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순의 눈빛과 댕댕이의 눈망울이 만나면 쑥스러운 표정의 한 어르신이 살그머니 강의실에 들어와 자리에 앉는다. 곧 뒤따라 들어온 어르신이 눈빛 인사를 건넨다. 어르신들이 하나둘 테이블 주위로 둘러앉아 자리를 채운다.잠시 뒤 파란색 유니폼을 입은 동물매개치료사들이 크고 작은 켄넬(반려동물 이동장)을 ...2024-11-16 20:36
소 어디 있소거의 모든 동물에게 ‘본다’는 행위는 생존과 직결돼 있다. 잡아먹기 위해, 잡아먹히지 않기 위해, 두리번거린다. 사람은 살짝 다르다. 호모 사피엔스에게도 시각은 생존과 연결되지만, 우리는 즐기기 위해서도 본다. 타고난 구경꾼이다. 단지 구경하기 위해 대단히 많은 자원과...2024-11-09 20:27
꽃 159송이가 별이 되어 국회로…꽃 159송이가 별이 되어 국회로 왔다. 별을 맞는 국회 마당 가로수엔 보랏빛 목도리가 둘러졌다. 의원회관 벽면엔 “우리에겐 아직 기억해야 할 이름들이 있습니다. 159명의 별을 잊지 않겠습니다”란 펼침막이 걸렸다.이태원 참사 2주기를 맞은 2024년 10월29일 서울...2024-11-04 09:50
장군님과 어흥 어흑두 별과 두 발. 수가 같고 발음이 비슷한 까닭일까. 억지라는 걸 알면서도, 나는 박정희 장군의 머리에 있던 두 개의 별과 그를 뚫고 나간 두 발의 총탄을 자꾸 겹쳐 읽는다. 그를 향한 우리의 애증은 살았을 때나 죽은 뒤에나 멈춘 적이 없다. 일본군 경력과 군사쿠데타,...2024-10-26 21:12
작별하지 않고, 우리는 걷는다“단풍이 물들고 찬바람이 불면 그때가 떠올라 가슴이 미어진다.” 이태원 참사로 희생된 김의현씨의 엄마 김호경씨가 말한다.이태원 참사 2주기를 보름여 앞둔 2024년 10월12일 유가족과 시민들이 서울 도심 속 청계천 둔치를 함께 걷는다. 커다란 왜가리 하나가 길을 인도...2024-10-19 16:54
누가 가마우지에게 돈을 던지나못생겼다. 잠수했다 나와 바위나 나뭇가지에 앉아 털 말리는 꼬락서니를 보면 비에 젖은 시궁쥐를 떠올리게 한다.근사하다. (누구에게나 멋진 한때는 있지.) 검은 털을 잘 말리고 난 뒤 하얗고 노란 얼굴을 들어 석양빛을 바라보는 점잖은 모습은 펭귄을 닮았다. 1.5m를 웃...2024-10-12 13:05
‘성난 사람들’이 또 외친다 “물러나라”광장에 사람들이 모인다. ‘성난 사람들’이 함께 외친다. “물러나라.”2024년 9월28일 오후 숭례문부터 서울광장까지 서울 세종대로가 사람들로 가득 찼다. 이들은 ‘퇴진광장을 열자!’라고 적힌 대형 펼침막을 머리 위에 펼쳤다. 노동자·농민·빈민·여성·청년·교수·대학생...2024-10-05 21:59
음매~ 하이브리드 뢰벤멘슈당신이 그렇듯, 나도 이따금 새가 되고 싶다. 물고기나 말이 되고 싶고, 사자나 개미가 돼보는 상상에 빠지곤 한다. 하지만 ‘찐’ 새가 되고 싶은 걸까. 사람이되 새가 되고 싶은 거 아닐까, 사람이되 물고기나 말이 되고 싶은 건 아닐까.슈타델 동굴에서 ‘뢰벤멘슈’가 처...2024-09-28 19:52
우주야, 열 밤 자고 할아버지 만나자두 살배기 포메라니안 우주가 반려인과 떨어져 숙소 생활을 한다. 2024년 9월2일 이곳에 들어와 벌써 9일째다. 아무래도 이번 추석 연휴는 이곳에서 날 성싶다.우주의 반려 할아버지는 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고 있다. 일흔넷의 나이에 2024년 4월 오른쪽 슬개골과 발...2024-09-21 20:11
경고! 너 아는 것 나 모를까농부가 아닌데도 나는 밭에서 일하는 시간이 (지나치게) 길다.본업이라면 사진 담고 글 쓰는 일이지만, 둘을 합해도 밭에서 일하는 시간보다 짧다. 어떤 날엔 밭에서 하루를 열고 닫는다. 농사를 배우려 먼 기술센터를 오가며 수업을 들었다. 유튜브를 뒤지며 발아와 성장, 거...2024-09-07 19:47
사랑과 우정을 담아 스매싱!빈틈을 파고드는 셔틀콕을 서로 받아치려다 한발 앞서 받아낸 남편이 코트 바닥에 뒹군다. 이 셔틀콕이 가까스로 네트를 타고 넘어가 점수를 얻자 아내가 뛰어오르며 탄성을 지른다. 보는 이마저 짜릿한 행복감을 느낀 이 순간이 ‘온전한 사랑’은 아닐까.문화가 다른 곳에서 나고...2024-08-31 20:31
입속의 검은 혀오랜 세월, 전설 속의 동물이었다.사슴의 몸에 소의 꼬리, 이마는 늑대와 같고, 머리엔 살에서 돋아난 뿔이 있으며, 말의 발굽을 달았다. 울음소리는 음계와 일치하고, 발자국은 원을 이루며, 천 리를 단숨에 달리고, 심지어 하늘을 난다. 영락없이 용의 머리를 한 사슴이다...2024-08-24 17:49
감성 있게 뜨겁게… 한여름 밤의 낭만역대급 폭염에 달궈진 도시는 해가 떨어져도 식을 줄 모른다. 서로를 향해 뿜어낸 에어컨 실외기의 후끈한 바람 탓에 밤에도 창문을 열기가 어렵다. 어찌하면 큰 품 들이지 않고 푹푹 찌는 밤을 벗어날 수 있을까.‘등잔 밑’ 아니 아파트 단지 아래 답이 있다. 고층아파트 단...2024-08-17 20:25
모르텐이 몰래 부르는 노래아이들의 착한 마음과 못된 마음은 때론 종잡을 수가 없다.천사처럼 굴던 아이도 삽시간에 어린 폭군이 되곤 한다. 동물을 대할 때, 그런 돌변은 도드라진다. 크거나 사나운 동물 앞에서 아이들은 본능적인 공포감에 떨며 울지만, 작고 귀여운 동물에겐 무턱대고 손 내밀며 웃는...2024-08-10 20:00
사람에게 다가가는 ‘플라워혼’… 어떻게 만들어졌나머리에 혹이 달린 ‘플라워혼’(Flowerhorn)이 경기도 부천의 한 수족관 겸 동물원 어항을 유영한다. 어항 위에 ‘사람이 만든 반려 물고기’란 글귀가 적혀 있다.이 물고기는 1998년 말레이시아에서 ‘금강혈앵무’와 남아메리카 시클리드인 ‘그리니시 골드 타이거'(G...2024-08-03 20: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