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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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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도권 없는 현실 인정해야”

참여당과 통합 밝힌 조승수 전 진보신당 대표 인터뷰… “진보에서 조금 벗어나도 유의미한 정치세력으로 자리잡아야”
등록 2011-11-16 16:46 수정 2020-05-03 04:26

불과 한 달 전이다. 조승수 전 진보신당 대표는 인터뷰에서 진보신당 탈당을 알리며 “‘비(非)국민참여 진보 통합’을 조직체 형태로 만들고, 거기서 진보의 혁신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런데 바뀌었다. 그와 노회찬·심상정 전 진보신당 대표가 주도하는 통합연대는 민주노동당은 물론 국민참여당과도 통합하기로 결론을 내렸다. 11월9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다시 그를 만났다. ‘말을 바꾼 이유’를 따져물어야 했다.

» 조승수 진보신당 전 대표. 한겨레21 김경호

» 조승수 진보신당 전 대표. 한겨레21 김경호

통합연대가 국민참여당과도 통합하겠다고 결정한 건 탈당 못지않게 충격적이다. 어떻게 된 건가.
10월18일 광역단위 대표단을 포함한 통합연대 수련회를 대전에서 열었다. 30~40명이 모여 이후 진로 문제에 관해 모든 것을 원점에서 논의했다. 지금까지는 ‘국민참여당은 진보정당이 아니라서 통합 대상이 아니다. 민주노동당과 해소되지 않은 문제가 있지만 진보통합이 시대적인 대세다’라는 큰 틀에서 논의를 밀고 왔다. 그런데 (통합연대가 진보신당을) 탈당한 이 조건에서 우리가 어떤 선택을 하고,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할지, 놓치지 말아야 할 부분과 현실에 유연하게 대응할 부분이 뭔지 모든 걸 열어놓고 얘기하자고 했다. 의외로 국민참여당에 (통합의 문을) 열어야 한다는 쪽으로 의견이 모였다. 일부는 이전부터 같이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다수는 원하는 바는 아니지만 그렇게 갈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후 공동대표들(노회찬·심상정·조승수)이 세 차례 논의해 내린 가장 큰 결론은 국민참여당에 열어야 한다는 거였다. 내 기준으로 말씀드리면, 나는 여전히 국민참여당과 통합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길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국민참여당이 진보정당인지 이후 실천적으로 검증돼야 한다고 여전히 생각한다. 하지만 우리가 상황을 주도할 수 없는 현실을 인정해야 한다. 통합 대상인 민주노동당 주류, 다수가 국민참여당의 참여 없이는, 오히려 그들과만 통합하는 것으로 진보 통합을 마무리하려는 움직임도 보인다. 국민참여당 안에는 ‘혁신과 통합’ 쪽으로 가기를 원하는 그룹도 있다. 그들의 참여가 비록 완전한 진보정치 세력의 통합이 아니라는 문제의식은 있지만, 진보 통합을 완전히 희석시키지도 않을 것이라고 본다. 국민적 눈높이에서 보면, 국민참여당이 진보인가 아닌가보다 한국 사회의 제도정치권 안에 있는 정치세력들 가운데 적어도 이 세 그룹이 하나의 당으로 한 축을 형성하면 대체로 진보의 대표성을 인정한다.

또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보수, 진보를 막론하고 한국 사회의 모든 정파들이 유의미한 세력으로 자리잡으려고 다양한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이걸 우리가 수동적으로 피해갈 방법은 없다. 진보의 정합성에서 조금 벗어나더라도 이 과정에서 유의미한 정치세력으로 자리잡는 것도 우리의 과제고, 더 적극적인 자기 역할을 해야 할 시기다. 그래서 (국민참여당을 포함한) 지금과 같은 진보 통합은 불가피하며 이젠 더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결론에 다다른 것이다.

그렇다면 민주당이나 ‘혁신과 통합’에 합류하지 못할 이유도 없는 것 아닌가.
어차피 온전한 진보정치 세력, 검증받은 진보정치 세력끼리의 통합이 아니라면 나머지는 우회로다. 국민참여당도 그렇고, ‘혁신과 통합’, 민주당과 함께하는 우회로다. 사실 수련회에서 내가 그 얘기를 했다. 진보정치 세력이 논리적으로는 일관돼야 하는 것 아니냐, 국민참여당이 된다면 민주당 등의 우회로도 토론 대상으로 생각하고 다양한 가능성을 꼼꼼히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논의에서, 논리적으로는 그렇지만 현실 문제가 단순한 게 아니라는 쪽으로 정리가 됐다. 어떤 분이 이렇게 말하더라. ‘민주당과의 통합을 사람들에게 어떻게 설명할 거냐. 제대로 된 독립을 위해 불가피하게 동거를 하는데, 국민참여당은 세력이 적고 진보 통합을 말할 세력이 존재한다. 지역에서도 국민참여당 당원들은 진보신당과 우호적이고 말이 통한다. 하지만 민주당은 전혀 다른 사람들이다. 너무 큰 세력이고, 지역주의도 완고하고, 의원 3분의 1은 한나라당에 있어도 손색없는 사람들인데, 그들과 같이하겠다는 걸 대중적 언어로 뭐라고 설명할 거냐.’ 그분 말처럼 진보정치의 논리로 본다면 똑같은 우회로지만, 현실에서는 차이가 굉장히 크다. 또 정치가 논리만으로 되는 게 아니다. 2012년 총선·대선을 거치며 진보의 독자적 성장과 발전, 진보정당의 독자성을 유지하는 것이 목표인데 민주당이나 ‘혁신과 통합’과 함께한다면 우리 핵심 지지층의 지지 이유가 불분명해질 수 있다.

지난해 지방선거 때 경기지사 선거에서 심상정 전 대표가 갑자기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와 단일화할 때부터 심심찮게 나돌았던 이야기가 현실이 된 셈이다. 그때부터 이미 준비됐던 건가.
그 문제는 내가 당사자가 아니라서 정확하게 알 길은 없다. 그런 고민을 했던 흔적은 보이지만, 그 문제의식이 지금 국민참여당과 함께하자는 것과 바로 연결되는 건지는 모르겠다.

이후 통합 논의 일정은.
지금은 통합의 물꼬를 트기 위한 실무협상 단계다. 새로운 당이 뭘 하고, 어떻게 운영할 건지, 내년 총선·대선까지 과도기를 어떻게 경과할 건지 등의 의견을 타진하는 과정이다. 통합연대는 11월12일 창당준비위원회(창준위)로 전환한다. 정식 당은 아니지만, 민주노동당·국민참여당과 함께 신설합당으로 가는 절차다. 창준위에서 임의 형태로 수임기구를 만들고, 신설합당에 필요한 절차를 밟을 것이다. ‘새로운 통합진보정당 추진위원회’(새통추) 참여 조직 가운데 ‘복지국가와 진보대통합을 위한 시민회의’는 우리와 함께하기로 했다. 민주노총과 빈민단체, 진보교연(진보정치세력의 연대를 위한 교수연구자모임) 쪽도 소통·설득하고 있다. 12월13일 총선 예비후보 등록일 전까지 통합정당 창당을 완료하는 것이 1차 목표다. 다른 두 당도 빨리 진행하면 좋겠다는 의견을 확인했으므로 실무선의 합의가 큰 틀에서 가닥이 잡히면, 세 주체가 조만간 만나 통합을 공식화하게 될 거다.

내년 총선의 목표는.
야권 연대와 관련되겠지만, 원내 교섭단체 구성을 목표로 해야 하지 않겠나. 물론 지금처럼 민주당 중심으로 야권 연대가 계속 진행된다면 만만치 않을 수도 있다.

홍세화 진보신당 대표 후보가 11월8일 기자간담회에서 통합연대의 국민참여당 합당 문제를 비판했다. 되돌아오라는 뉘앙스로 읽히던데.
그를 비롯해 여러 분들에게 인간적인 상처를 준 건 아픈 부분이다. 작은 차이가 조직적인 분리로 나타난 이 과정이 편하거나 좋거나 기쁜 길이 아닌 건 분명하다. 그러나 진보정치가 자기완결성, 자기순수성으로만 한정될 수 없는 조건에 놓여 있기 때문에 불가피하다고 생각한다. 김혜경 비대위원장한테도 ‘지금이라도 판단을 다시 하면 좋겠다’는 뉘앙스의 제안을 받았다. 지금이 2000년 민주노동당 창당 전이라면 그럴 수 있다. 하지만 이미 우리는 인정하든 안 하든 진보정치 세력으로 제도정치 안에 들어왔고, 현실에서 현실을 변화시킬 정치세력이라고 국민이 바라보고 평가한다. 여기서 다시 진보의 순수성, 독자성만 고집하면 역사를 되돌리는 결과를 가져온다. 진보신당과는 당장은 어렵겠지만 진보정치 세력이 독자적으로 성장·발전하는 전략적 목표, 유의미한 정치세력으로 총선·대선을 경과하는 전략 속에서 만나야 한다.

더 하고 싶은 말은.
진보신당 당원들이 가지는 (배신감), 개인적으로 아직 풀지 못한 부분은 온전히 내가 안고 가야 하는 영역이라고 생각한다. 아무 일 없었다거나 내가 다 잘했다는 건 아니다.

조혜정 기자 zes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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