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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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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공단에 도착한 평양발 편지

북한 지도총국, 개성공단 입주기업에 공단 활성화 지지 호소 서한 보내…

남북대화 꺼리는 정부에 입주기업들도 불만
등록 2011-02-16 06:50 수정 2020-05-02 19:26

“우리는 선생이 지난 시기는 물론 앞으로도 공업지구 기업인의 한 사람으로서 침체된 공업지구사업을 활성화해나가기 위해 우리가 제의한 개성공업지구 실무회담이 조속히 재개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지지 성원을 보내리라고 믿습니다.”

정부는 위장 평화 공세라며 일축
북한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지도총국)이 설 연휴 마지막 날인 지난 2월6일 개성공단 입주기업 대표들에게 남쪽 정부가 공단 활성화에 나서도록 지원해달라는 편지를 보냈다. 북한의 내각(우리의 행정부처에 해당) 산하기구인 지도총국은 개성공단의 전반적인 개발 및 관리를 담당하고 있으며, 총국장은 우리의 차관에 해당한다. 지도총국이 직접 입주기업 대표들에게 편지를 보낸 것은 2005년 개성공단 설립 이후 처음이다.
이름을 밝히지 말아달라는 한 입주기업 대표는 “지난 2월7일 개성공단을 방문한 직원을 통해 편지를 받았다”며 “이번 편지는 명의가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 평양’이라고 돼 있는데, 통상 인·허가 사항을 알릴 때 보내는 공문에 적힌 ‘지도총국’과는 다른 점이 눈에 띈다”고 말했다. 이 편지는 입주기업 대표 상당수가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개성공단에 도착한 평양발 편지

개성공단에 도착한 평양발 편지

지도총국은 편지에서 “새해에 들어와 북남 사이의 대화 분위기가 높아가는 데 따라 공업지구에 조성된 난관을 타개하고 공업지구사업을 활성화해나가기 위해 이 편지를 보낸다”며 “개성공업지구사업이 여러 가지 정치적 요인과 함께 출입체류 제한과 투자 금지, 임가공을 비롯한 기업인들의 자유로운 경제활동까지 가로막는 비정상적인 사태들로 하여 위기에 처하고 입주기업들이 입는 경제적 피해는 날을 따라 늘어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북과 남이 서로 만나 공업지구사업에서 제기되는 문제들을 허심탄회하게 협의한다면 (중략) 좋은 방도들도 찾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북쪽이 올해 들어 지속적으로 남쪽과의 대화를 요구해온 것과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정부는 천안함·연평도 사건에 대한 사과가 우선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통일부 관계자는 “북쪽이 올해 들어 남북 군사회담을 비롯해 적십자회담, 개성공단 회담 등은 물론 민간단체에도 대화를 제안하고 있다”며 “북의 이같은 태도는 상투적인 위장 평화 공세라고 생각하고, 정부는 천안함·연평도 사건에 대한 국민이 납득할 만한 조처가 우선이라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은 이런 정부의 태도에 불만을 나타낸다. 지난해 3월 천안함 침몰과 11월 연평도 포격 사건 이후 극심한 어려움에 처해 있기 때문이다. 개성공단기업협회가 최근 입주기업 대표 64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65%가 현재의 개성공단 체류자 제한 등의 조처가 지속되면 공장가동률을 50% 미만으로 축소해야 한다고 답변했다. 개성공단기업협회 관계자는 “개성공단은 정경분리 원칙에 따라 설립됐는데도 정부가 정치적 문제로 기업들의 활동을 제한하고 있다”며 “2008년 북한이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에 반발해 개성 남북경제협력협의사무소 인력 철수를 요구한 것도 문제지만, 우리 정부 역시 북한의 대화 요구에 정치적 문제만을 앞세우는 것도 수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상 가동하면 남한 경제에도 긍정적

한편 한국산업단지공단 산업입지연구소가 지식경제부에 제출한 ‘개성공단 기업의 국내 산업 파급효과 및 남북 산업 간 시너지 확충방안’ 용역보고서에 따르면, 개성공단이 설립된 2005년부터 2010년 9월까지 남한 경제에 미친 생산 유발효과는 47억4368만달러(약 5조2668억원)에 달하고, 2만7547명의 취업자가 발생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정훈 기자 ljh924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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