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9월8일(한국시각)부터 리우에서 ‘패럴림픽’(장애인올림픽)이 시작된다.
김영길(63·사진) 사진작가에게는 이번 대회가 무려 11번째 ‘출전’하는 패럴림픽이다. 선수단에서는 양궁 컴파운드 이억수(51) 선수가 7차례 패럴림픽에 출전해 국내 최다 기록을 갖고 있다. 김 작가가 이보다 4차례 더 많은 셈이다. 그는 1988년 서울패럴림픽 때부터 장애인 국가대표 선수들의 활약상을 찍었다. 국내에 ‘패럴림픽’이란 말이 제대로 알려지지도 않던 시절이다. 그때만 해도 취미 삼아 사진을 찍었고, 장애인 스포츠는 ‘호기심을 자극할 괜찮은 소재’ 정도로 여겼다.
김영길 작가는 1992년 스페인 바르셀로나패럴림픽 때부터 장애인 대표팀과 함께 국외 경기 촬영에 본격 나섰다. 그리고 2012년 영국 런던패럴림픽까지 여름대회 6차례, 2006년 이탈리아 토리노부터 겨울대회 3차례 등 10차례의 패럴림픽 현장을 다녀왔다. 어느덧 30년 가까운 세월이다.
전화 취재에 응한 9월1일에도 그는 리우 현장에 있었다. 미국 애틀랜타에서 선수단 전지훈련을 마치고 리우로 막 건너온 참이다. “꽤 긴 시간 동안 패럴림픽과 함께했네요. 2014년 러시아 소치 겨울 패럴림픽 때, 사진을 찍기 위해 밟고 있던 돌담이 무너져 큰일 날 뻔한 적도 있고요. 육상 원반던지기 선수가 던진 원반에 맞고 기절해 외신 기자들의 ‘취재 대상’이 되기도 했어요. (웃음) 장애인 스포츠와 여러 추억이 쌓이면서 여기까지 왔네요.”
김영길 작가는 오른쪽 손목을 잃은 절단장애인이기도 하다. 그는 1979년 한 철강회사에 입사한 지 한 달여 만에 오른손 피부가 벗겨지는 사고를 당했다. 이어진 치료 과정에서 의료사고로 번졌다. 염증이 생겼고, 결국 손목 부분을 모두 잘라내야 했다. 그는 지금도 오른손에 하얀 ‘의수’(인공손)를 낀다. 주로 왼손에 의지해 선수들의 빛나는 순간을 포착한다. 그가 절단장애인 스포츠에 각별한 마음을 갖는 것도 이런 영향이 크다. “금메달 종목을 주로 따라다녀야 하지만, 눈길은 절단장애인 종목에 가는 게 사실이다. 육상 높이뛰기에서 절단장애 선수들이 고통스럽게 얼굴을 찡그린 채 발을 구르고 도약하지만, 가로대를 넘는 순간의 자유로운 표정은 늘 감동을 준다”는 것이다.
그는 한국사진작가협회 소속 작가다. 김 작가는 개인전만 100차례 이상 연 중견 사진작가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는 장애인체육회 쪽에서 사진에 대한 별도 보수를 일절 받지 않는다. 대회 때 항공료와 숙식비 정도만 지원받고 나머지는 순수한 자원봉사 차원에서 일한다.
그가 이번에 가져가는 장비값만 4천만원쯤 된다. 장비 일체도 김 작가 개인 것이다. 다니던 직장에서 퇴직금으로 구내식당 운영권을 얻었고, 이후 경북 포항에서 단체급식업체 ‘청아람푸드’를 운영해 다행히 활동비 때문에 큰 어려움을 겪지는 않는다. 여기서 나온 수익으로 봉사단체 ‘희망원정대’에서도 구실을 하고, 급식봉사를 위한 ‘사랑의 밥차’도 한 대 운영한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 경북 구미 불산 누출 사고, 전남 진도 세월호 참사 때도 밥차를 끌고 가서 현장을 도왔다.
김영길 작가는 패럴림픽의 ‘관전 포인트’에 대해 “편견을 버릴 것”을 부탁했다. “장애인올림픽을 ‘안타깝다’는 느낌으로 보는 분이 많은 것 같아요. 장애나 비장애가 다를 게 별로 없습니다. 뛰어난 기량을 지닌 선수들이 스포츠로 승부를 가리는 것입니다. 편견을 버리고 보면 놀라운 기량을 가진 선수들의 경기 그 자체를 즐길 수 있습니다.”
이번 리우패럴림픽에 우리나라는 선수 81명과 임원 58명 등 모두 139명이 참가한다. 전체 22개 종목 가운데 양궁·육상·보치아·유도·역도 등 11개 종목에 출전한다.
사진 김영길 사진작가글 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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