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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 가맹택시에 유리한 알고리즘?

“배차 알고리즘 공개해야” vs “알고리즘은 기업 자산”
등록 2020-10-31 01:54 수정 2020-10-31 07:46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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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기사들에게 어떤 호출을 얼마나 받는지는 민감한 문제다. 정부가 고용안정지원금을 지급할 정도로 코로나19 이후 택시 이용객이 줄어든데다 길에서 택시를 직접 잡아타는 승객이 뜸한 상황이라, 택시기사들은 스마트폰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택시호출 애플리케이션(앱) 시장에서 ‘절대 강자’인 카카오모빌리티가 2019년 3월 가맹택시 사업인 ‘카카오T블루’를 출범하고, 택시회사를 인수해가며 전국에 가맹택시를 1만 대까지 늘리자 택시호출까지 몰아주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됐다.

의심은 택시기사들을 ‘시험’에 빠지게 한다. 유튜브에서 ‘카카오택시’로 검색하면 택시기사들의 수많은 ‘실험 영상’이 나온다. 기사용 앱이 깔린 스마트폰을 여러 대 놔두고, 다른 스마트폰으로 택시를 호출할 때 어떤 택시에 호출이 배정되는지 확인해보는 내용이다. 어떤 택시기사는 자신의 택시 안에서 호출했는데도 다른 택시가 배차됐다며 분통을 터뜨린다.

배차 알고리즘에 의심 제기

택시기사들의 분노는 경기도를 움직였다. 9월24일 경기도는 카카오T블루가 진출한 7개 지역에서 일하는 일반택시 기사의 카카오택시 호출이 이전보다 얼마나 줄었는지를 따져봤다. 경기도는 “일반택시 기사 105명이 수행한 카카오택시 호출(수행) 건수가 이전보다 평균 29.9% 감소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이번 실태조사로 배차 몰아주기가 일부 확인됐지만, 이것이 법 위반으로 연결되는지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에 카카오모빌리티 쪽은 반박 자료를 내어, “해당 지역 개인택시 기사가 호출 중개앱(카카오T)에서 받는 콜은 일평균 42% 늘었다”고 되받았다. 또 “경기도가 조사한 택시기사가 전체 경기도 개인택시 중 0.4%에 불과하고, 조사 대상 시기도 코로나19로 전체 이동량이 줄어든 때와 겹쳐 왜곡될 우려가 있다”고 했다. “경기도가 호출의 수신 건수가 아닌 수락 건수로 계산해 오류가 생겼다”고도 주장했다. 호출을 적게 준 게 아니라, 줬는데도 택시기사들이 수락한 건수가 적다는 것이다.

어떤 주장이 맞을까? 카카오모빌리티가 최근 발표한 ‘카카오모빌리티 리포트 2020’과 <한겨레21>이 카카오모빌리티에 보낸 질문에 대한 회신 자료를 종합하면, ‘콜 몰아주기’ 의혹에 관한 일말의 진실이 모습을 드러낸다.

카카오택시 배차는 복잡한 알고리즘에 따라 이뤄진다. 카카오모빌리티는 “배차 뒤 승객 픽업 시간을 최소화하는 것(①)을 목표로 한다. 예상 배차 대기 시간(②)과 예상 승객 운행 만족도(③) 요건을 만족하는 경우, 배차 뒤 승객 픽업 시간이 가장 짧은 기사를 배차(①)하는 것이 기본으로 설계”됐다고 설명한다. 즉, 승객과 가까운 곳에 있어 픽업 시간이 짧다고만 호출을 주는 게 아니라 승객이 남긴 기사에 대한 평가나 기사의 운행 형태, 배차수락률 등이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콜 몰아주기’ 의혹에서 가장 논란이 되는 것은 ‘배차수락률’이다. 카카오모빌리티는 호출을 받으면 일정 구역 안에 있는 택시기사 앱에 목적지와 현재 위치에서의 거리를 담은 ‘콜카드’를 보내준다. 이때 기사는 ‘수락’과 ‘거절’을 선택할 수 있다. 문제는 기사가 아무것도 누르지 않아도 카카오모빌리티가 이를 ‘거절’로 인식한다는 사실이다. ‘콜멈춤’을 하지 않은 상황에서 하루 10개의 호출이 왔을 때, 못 봤거나, 누르려고 했는데 다른 기사가 먼저 눌러서 사라졌거나, 아니면 단순히 마음에 들지 않아서 그냥 흘려보내고 1개의 호출만 수락했다면, 이 기사의 수락률은 10%로 기록된다. 카카오모빌리티는 “호출을 보고도 수락하지 않은 것은 호출을 걸러내는 것일 수도 있고, 수락할 의향이 없는 것으로 봐서 소극적 거절도 ‘거절’로 포함한다”고 했다. 

일반택시는 호출 놓치면 ‘거절’로 평가

반면 가맹택시는 목적지가 보이지 않는 상태로 호출이 부여되고,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무조건 수락해야 하는 ‘자동배차’ 시스템을 적용받는다. 승객을 태우면 앱에서 ‘더 이상 호출을 주지 말라’는 뜻에 해당하는 ‘콜 멈춤’으로 자동 전환된다. 콜을 두고 경쟁하는 일반택시보다 배차수락률이 높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카카오모빌리티도 기사들 사이에 편차가 있지만 평균적으로 일반택시 보다 가맹택시 기사가 배차수락률이 높다는 사실은 인정한다.

카카오모빌리티 관계자는 “가맹택시는 승차 거부 없는 택시, 골라잡기 없는 택시 서비스를 목표로 해 자동배차 시스템을 구축한 것이기 때문에 배차수락률이 높다. 배차수락률이 높은 기사에게 콜이 배정되면 콜 매칭에 소요되는 시간을 최소화하고 배차 성공률이 높아져 빠르고 안정적으로 택시를 이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카카오모빌리티가 ‘의도적으로 가맹택시에 호출을 몰아준다’는 명제는 틀릴 수 있지만, 알고리즘 자체가 자동배차 방식의 가맹택시에 유리할 수 있는 것은 사실이다.

이 사실은 일반택시 기사들이 ‘체감’으로 추측할 뿐 카카오모빌리티가 공식적으로 공개한 적은 없다. 택시 경력 32년인 한 개인택시 기사는 “느낌으로 호출을 많이 수락하면 (콜을) 많이 주는 것 같다고 생각했을 뿐이다. 구체적인 사정을 카카오모빌리티가 알려주지 않기에 기사들은 잘 모르고 제대로 공개된 게 없다”고 했다. 법인택시업 관계자는 “자신들이 만든 플랫폼이니까 자사 택시에 콜을 주는 것 자체를 문제 삼을 수는 없겠지만, 그 시스템을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는 것은 문제”라고 말했다.

가맹택시는 ‘자동배차’로 수락률 높아

카카오모빌리티의 모회사인 카카오는 일찌감치(2018년 1월) ‘알고리즘 윤리헌장’을 발표했다. 이 헌장의 ‘알고리즘에 대한 설명’을 보면 “이용자와의 신뢰 관계를 위해 기업 경쟁력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알고리즘에 대해 성실하게 설명한다”고 밝힌다. 이 헌장을 준수하는지 카카오모빌리티에 물었다. “알고리즘을 구성하는 주요 요소를 공개하고, 배차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와 예시를 제시하며 오해를 해소하기 위해 노력했다. 배차 알고리즘은 수많은 경우의 수를 복잡하게 고려했을 뿐만 아니라, 기업이 수년간 투자하고 노력해 축적한 자산이기에 어떤 방식으로 어느 수준까지 설명할지는 좀더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

알고리즘에 따른 ‘콜 몰아주기’ 논란은 공정위에서 진실이 가려질 가능성이 크다. 앞서 실태조사 결과를 공개했던 경기도는 11월 초 공정위에 조사를 공식 요청할 계획이다.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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