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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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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시리고 외로운 외침

혹한에 고공농성 중인 GM대우 비정규직 해고 노동자들,

‘직원 중시’란 회사 쪽 신년 목표는 허공만 떠도네
등록 2011-01-27 07:00 수정 2020-05-02 19:26
» 지난 1월11일 저녁 7시 눈보라가 치는 9m 높이의 GM대우 정문 아치 꼭대기에서 황호인(41)·이준삼(33)씨가 함박눈을 맞으며 고공농성을 하고 있다. 한겨레 류우종 기자

» 지난 1월11일 저녁 7시 눈보라가 치는 9m 높이의 GM대우 정문 아치 꼭대기에서 황호인(41)·이준삼(33)씨가 함박눈을 맞으며 고공농성을 하고 있다. 한겨레 류우종 기자

30년 만의 혹한이다. 오줌통이 언다. 신발에 땀이라도 차면 얼어서 밤에는 신지 못한다. 저체온증과 동상도 걱정이다. 지난 1월18일, 황호인(41)·이준삼(33)씨가 GM대우자동차 인천 부평공장 정문 아치 위에서 고공농성 49일째를 맞았다. 아치 아래에서도 10여 명의 노동자들이 천막도 없는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이 가운데 신현창 GM대우자동차노조 비정규직지회장은 이날로 30일째 단식농성을 했다. 애초 GM대우자동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해고 철회를 요구하며 부평공장 서문에서 천막농성에 돌입한 지는 1177일째다.

이들은 노동조합을 만들었다는 이유로 직장을 잃었다. 하청업체 폐업과 강제 장기 무급휴직 등의 방식이었다. 2007년 10월30일 시작한 천막농성은 3년을 훌쩍 넘겼다. 보다 못한 인천 지역 시민사회단체들과 인천시의회, 송영길 인천시장 등이 회사 쪽에 노조와의 대화를 촉구했다. 마침내 이날 오후 회사 쪽과 금속노조는 협상을 벌여 비정규직 해고자 복직에 사실상 합의했지만, 재하청업체 해고자 복직 문제로 이견이 생겨 최종 합의는 유보됐다.

GM대우자동차 비정규직 사태는 간접고용 문제에 외국자본의 개입까지 맞물려 복잡하다. GM대우가 지난해 30%의 판매 증가를 기록하는 등 해마다 실적을 내고 있는데도 해고자 재고용을 거부하는 배경에는 GM 본사의 경영 방침이 작용하고 있다는 게 노동계의 분석이다.

지난해 12월23일 창원지법은 GM대우 창원공장 불법파견에 대한 책임을 물어 닉 라일리 전 GM대우 사장과 하청업체 대표들에게 형사처벌을 내렸지만, 회사는 사과도 하지 않았다. 그래놓고는 마이크 아카몬 GM대우 사장은 2011년 시무식에서 수익 향상과 무결점 신차 출시 등과 더불어 ‘직원 중시’를 5대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아이러니다.

인천=사진·글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 하루 세 번 물과 도시락이 들어 있는 검은 비닐 봉투가 밧줄에 묶여 고공농성장으로 올라간다. 한겨레 류우종 기자

» 하루 세 번 물과 도시락이 들어 있는 검은 비닐 봉투가 밧줄에 묶여 고공농성장으로 올라간다. 한겨레 류우종 기자

» 고공농성장 아래, 겨울바람을 막아줄 천막도 없이 농성을 이어가고 있는 노동자들은 마치 세상에서 동떨어진 벼랑에 서 있는 듯했다. 한겨레 류우종 기자

» 고공농성장 아래, 겨울바람을 막아줄 천막도 없이 농성을 이어가고 있는 노동자들은 마치 세상에서 동떨어진 벼랑에 서 있는 듯했다. 한겨레 류우종 기자

» 지난해 12월14일 오후 3시, 이준삼씨가 정문 아치 위에서 아래를 바라보고 있다. 한겨레 류우종 기자

» 지난해 12월14일 오후 3시, 이준삼씨가 정문 아치 위에서 아래를 바라보고 있다. 한겨레 류우종 기자

» 대부분의 농성 참가자들이 제대로 먹지 못해 감기와 위장병 등에 시달리고 있다. 하루 두 끼 이상을 라면으로 때우기 일쑤다. 끓인 물과 커피가 이들이 겨우 버티는 힘이다. 한겨레 류우종 기자

» 대부분의 농성 참가자들이 제대로 먹지 못해 감기와 위장병 등에 시달리고 있다. 하루 두 끼 이상을 라면으로 때우기 일쑤다. 끓인 물과 커피가 이들이 겨우 버티는 힘이다. 한겨레 류우종 기자

» 영하 10℃를 밑도는 혹한에도 매일 저녁 6시에 시민사회, 노동계, 지역 정계에서 모인 이들이 연대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한겨레 류우종 기자

» 영하 10℃를 밑도는 혹한에도 매일 저녁 6시에 시민사회, 노동계, 지역 정계에서 모인 이들이 연대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한겨레 류우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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