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람의 죽음은 아무것도 말하지 못할 수도, 모든 것을 말할 수도 있다.
이남종(41)씨가 몸을 불살라 숨졌다. 새해를 하루 남겨둔 날 오후 서울역 고가도로에서였다. 그의 죽음이 말하는 것은 분명해 보였다. ‘박근혜 사퇴’와 ‘특검 실시’라고 쓴 펼침막이 그가 불타는 동안 도로 난간에 내걸려 겨울바람에 펄럭였다.
죽음이 세상에 건네는 말은 ‘처리’ 방식에 따라 마지막 뜻으로 남기도 하고 마지막 뜻마저 빼앗기기도 한다. 그의 분신 직후 ‘죽음이 아무것도 말하지 못하게 하려는 기획들’이 벌어졌다.
서울 남대문경찰서는 이남종씨가 사망한 직후(1월1일 오전) 보도자료를 냈다. “현재까지 수사한 바로는 부채, 어머니의 병환 등 복합적인 동기로 분신을 마음먹은 것으로 판단”한다고 했다. “신용불량 상태에서 빚 독촉으로 많이 힘들어하였다면서 경제적인 이유 말고는 분신을 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는 동생의 진술을 근거로 제시했다.
경찰은 고인의 다이어리를 확보하고 있었다. 고인은 다이어리에 분신 이유를 적은 ‘안녕하십니까’란 제목의 글을 남겼다. 경찰은 “정부에 대한 불만 내용이 들어 있는 메모 글이 있어 최근 대학가에 붙은 대자보와 유사한 방식으로 글을 쓴 것으로 보인다”고만 언급했다. 경찰은 고인이 죽음으로써 말하려던 것을 말하지 않음으로써 고인의 죽음을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만들었다.
기획은 보수언론에서도 있었다. 는 인터넷판 기사들에서 그의 죽음을 생활고에 따른 자살로 몰았다. ‘서울역 분신 남성, ‘박근혜 안녕하십니까’ 수첩 남겼지만, 개인빚이…’(1월1일 13시29분)→‘서울역 분신 사망남, 박근혜 비판 유서 썼지만, 실은 개인빚에 보험까지… 문성근 “명복을”’(1월1일 15시24분)→‘서울역 분신 남성 사망! ‘박근혜 사퇴’ 적었지만, 본인 빚이…’(1월1일 18시59분)→‘서울역 분신, “얼마나 살기 힘들었으면…” 네티즌 애도 봇물 “왜 사망했나 보니”’(1월2일 10시9분).
그리고 1월2일 경찰은 유족에게 이남종씨의 다이어리를 넘겨줬다. 다이어리 안 유서엔 ‘기획되지 않은’ 이남종씨의 분신 이유가 적혀 있었다. “공권력의 대선 개입은 고의든 미필적 고의든 개인적 일탈이든 책임져야 할 분은 박근혜 대통령입니다. …보이지 않으나 체감하는 공포와 결핍을 제가 가져가도록 허락해주십시오. 두려움은 제가 가져가겠습니다. 일어나십시오.” 그의 죽음이 말하려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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