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다. 따뜻한 한낮 햇살에 꽃망울이 팝콘 튀듯 터진다. 열매를 맺고 싶은 꽃들은 진한 향을 내뿜어 벌과 나비를 부른다. 해마다 가장 화려한 봄꽃 명소를 찾아 새봄을 즐겼던 시민들은, 올봄 이 달콤한 유혹을 참아내야 한다. 코로나19 확산을 막으려 지방자치단체와 보건 당국이 전국의 봄꽃 축제를 취소했기 때문이다.
서울 송파구는 석촌호수 벚꽃축제를 취소한 데 이어, 사람들이 몰리는 것을 막으려고 호수 주변 54개 진입로에 160여 개 철제 안전 울타리를 설치했다. 서울 여의도 윤중로 벚꽃축제도 16년 만에 처음으로 열리지 않는다. 윤중로에는 상춘객이 몰리지 못하게 녹색 조끼를 입은 통제요원이 배치됐고, 4월2일부터 경찰이 들머리에서 출입을 전면 차단한다. 남도의 대표 봄꽃 축제인 경남 진해 군항제도 취소됐고, 꽃을 배경으로 사진이 멋지게 찍히는 포토존마다 폐쇄 안내 글귀가 내걸렸다.
지구촌 전체를 일일생활권으로 만든 교통의 발달은 바이러스에게도 고속 통로를 제공했다. 감염병은 아시아를 넘어 유럽과 미국 대륙을 공포에 빠뜨렸다. 나라마다 유례없는 이동 자유 제한에 일상의 평온함이 무너지고 있다. 그럼에도 겨우내 움츠렸던 시민들은 주거지 주변에서 봄을 맞는 인내를 발휘하고 있다. 서로를 위해 마스크를 통해 호흡하며 거리를 두고 산책한다. 나와 이웃을 지키려는 시민들의 자제력이 화려한 봄꽃보다 더 아름다운 풍경으로 다가오는 특별한 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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