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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천 폐지 기득권 버리기 아냐”


민주당 소속 차성수 서울 금천구청장… “현행 제도 분명 문제 있지만 무조건 폐지하면 부작용 훨씬 더 클 것”
등록 2013-06-19 20:06 수정 2020-05-03 04:27
노무현 정부 청와대 수석비서관에서 기초단체의 행정가가 됐다. 감회가 남다르겠다.

많이 배우고 있다. 중앙정부에서 큰 그림을 그리더라도 지역에서 제대로 집행이 안 되거나 현장의 목소리가 담기지 않으면 중앙정치가 어떻게 왜곡되는지, 그리고 정부 부처들의 칸막이 문제가 지역에서 얼마나 심각하게 작용하는지도 배웠다.

“지역 토호세력 당선될 가능성”
한겨레 탁기형 기자

한겨레 탁기형 기자

정당공천 폐지에 반대하는 이유는 뭔가.

공천을 폐지하면 정당이 후보자를 일차로 거르는 작업을 하지 못하게 된다. 정당이 담당하지 않으면 어떻게 생활정치가 국회의원들의 정치 의제가 되겠나? 정당공천은 기본적으로 필요하다. 물론 부작용이 있다는 지적에는 동의한다. 특히 영호남이나 서울의 강남 3구처럼 특정 정당이 독식하는 구조에서는 정당공천 폐지가 필요하다는 주장에 공감한다. 그러나 모든 지역에서 정당공천을 폐지할 경우 성과보다는 부작용이 훨씬 더 크다고 본다. 지역의 토호세력이 당선될 가능성이 굉장히 높아지게 된다.

폐지론의 골자는 지방자치가 중앙정치에 예속되었기 때문에 이를 분리시켜야 한다는 것인데, 이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말인가.

예속을 개선하거나 완화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는 건 필요하다. 그런데 공천을 폐지하면 곧바로 새정치가 열릴 것이라고 보는 건 잘못이라는 거다. 중앙정치에 예속된다고 하지만, 정확하게 이야기하면 그 지역의 국회의원에게 예속되는 것이다. 결국 국회의원들의 기득권이 문제다. 대안을 찾아야지, 무조건 공천을 폐지하자고 하면 어떻게 되겠나. 대다수 지방 일꾼들이 무소속으로 당선되는 일본처럼 된다. 일본 국민이 과연 정치에서 희망을 찾고 있나? 오히려 일본인들은 ‘정치는 바보들이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다. 다른 측면도 있다. 현행 5년 단임제에서는 지방선거를 통한 정권에 대한 중간평가가 반드시 필요하다. 지방권력이 중앙권력을 제어하고 견제할 방안도 필요하다는 뜻이다.

공천제를 유지한다고 가정하면, 지금 나타나는 문제점들을 완화할 대안은 무엇인가.

예를 들어 지난 몇 차례의 선거에서 동일 정당이 전체 당선자의 몇% 이상을 계속 배출했다면 그 지역에 한해 공천제도를 폐지한다든지, 공천제를 유지하면서 한 선거구에서 다수의 당선자를 뽑는 대선거구제로 가는 것도 방법이라고 본다. 정당의 지역 조직이 생활 의제를 안고 갈 수 있도록 지구당도 부활시킬 필요가 있다. 왜 기초단체장과 기초의원만 문제 삼나. 국회의원 공천은 과연 민주적인가? 정당공천 방식에 대한 정당과 정치인들의 생각이 변해야 한다. 공천 폐지가 마치 기득권을 버리는 일인 것처럼 주장하지 말라는 것이다. 그건 국민을 기만하는 일이다.

“정당 불신하면서 정치 신뢰하자?”결국 정당이 좋은 시스템을 갖추고 좋은 후보자를 공천할 수 있는지가 핵심이다. 지금의 정치 구도와 지형에서 가능할까.

현재의 정당에 여러 문제가 있다는 생각에 동의한다. 정당이 기득권을 버리기도 쉽지 않을 것이고, 관료화된 측면도 있다. 그렇다고 정당공천 폐지가 과연 우리가 가야 할 길인가? 정당정치를 살리기 위해 노력해야 희망을 주는 정치가 만들어진다. 정당은 불신하면서 그것은 그대로 두고 정치를 신뢰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자? 그게 가능하겠느냐는 말이다. 일시적으로 안철수 후보 같은 분이 반짝할 수는 있지만 결국 정당에 대한 신뢰 없이 정치에 대한 신뢰는 만들어지지 않는다. 현행 제도에는 물론 부작용이 있다. 한칼에 해결할 수 있는 문제도 아니다. 하지만 무조건 폐지하자는 식으로 풀어가선 안 된다.

송호균 기자 uknow@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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