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 필동 남산골 한옥마을은 1904년엔 일본 주차군 사령부 차지였다. 후에 조선헌병대와 수도경비사령부가 거쳐갔다. 일본이 사령부에서 창덕궁까지 뚫은 신작로가 지금의 충무로인데 조선 정궁으로 일직선으로 뻗어 있다.
예장동에서 남산으로 올라가는 길은 ‘소릿길’ 터널을 지난다. 터널 끝에 대공간첩 사건을 전담하던 옛 국가안전기획부(안기부)의 ‘5국’이 있었다. 지난해부터 20여m의 굴길로 들어서면 ‘철문 소리’ ‘타자기 소리’ ‘물소리’ ‘발자국 소리’ ‘노랫소리’가 차례로 흘러나온다. 고통스러운 기억을 불러내는 길이다.
옛 안기부 자리엔 한-일 강제합병 조약을 맺었던 조선 통감 관저 터도 있다. 2010년에 서울시가 치욕의 현장이라며 밖에 알리는 것을 꺼렸지만 민간 역사단체 민족문제연구소가 터를 찾아내 표석을 세웠다. 오래된 은행나무 두 그루가 말없이 지켜보며 치욕의 길에 서 있었다.
지난 3월20일 서울 필동과 예장동의 남산 자락 골목을 걸으니 숨은 옛 흔적이 다가온다. 골목의 역사를 좇아 산책을 나온 시민들과 함께 휴일 오전을 함께했다.
※카카오톡에서 을 선물하세요 :) ▶ 바로가기 (모바일에서만 가능합니다)
한겨레21 인기기사
한겨레 인기기사
지옥문 열렸다…문재인 겨눈 검찰의 칼, 퇴임 뒤 윤석열은 비껴갈까
[영상] 정신병원 침대-벽 사이 낀 환자…6시간 방치되다 숨져
“지금 바꿔야”…강남 한복판에 3만명 모였다, 왜?
[단독] 김건희 ‘명품백 국가 귀속해야’ 의견서 제출…소유권 포기
대통령실·관저 이전 불법도 ‘전 정부 탓’…청와대 강제개방 압박 잊었나
이재명 만난 권양숙 여사, 문 전 대통령 검찰 수사에 우려 뜻
김건희 불기소 권고 전날…“검찰총장, 공정 모양새라도 취해달라”
‘만취 뺑소니 사망사고’ DJ예송, 2심서도 징역 15년 구형
‘응급실 뺑뺑이’ 김종인, 복지차관에 격분…“전화하면 경증? 몰상식”
관광객 바가지 씌우고 “팁이었다”…택시기사 자격 취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