흘러내릴 듯한 헐렁한 바지를 입고 바닥에 머리를 대고 돌거나 몸을 솟구쳐 날아오르는 묘기 같은 춤 ‘브레이크댄스’. 거리의 문화로 여겨졌던 브레이크댄스가 ‘2024 파리올림픽’에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다. 브레이킹 비보이(B-boy)와 브레이킹 비걸(B-girl)로 나뉘어 두 개의 금메달이 걸렸다.
격렬하고 위험한 고난도의 동작이 많아, 브레이크댄스는 한때 남성의 전유물로 인식됐다. 이 춤을 추는 행위를 비보잉(B-boying)이라 부르는 이유다. 올림픽엔 ‘브레이킹’이란 성중립적 이름으로 자리잡았다.
올림픽 출전을 준비하는 스무 살의 브레이크댄서 김예리씨는 비걸이다. 우리나라에서 현재 활동하는 스무 명 남짓한 비걸 중 정상급 실력자다. 2018년 부에노스아이레스 유스(청소년)올림픽 브레이킹 비걸 부문에서 동메달을 땄다. 전세계 브레이킹 축제이자 월드컵인 ‘배틀 오브 더 이어’(BOTY) 등 국제대회를 여러 차례 석권한 ‘갬블러크루’의 유일한 여성 크루다. 소속사인 와이지엑스(YGX·와이지엔터테인먼트 자회사)에서 안무가이자 브레이크댄스 강사로도 활동한다.
운동을 좋아하던 김씨는 중학교 2학년 때 비보잉 공연을 접한 뒤 “프리즈(한 팔로 거꾸로 선 채 멈추는 동작) 하나만이라도 제대로 해보고 싶다”는 마음으로 첫발을 내디뎠다. 프리즈를 하기까지 1년이 걸렸다. 브레이킹을 시작한 뒤 어딜 가나 ‘홍일점’이던 그는, 춤을 더 잘 출 수 있는 환경을 찾아 예술고등학교에 진학했다. 음악에 몸을 실어 춤춰야 하는 그는 소리를 제대로 듣지 못한다. 10년 전부터 보청기를 착용하고 있지만, 대화할 땐 입 모양을 봐야 정확하게 뜻을 알 수 있다. 2019년 청각장애 4급 판정을 받았다. “대회에서 관중의 환호로 음악이 들리지 않아, 상대방의 동작으로 박자를 세야 했던 아찔한 경험도 했다.”
2022년 아시안게임, 2024년 올림픽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는 것이 현재 김씨의 목표다. 비걸 불모지나 다름없는 우리나라의 어린 친구들이 자신을 보고 비걸의 길로 많이 들어왔으면 한다. 그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프로필엔 ‘Limitless Artist’(한계가 없는 예술가)라 적혀 있다.
사진·글 박승화 기자 eyesho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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