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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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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새 진보정당 탄생하나

민주노동당·진보신당, 진보대통합당 건설에 합의…

국민참여당·창조한국당 참여 여부가 관심
등록 2010-12-16 08:07 수정 2020-05-02 19:26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이 지난 12월7일 ‘진보정치 대통합과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에 합의했다. 2007년 대선의 참혹한 결과와 종북주의·패권주의 논란으로 분당한 지 2년10개월 만이다. 그동안 두 당 사이에 ‘힘을 합쳐야 한다’는 공감대는 있었지만 공식적으로 미래를 향한 구상에 합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총선 치르려면 내년 하반기까지 성과 내야

조승수 진보신당 대표

조승수 진보신당 대표

두 당은 이 구상을 추진하기 위해 다양한 진보세력이 참석하는 첫 연석회의를 12월 중순 열기로 했다.

6·2 지방선거를 계기로 진보·개혁 세력이 단일 정당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은 봇물 터지듯 쏟아졌다. 그런데 이런 주장들은 내용이 판이했을 뿐만 아니라, 실제 정치세력 재편을 추동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논의의 주체가 현실 정치의 ‘선수’인 정당이 아니라 ‘심판’ 격인 시민사회 진영이었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의 합의는 적잖은 의미가 있다.

통합 합의가, 분당의 원인이 된 ‘종북주의 논란’의 종식을 뜻하지는 않는다. 박용진 진보신당 부대표는 “북한의 3대 세습을 ‘비판하지 않는 것이 민주노동당과 나의 선택’(이정희 대표)이라던 지난 10월과 달리, 연평도 피격사건과 관련해선 ‘강력한 유감’을 표시한 만큼 민주노동당도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정성희 민주노동당 최고위원은 “여러 차례 토론회와 간담회를 통해 진보신당의 오해가 해소되고 있다. 다양한 진보적 가치의 차이를 인정하고, 과거를 따지기보다 진보정당이 나아갈 미래를 봐야 한다”고 말했다. 양쪽 모두 본질적인 문제가 해결됐다고 보지는 않지만, ‘희망’을 품는다는 얘기다. 이는 물론 진보정당의 존재 자체가 위협받는 지금 상태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두 당은 통합 시점을 못박지는 않았다. 그러나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는 12월7일 조승수 진보신당 대표를 만난 자리에서 “내년에 따뜻한 때 결실을 맺었으면 참 좋겠다. 가능하면 빨리 국민들께 힘을 드리는 기회를 만들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내년 봄’까지는 몰라도, 적어도 하반기까진 선거에서 법적 효력을 갖는 ‘준비위원회’를 발족해야 2012년 총선을 치르는 데 도움이 된다는 데는 큰 이견이 없다.

첫 연석회의엔 두 당뿐만 아니라 사회당, 민주노총, ‘진보정치 세력화를 위한 진보적 교수·연구자 모임’(진보교연), ‘복지국가와 진보정치 대통합을 위한 시민회의’ 등도 참석할 예정이다.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은 통합 논의를 진전시키면서 진보 진영 전반으로 연석회의 범위를 확대할 계획이다.

민주당과 통합은 고려하지 않아

하지만 조승수 대표가 “진보 열차의 운행을 방해하는 사람까지 태울 수는 없다”고 한 것처럼, ‘민주대연합론’ 등이 주장하는 민주당과의 통합은 고려 대상이 아니다. 통합 범위와 관련해선 “비정규직 철폐, 한반도 평화 실현, 4대강 사업 저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폐기 등 당면 현안 대응에 적극 공조한다”는 두 당의 합의문에서도 힌트를 찾을 수 있다. 비정규직법을 제정하고, 한-미 FTA를 추진한 민주당은 이 기준을 충족시킬 수 없다. 국민참여당과 창조한국당을 통합 논의 대상으로 볼 수 있을지는 고민거리다. 국민참여당은 한-미 FTA를 추진한 당사자들의 ‘반성’이 관건이다. 창조한국당은 내홍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데다, 그동안 진보정당과 교감해온 이가 유원일 의원 등 소수에 불과하다.

어쨌거나 두 당은 ‘하나된 진보정당’을 향해 첫걸음을 내디뎠다. 그 길이 탄탄대로일지 가시밭길일지, 아니면 미로일지는 오직 두 당의 태도에 달렸다.

조혜정 기자 zes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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