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아지 200여 마리가 먹이를 찾는 소리로 시끄러워야 할 축사를 매서운 겨울 칼바람 소리가 채운다. 12월25일, 빈 땅을 고르던 곽근원(47)씨는 “빈 축사를 보고 있으면 한숨만 난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곽씨는 육우 사육농이다. 국내산 홀스타인 수송아지를 사와 식육용으로 키워 판다. 2008년 10월, 1억5천만원을 들여 경기 안성시 일죽면 화봉리에 1400여㎡ 넓이의 소 축사를 새로 지었지만 곽씨는 송아지 사오는 것을 포기했다. 사료값은 두 배로 올랐는데 육우값은 사육비 아래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소 한 마리를 팔면 돈이 생기는 것이 아니라 100만원씩 적자가 쌓인다. 젖소 송아지 가격이 3만원대로 떨어진 이유다.
“육우는 사람이 먹기 위해 키운 ‘전문 고기소’입니다. 한우에 비해 맛이 떨어질 수는 있겠지만 저렴한 가격에 질 좋은 고기를 공급할 수 있습니다. 냉동돼 들어오는 수입소보다 훨씬 낫지 않겠습니까?” 경기침체와 수입 쇠고기, 한우의 삼각 파도 속에서 소 없는 ‘소의 해’를 맞은 육우 사육농 곽씨의 목소리에 간절한 바람이 묻어났다.
안성=사진·글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한겨레21 인기기사
한겨레 인기기사
검찰 선배 민정수석 부활은 수사 방어용? 윤 “역대 정권도”
채상병 전우, 윤 대통령에 편지…“특검법 수용하십시오” [전문]
‘환율 방어’에 외환보유액 60억달러 급감…한은 “대외충격 대응 충분”
“미스터 트럼프, 당신은 구금될 수 있다”…10번째 법정모독에 최후통첩
전국구 대전 빵집 ‘성심당’ 서울 나들이…그런데 빵은 안 판다?
민정수석 부활시킨 윤, 검찰 출신 김주현 전 법무차관 임명
무기수출 족쇄 푼 일본 ‘호주 호위함 입찰’ 추진…한국과 경쟁
달러값 더 뛰면 ‘제2의 아시아 외환위기’ 올 수도
검찰총장, ‘김건희 명품백’ 의혹 “법리 따라 엄정수사”
일단 던지고 보는 의료·노동 개혁…거센 저항만 불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