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도르트문트에서 차로 40여 분 거리에 마를(Marl)이 있다. 인구 9만여 명의 이 작은 도시에는 난민 1500여 명이 정착해 살고 있다. 시리아, 이라크 사람 1300여 명과 200여 명의 아프가니스탄인 등이다. 독일 정부는 이들에게 2인1조로 방 2개와 거실 하나인 아파트를 배정한다. 개인당 한 달 300유로 남짓한 생활비를 받는 이들은 약 150유로의 아파트 관리비 등을 내고 나면 생활하기 빠듯하다.
여기에 4명의 시리아 출신 모하메드가 있다. 다마스쿠스에서 온 아부 샴(24)과 아부 리다(21), 알레포 출신의 아부 할렙(24), 홈스 출신의 아부 하마(21)다. 이들은 시리아에서 레스토랑에서 일하거나 대학에서 공부했다. 내전은 그들의 삶을 바꿔놓았다. 부모는 자식들의 안녕을 위해 유럽으로 그들을 보냈다. 2015년 9월 에게해 난민 루트의 한가운데 세르비아의 수도 베오그라드 중앙역에서 나는 아부 샴을 만났고, 2015년 10월 아부 샴은 독일에 도착했다. 그리고 난민캠프에 잠시 머물다 친구들과 함께 마를로 오게 되었다.
그들에게는 아직 여권이 없다. 3개월에 한 번씩 갱신해야 하는 임시체류증으로 신분증을 대신하며 산다. 임시체류증으로는 일하지 못한다. 그들의 삶은 나른해 보인다. 사정을 모르면 게으르다고 오해할 수도 있다. 하지만 현실에선 할 수 없는 게 더 많다. 이들은 유럽연합 솅겐 조약이 보장하는 이동의 자유도 누리지 못한다(독일어로 된 임시체류증을 다른 나라 경찰들이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그들은 불안해한다).
독일 정부는 현재, 미성년자가 있는 난민 가족부터 독일 여권을 지급한다. 아부 하마의 친누나는 남편, 6살 자녀와 함께 마를에서 30분 정도 떨어진 헤르네(Herne)에 살고 있다. 2014년 독일에 도착한 아부 하마의 조카는 독일 학교에 다니고, 누나와 매형은 독일 여권을 받았다. 그러나 그들은 언어 문제 때문에 직장을 구하지 못하고 있다.
그들의 꿈은 고향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살기 위해 왔지만 고국을 버릴 수 없다. 막혀버린 국경은 그들의 꿈을 막아섰고, 강대국들의 정치 논리는 청춘은 빼앗았으며, 광신도의 빗나간 마음은 추억을 없애버렸다. 그리고 우리는 모든 무슬림을 테러리스트로 만들어버렸다.
미국과 러시아가 시리아 내 정부군과 반군의 전쟁을 멈추게 했다. 그러나 그들은 믿지 않았다. “그 약속이 얼마나 갈 것 같아? 난 누구보다 이 전쟁이 빨리 끝났으면 좋겠지만, 쉬운 문제는 아니야. 시리아엔 아직 다에시(Daesh·이슬람국가(IS)의 아랍식 명칭)와 알누스라(알카에다 시리아 지부)가 있잖아. 난 정말 시리아로 돌아가고 싶어.”
아부 하마는 인터넷으로 평화로웠던 다마스쿠스의 사진을 보며 긴 생각에 잠겼다. 그러고는 나지막하게 묻는다. “그때가 언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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