가게 된다”고 말했다. 이번 국무총리 청문회에서 황 후보자의 전술은 또다시 성공했다.

황 후보자의 전술은 또 성공

2. 사면 로비·전관예우 의혹

청문회 둘쨋날인 6월9일 5시간 동안의 파행 끝에 열람한 ‘19금 자료’에서 황 후보자가 변호사 시절 사면에 관한 법적 자문을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사면·가석방·형집행정지는 법무부와 검찰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검사장 출신 변호사가 맡는 영역이다. 사면은 청와대, 가석방은 법무부, 형집행정지는 검찰에 권한이 있기 때문이다. 이런 활동은 변론이라기보다는 로비나 알선·청탁으로 볼 소지가 크다. 그래서 야당 청문위원들은 6차 특별사면(2012년 1월12일) 때 황 후보자가 사면 로비에 개입한 것 아니냐고 따져물었다. 당시 특별사면 실무를 총괄했던 법무부와 청와대 라인이 황 후보자와 친분이 있었기에 이런 추론이 가능했다. 청와대 사면 실무는 황 후보자의 사법연수원 동기(13기)인 정진영 민정수석이 맡았고, 권재진 당시 법무장관은 황 후보자가 서울지검 재직 때 함께 근무했다. 야당은 황 후보자가 당시 법무부 형사기획과장과도 친분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황 후보자가 자문료로 받은 액수가 얼마인지 밝히지 않아 정당한 자문인지 알선·청탁인지 확인할 수 없었다.

은수미 의원(새정치연합) (이명박 정부 때인) 2012년 1월 특별사면 당시 정진영 청와대 민정수석이 황 후보자의 사법연수원 동기였는데, 특별사면과 관련이 있느냐.

황 후보자 아무 관련이 없다. 내가 사면에 관한 법률 자문을 시작한 것은 2012년 1월의 사면 훨씬 뒤인 6~7월 정도다. 사면 절차에 대한 법률적 자문에만 응했다.

박원석 의원(정의당) 법률적 자문은 굳이 비싼 변호사에게 받을 이유가 없다. 전관 출신 변호사에게 사면할 수 있는지 타진했다고 보는 게 상식적이다. 로비 의혹을 사기에 충분하다.

황 후보자 변호사의 법률적 조언 영역은 넓다. 추측으로 명예훼손하는데 걱정된다. 의뢰인은 사면 대상에 포함되지 못했다.

박범계 의원(새정치연합)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이나 천신일 전 세중나모 회장 등이 포함된 사면에 개입했느냐.

황 후보자 전혀 무관하다.

“법조(계)가 좁다” → “사려 깊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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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경기고 동창인 김용덕 대법관이 주심을 맡았던 정휘동 청호나이스그룹 회장의 횡령 사건을 선임계 없이 수임한 것과 관련해 “사려 깊지 못했다는 생각을 한다”고 한발 물러섰다. 청문회 첫쨋날 변호사법 위반이라는 야당의 지적에 “법조(계)가 좁다”며 반박했던 것과 사뭇 다른 태도였다. 정 회장의 횡령 사건은 1·2심까지 유죄가 선고됐지만 황 후보자가 사건을 수임한 뒤 대법원에서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됐다. 1심(벌금 1억원)과 2심(징역 2년, 집행유예 3년)은 태평양이 맡았다. 대법원에 상고하면서 정 회장은 변호인을 법무법인 김앤장으로 바꾸었다. 전직 대법관을 포함해 김앤장 소속 변호사 3명이 선임계를 냈다. 대법원은 같은 해 5월 정 회장 사건의 상고심 주심으로 김용덕 대법관을 배정했다. 그러자 정 회장은 태평양으로 돌아와 황 후보자를 변호인으로 선임했다.

우원식 의원 황 후보자와 고등학교 같은 반 친구였던 김용덕 대법관이 주심으로 배정되니 사건이 (김앤장에서) 태평양으로 왔다. 친구의 영향력 때문에 피고인이 (태평양으로) 왔다는 게 합리적 의심 아니냐.

황 후보자 결과적으로 법조계가 좁다. 처신을 조심하지 않으면 많은 오해가 생긴다.

우 의원 (피고인이) 1·2심 패소하고 법무법인을 바꿨다가 왜 다시 태평양을 선임했다고 생각하나.

황 후보자 억울한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박원석 의원 내가 맡은 게 적절치 않았다고 말하는 게 맞지 않나.

황 후보자 부적절한 변론 안 하려고 노력했다. 자문해주다가 (장관 발탁으로) 퇴직하는 바람에 선임서를 내지 않은 것이다. 김용덕 대법관과 가끔 만나지만 이 사건과 관련해 전화한 적 없다.

청문회 마지막 날인 6월10일 증인으로 나온 김한규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은 선임계를 내지 않고 송무 사건을 맡은 것은 변호사법 위반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상고심 때 정 회장이 김앤장에서 태평양으로 돌아온 것은 이례적이라고 설명했다. “1심보다 항소심 결과가 나쁘면 신뢰관계가 깨진다. 그래서 다른 변호사로 바꾸었는데 다시 예전 법무법인으로 돌아가는 일은 거의 없다. 더군다나 새롭게 선임했던 로펌은 국내 1위 로펌이었다. 황 후보자의 ‘법률’ 자문이 필요했다면 항소심 때 선임서를 제출하고 충분히 받을 수 있었다.”

몰라서, 지나서… 간단한 변명들

3. 담마진 치료 기록은 없다

황 후보자는 종합소득세를 늑장 납부한 이유에 대해 “세법을 잘 몰라서”라고 답했다. 박범계 의원은 “부산고검장을 마친 뒤 받은 공무원연금 소득(3500만원)에 대해 신고하지 않다가, 총리 지명을 받으면서 4년 늦게 지각 신고를 했다”며 소득세 탈루 의혹을 제기했다. 황 후보자는 “명백한 불찰이자 잘못”이라며 “세법을 잘 몰라서 납부하지 못한 점에 대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병역면제에 대해서도 “국가와 국민께 빚진 마음으로 살고 있다”고 해명했다. 황 후보자는 1980년 만성담마진(두드러기) 증상으로 병역면제를 받았다. 그러나 담마진 치료 기록은 국회에 제출하지 않았다. 김광진 의원은 “일반 국민 (병역) 면제율은 2.2%, 4급 이상 고위 공직자들은 10.3%, 장관급 이상은 15%다. 고위로 올라갈수록 아픈 분들이 많다”고 지적했다.

김광진 의원 담마진으로 군 면제를 받을 정도로 심한 분이 다음해 사법시험을 패스할 정신력을 가졌는지 의구심이 든다.

황 후보자 특혜를 받고 병역면제를 받은 것 아니냐는 걱정으로 이해한다. 신검을 받을 때 어려운 집안이었다.

김 의원 병역문제 입증 책임은 본인에게 있다. 병원 기록은 건강보험공단에 있는 기본 사항이다.

황 후보자 10년이 지나서 자료가 없다고 보고받았다.

4. “메르스, 대통령 할 일 다 했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와 관련해 박근혜 대통령은 제때 해야 할 일을 다 했다고 생각한다.”

은수미 의원이 ‘이번 사태의 가장 큰 책임이 메르스를 잡는 대신 (국회법 개정안 문제로) 국회와 싸우려고 한 대통령에게 있다고 생각하는데 동의하는가’라고 묻자 황 후보자가 내놓은 답변이다. 그는 “국정 과제가 많고 할 일이 있기 때문에 개인적인 현출(두드러지게 나타남) 이런 것은 충분하지 못할 수 있지만 국민 안전을 지키기 위한 준비는 꾸준히 철저하게 정부 중심으로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청와대에서 메르스 대응 민관합동점검회의를 처음으로 주재한 것은 6월3일이다. 국내에서 첫 확진 환자가 발생(5월20일)한 지 13일 만이었다. 황 후보자는 또 ‘정부 대책의 방향성이 맞느냐’는 질문에는 “부족한 점이 많이 있다”고 인정했다. 그러나 “국민 불안이 많아지니까 결국은 대통령도 나서서 직접 회의를 총괄하고 있는 것”이라며 ‘흑기사’를 자처했다.

흑기사·방패막이, 시켜만 주신다면

황 후보자는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서도 박 대통령과 뜻을 같이했다. “법률적으로 위헌 소지가 있다고 생각한다. (현 법무부 장관으로서) 법무부 의견은 말씀드렸다. (다만) 정치적·정무적 판단도 필요한 만큼 양자가 충돌하지 않으면서 조화될 합리적 방법이 무엇인가 함께 찾겠다.”

정은주 기자 ej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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