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

한겨레21

기사 공유 및 설정

그래도 노질은 멈출 수 없습니다

제주 강정마을 앞바다에서 해상시위 계속하는 SOS 평화활동가들… 구럼비 깨져나간 해안가엔 낯선 콘크리트 구조물이 시야를 가리고
등록 2013-06-16 10:52 수정 2020-05-02 19:27
제주 서귀포 강정마을의 SOS 팀원들과 평화활동가들이 지난 6월5일 해군기지 건설이 진행 중인 강정 앞바다에서 해상시위와 불법 공사 감시 활동을 하고 있다.
<br>※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좀더 큰 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제주 서귀포 강정마을의 SOS 팀원들과 평화활동가들이 지난 6월5일 해군기지 건설이 진행 중인 강정 앞바다에서 해상시위와 불법 공사 감시 활동을 하고 있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좀더 큰 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바지선 위에 지난해 8월 태풍 ‘볼라벤’으로 파괴된 케이슨에서 해체된 콘트리트와 철근이 쌓여 있다.<br>※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좀더 큰 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바지선 위에 지난해 8월 태풍 ‘볼라벤’으로 파괴된 케이슨에서 해체된 콘트리트와 철근이 쌓여 있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좀더 큰 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박도현 수사가 강정천과 바다의 경계인 멧부리를 카약을 타고 내려오고 있다.<br>※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좀더 큰 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박도현 수사가 강정천과 바다의 경계인 멧부리를 카약을 타고 내려오고 있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좀더 큰 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제주도 해양경찰이 SOS팀의 활동을 감시하고 있다.<br>※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좀더 큰 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제주도 해양경찰이 SOS팀의 활동을 감시하고 있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좀더 큰 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해상시위를 마친 뒤 카약을 정비하고 있다. 한 팀원의 슈트 엉덩이 부분이 오랜 활동으로 인해 구멍이 뚫려 있다.<br>※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좀더 큰 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해상시위를 마친 뒤 카약을 정비하고 있다. 한 팀원의 슈트 엉덩이 부분이 오랜 활동으로 인해 구멍이 뚫려 있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좀더 큰 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SOS 팀원들과 평화활동가들이 강정포구에서 ‘해군기지 결사 반대’를 외치고 있다.<br>※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좀더 큰 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SOS 팀원들과 평화활동가들이 강정포구에서 ‘해군기지 결사 반대’를 외치고 있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좀더 큰 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제주도 강정마을에는 물귀신, 꼴뚜기, 해마, 은어, 참치, 듀공, 돌고래, 해파리, 꽁치, 멍게, 새우, 오징어 등으로 서로를 부르는 사람들이 있다. 강정마을의 앞바다를 지키는 SOS(Save Our Seas) 팀원들이다. 그들은 해양동식물이라 자처하며 작은 카약과 슈트, 구명조끼에 의지해 강정 앞바다에서 해상시위를 하고 해군기지 공사 감시 활동을 한다.

햇빛에 검게 그을린 모습의 팀원 18명이 지난 6월5일 강정 앞바다로 나가기 위해 카약을 들고 바다와 연결이 된 강정천으로 향했다. 좁은 강정천을 따라 힘들게 400여m를 간다. 곳곳에 암석이 있고 수심이 얕은 하천에서 무거운 카약을 끄는 일이 쉽지는 않다. 30℃에 이르는 무더위와 따가운 햇빛을 이기고 바다에 나가니 해양경찰이 팀원들을 기다리고 있다. 출발 위치가 조류로 인해 강정포구에서 강정천으로 바뀌었지만 해양경찰의 감시는 계속된다.

날씨가 좋아 바다에서 노를 젓는 일이 어렵지는 않았지만 너울대는 파도가 조금은 위협적으로 느껴졌다. 2년여간 해상활동을 해온 팀원들은 능숙하게 노를 젓는다. 카약을 타고 바다로 조금 나가니 육지에서 보던 것과는 전혀 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거대한 크레인, 바지선, 굴착기 등이 넓은 바다를 가득 메우고 있다. 아직 공사 중인 거대한 방파제와 케이슨(방파제의 뼈대가 되는 콘크리트로 만든 상자형 구조물)이 한없이 작은 사람들을 압도한다. 해안가는 파도를 막기 위한 테트라포드 수백 개가 가득 채우고 있다. 바지선 위에는 지난해 8월 태풍 ‘볼라벤’으로 인해 부서진 케이슨을 해체한 콘크리트와 철근이 뒹굴고 있다. 바다 위로 삐져나온 철근과 무너진 더미도 보인다. 콘크리트는 독성물질이지만 아무런 안전 조치도 취하지 않고 해체 작업 중이다. 강정마을 주변 바다에는 천연기념물인 문섬·범섬(421호)과 연산호 군락(442호) 등이 있다.

카약이 조류로 인해 공사장 안쪽으로 밀려 들어가자 해양경찰이 바로 제지를 한다. “여기는 수상레저 금지구역이므로 빨리 나가주세요”라고 계속 경고를 한다. 팀원들을 이끌고 있는 평화활동가 송강호 박사는 “해양경찰이 감시해야 할 대상은 평화활동을 하는 우리가 아니라 불법 공사를 강행하는 건설사입니다”라고 외친다. 송 박사의 외침은 허공에서 맴돈다.

SOS팀은 송강호 박사가 2011년 5월 제안해 만들어졌다. 공사를 하기 위해 육지와 바다에서 동시에 측량이 이뤄졌다. 육지에서는 평화활동가들이 측량 중단을 요구해 제지할 수 있었지만, 바다에서의 측량은 그냥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송 박사는 카약 2대로 해상시위와 불법 공사 감시를 시작했다.

해상시위와 공사장 감시 활동을 하면서 송 박사는 8개월간 구속됐고, 팀원 김동원(참치)씨는 오탁수방지막을 설치하지 않고 공사를 감행하는 바지선의 크레인 위에 올라가 농성하다가 4개월 동안 감옥 생활을 해야만 했다. 대만에서 온 평화활동가 에밀리(오징어)는 지난 3월 말 출국해 대만에서 강정을 알리고 인도네시아에서 항해훈련을 했다. 지난 4월24일 인천공항으로 입국하려다 입국 거부를 당했다. 입국 거부 사유는 출입국관리법 제11와 12조에 의해 국가의 이익을 해치는 위험 요소를 가진 외국인은 출입을 금한다는 것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감옥에 가는 등 버티고 있는데도 해군기지 건설 사업은 계속 진행되고 있다. 외부에서는 강정마을 출구전략이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하지만 송 박사는 이렇게 말했다. “해군기지 건설 사업은 막지 못해도 지속적인 평화활동을 해서 환경·도덕·윤리·경제적 문제점을 계속 제기하고 군사기지와 대척점을 만들 수 있는 평화의 섬을 만들어야 한다. 평화운동의 발판을 강고하게 만들고 언젠가는 강정 해군기지를 민간 항구로 돌려야 한다.” 해상시위에 참가한 팀원들과 평화활동가들은 전혀 지쳐 보이지 않았다. 그들의 눈빛과 검게 그을린 팔뚝에서 강정마을을 평화마을로 만들겠다는 강한 의지가 보였다.

서귀포=사진·글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한겨레는 타협하지 않겠습니다
진실을 응원해 주세요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