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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기대 사는 할머니들

독거 할머니들이 모여 사는 전북 김제의 생활공동체 학수그룹홈… 부모 걱정하던 자식도,
외롭던 할머니들도 모두 만족해
등록 2012-06-06 10:32 수정 2020-05-02 19:26
할머니들이 5월30일 오후 전북 김제시 청하면 동지산리 학수그룹홈에서 요가를 하고 있다.

할머니들이 5월30일 오후 전북 김제시 청하면 동지산리 학수그룹홈에서 요가를 하고 있다.

“하나, 둘, 하나, 둘.” “둔너서(‘누워서’의 전북 사투리) 운동을 하니까 편하고만.”

할머니들이 지난 5월30일 오후 전북 김제시 청하면 동지산리 학수그룹홈에서 요가 강사의 지시에 따라 허공을 향해 열심히 다리를 구르고 있다. 이 요가 동작은 일반인이 보기에는 유치원생이 하는 체조 수준이다. 평균연령이 80.9살인 할머니들은 온몸이 안 아픈 곳이 없어 앓는 소리를 내면서도 따라하며 재밌어 한다.

학수그룹홈은 10명의 독거노인 할머니가 모여 사는 생활공동체다. 이곳에서 할머니들이 직접 밥을 하고 청소도 하며 같이 잠을 잔다. 김제시가 기존에 경로당으로 사용되던 건물을 2007년 취사·난방·목욕 등 공동체 생활이 가능한 곳으로 개조했다. 시골의 고령화로 고독사와 노인 우울증이 증가하자 김제시가 내놓은 노인복지 정책(한울타리 행복의 집)이다. 그룹홈에 대한 반응이 좋자 김제시는 111개소까지 그룹홈을 늘렸다. 지금 시 전체 독거노인 7131명 중 1096명이 공동체 생활을 하고 있다. 독거노인 문제의 정책 대안으로 김제시의 그룹홈이 좋은 모델이라는 소문이 나 지금은 비슷한 그룹홈이 전국 40개 자치단체 227곳에 생겼다.

그룹홈이 생기자 가장 먼저 반긴 이들은 자식들이다. 시골에 고령의 부모를 둔 자식들은 부모가 전화라도 받지 않으면 걱정이 앞서 이장, 면사무소, 보건소 등에 전화를 돌린다. 안부가 확인될 때까지 안절부절못했다. 이제 그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그룹홈으로 전화하면 부모님이 텃밭, 집, 보건소 등 어느 곳에 있는지 소재를 확실히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거주하고 있는 노인들의 만족도도 높다. 학수그룹홈의 박용이(77) 할머니는 “고혈압으로 쓰러져 화장실도 못 갈 정도로 많이 힘들었어. 여기서 식사도 꼬박꼬박 하고 서로 의지하며 생활하다 보니, 건강도 좋아지고 마을 노인들끼리도 사이가 좋아졌어”라고 말했다. 예수병원 산학협력단의 그룹홈 입소자들을 상대로 한 외로움 정도 조사에서도 93.3%가 외로움이 줄었다고 대답했다.

우리나라 전체 독거노인은 120만여 명이다. 정부는 2030년이면 인구의 4분의 1이 노인이 될 만큼 노인 인구가 증가하고, 독거노인도 따라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그룹홈을 독거노인 문제의 대안으로 생각하고 앞으로도 확대할 예정이라고 한다.

김제=사진·글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학수그룹홈 할머니들이 5월30일 오후 마을 앞 버스정류장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왼쪽부터 이정순(82)·이양순(84)·김말녀(78)·김정옥(79)·박용이(77)·박기순(86)·노희례(78) 할머니.

학수그룹홈 할머니들이 5월30일 오후 마을 앞 버스정류장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왼쪽부터 이정순(82)·이양순(84)·김말녀(78)·김정옥(79)·박용이(77)·박기순(86)·노희례(78) 할머니.

거동이 불편하지 않은 할머니들이 5월30일 오전 점심 식사를 같이 준비하고 있다.

거동이 불편하지 않은 할머니들이 5월30일 오전 점심 식사를 같이 준비하고 있다.

이양순 할머니가 가곡 <고향의 봄>을 부르고 있다.

이양순 할머니가 가곡 <고향의 봄>을 부르고 있다.

학수그룹홈 거실에서 나무를 이용해 비석치기를 하고 있다.

학수그룹홈 거실에서 나무를 이용해 비석치기를 하고 있다.

할머니들이 저녁에 먹을 상춧잎을 텃밭에서 따고 있다.

할머니들이 저녁에 먹을 상춧잎을 텃밭에서 따고 있다.

생활요가 시간에 서로 손을 풀어주는 운동을 하고 있다.

생활요가 시간에 서로 손을 풀어주는 운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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