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66) 전 삼성그룹 회장이 10월10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선고 공판에 참석하기 위해 법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다소 긴장한 표정의 이 전 회장을 향해 수십 대의 카메라 플래시가 일제히 불을 뿜었다.
그는 10여 년 전 아들 재용씨에게 60억여원을 증여했고, 재용씨는 이 돈으로 에버랜드 전환사채를 싸게 매입해 우리나라 최고·최대 기업이라는 삼성그룹의 실질적인 소유주가 됐다. 김용철 전 삼성그룹 구조본 법무팀장의 양심선언으로 시작된 특검 수사에서 이 전 회장은 4조5천억원대의 차명 재산을 보유하고 있으며 최소 1천억원 이상의 세금을 포탈한 사실이 밝혀졌다.
하지만 지난 7월 1심 재판부는 기묘한 논리로 이 전 회장의 에버랜드 전환사채 사건 관련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하고 조세포탈 혐의만 일부 유죄를 인정했다. 그래서일까? 2심 재판부에는 더욱 많은 관심이 쏠렸다. 하지만 결과는 ‘역시나’였다.
이날 서울고법 형사1부(재판장 서기석)는 “제3자 배정이든 주주 배정이든 전환사채 발행과 회사 손해는 무관하다”는 과감한 법리로 이 전 회장의 발걸음을 가볍게 해줬다. 회사 대표가 거의 공짜 전환사채를 발행해 누군가에게 줌으로써 회사를 통째로 넘기더라도 배임죄는 물을 수 없다는 논리다. 대법원 판례까지 뒤집은 ‘파격’이었다.
그래서일까? 조세포탈 혐의 유죄로 인해 집행유예형이 유지됐지만 법정을 나서는 이 전 회장의 얼굴에는 잔잔한 미소가 번졌다.
사진·글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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