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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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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경비

등록 2015-05-01 12:15 수정 2020-05-02 22:17

어떤 경비원이 있었다.

그가 경비하는 직장은 ‘죽음의 수용소’였다. 그는 아우슈비츠에 도착하는 사람들의 짐을 뒤져 값나가는 물건을 챙겼다. 그가 압류한 물건들은 독일로 보내져 나치 정권의 운영 자금으로 쓰였다. 그는 ‘경비원’보다 ‘아우슈비츠의 회계사’로 불렸다.

피고 오스카 그로닝. 법정에 앉은 그의 모습이 방청 온 생존자들 사이로 잡혔다. 지난 4월21일 독일 뤼네부르크 법원에서 93살의 그로닝은 나치 전범으로 재판을 받았다. 혐의는 살인방조다. 그가 경비원으로 있던 1944년 두 달 동안 30만 명의 유대인이 아우슈비츠에서 죽었다. 법정에서 그는 “죄책감을 느낀다”고 했다. 법정 밖에서 그는 줄곧 말해왔다. “나는 큰 기계를 돌리는 작은 톱니바퀴에 불과했다.”

독일은 나치 전범에겐 공소시효를 두지 않고 있다.

사진 REUTERS
글 이문영 기자 moon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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