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겨레 박종식 기자
임대인들은 그야말로 ‘혼파망’(혼돈·파괴·망각이라는 절망적 상태)이다. 2020년 시작된 주택 임대차 관련 제도로 셈법이 복잡해졌다. 계산기로 감당이 안 되니, 엑셀이 필요한 시점이다. 2020년, 단군 이래 최초로 주택임대소득 과세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수년간의 유예기와 과도기를 거쳐 임대인이라면 누구나 임대소득세를 내야 한다. 더불어 지속해서 현실화된 공시지가는 재산세의 실질적인 인상을 불렀고, 극소수지만 종합부동산세 등 부동산을 보유했을 때 내야 하는 세금 역시 올랐다. 세금도 세금이지만 투기 지역으로 묶인 곳에서 주택을 사고파는 일도 매우 제한적이다. 문재인 정부에서 실수요자 중심 주택시장 안정화 기치를 내걸며 2채 이상 주택이 있는 임대인은 여러모로 계산해야 할 것이 많아졌다.
7월31일 시작된 개정 주택임대차보호법은 집주인에겐 치명적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해당 법은 세입자가 계약 갱신을 원하면, 집주인은 정당한 사유 없이 이를 거절하지 못하는 계약갱신청구권을 핵심 골자로 한다. 일부 다세대주택을 보유한 집주인들은 큰 시세차익을 거두기 어려운 주택을 가지고 있으면서 세금 내고 관리하느니 이참에 처분하는 게 낫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보인다.
집주인이 주택을 처분하기 위해서는 현행법상, 세입자가 계약 갱신을 요구하기 전, 즉 계약 만료 1~6개월 전에 매도, 소유권이전 등기가 이뤄진 뒤, 새 임대인이 현재 세입자의 계약 갱신을 거절해야 한다. 사실상 개정 주택임대차보호법을 무력화하는 것이다. 세입자의 주택 공간 사용 시간을 존중하고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거주를 보장하기 위해 개정된 주택임대차보호법을 둘러싼 집주인과 세입자의 총성 없는 전쟁이 예상된다.
국토교통부는 대한법률구조공단, 한국토지주택공사(LH), 한국감정원에 임대차 관련 상담센터를 확대, 운영한다. 서울시는 2013년부터 자율적으로 전월세 상담센터를 운영해왔으니 노하우가 상당하다. 누구든 꼼수 쓰지 않고 법의 원칙과 취지가 구현되기를 바란다.
임경지 학생, 연구활동가
관심분야 - 주거,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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