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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냐 구조냐…저금리·저성장 원인은?

등록 2020-07-07 02:09 수정 2020-07-07 02:16
코스피가 상승 마감한 6월26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코스피가 상승 마감한 6월26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밀레니얼 세대가 딛고 선 2020년 경제, 고민할 것도 없이 불황이다. -3%(IMF), -6%(OECD)를 읊는 주요 기관의 세계경제 전망은 이미 글로벌 금융위기 때 수준(2009년 -0.1%)을 한참 밑돈다. 다만 ‘이 불황의 성격이 무어냐’고 묻는다면 고민이 필요하다. 기다리면 호황으로 이어질 경기변동 같기도 하고, 그 저변에 버티고 있는 구조적인 저성장이 본격화한 것 같기도 하다.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학자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이렇게 금리를 낮추고 돈을 풀었는데 왜 세계경제는 성장하지 않는가’를 두고 답을 찾아왔다. ‘구조적 장기침체’(Secular Stagnation, 로런스 서머스)라고 ‘전환형 복합 불황’(홍성국)이라고 했다. 이런 주장에 등장하는 원인은 여럿이다. 서로 꼬리 물고 얽혀 있다.

①인구가 줄어든다. 대부분 선진국에서 합계출생률이 인구 현상 유지를 위한 2.1명을 밑돈 지 오래다. 구매력 있는 선진국 인구가 줄고, 그나마 대부분이 고령인 사회에서 이전 같은 수요는 기대할 수 없다. ②과학이 발전하고, ③세계화가 진전할수록 노동의 필요성은 줄어든다. 기계나 인건비 낮은 국가에 떠넘기면 된다. 이에 따라 임금 하락 압력이 높아진다. 이윤은 소수의 노동자나 경영자(주주)에게 쏠린다. ④양극화다. 중산층이 줄어든다. 역시 수요를 줄인다.

생산 능력과 실제 생산의 차이를 의미하는 GDP갭은 (우리나라를 비롯해) 많은 선진국에서 수년째 마이너스다. ⑤과잉생산을 의미한다. 수요보다 생산이 많으면 물건 가격이 내려간다. 즉 디플레이션, 저성장으로 이어진다. 그렇다면 새로운 먹거리를 늘리는 ⑥혁신은? “디지털 산업혁명은 2차 산업혁명만큼 인간 생활의 전 영역으로 확대되지는 않았다.”(로버트 고든) 돌아보니 아마존은 매장을 대체했고, 넷플릭스는 영화관을 대체한다. 생활을 바꾸지만 산업적으로만 보면 새로운 것만큼 사라질 것을 늘린다. 무엇보다 이 모든 저성장을 막아보려 ⑦낮춰놓은 금리와, 그 탓에 쌓인 ⑧부채가 있다. 실물경제를 성장시키지 못한 저금리는 자산 불평등을 키운다. 생산적인 투자 대신 빚을 갚는 데 풀어낸 유동성이 쓰이면 저금리의 효과가 줄어들고, 다시 더 큰 저금리를 유도한다. 유동성 함정이다.

이견은 있다. “구조적인 문제가 밑바탕에 있는 것은 맞지만, 적어도 현재(코로나19 경제위기로 마이너스 성장인 상황)는 경기적인 불황으로 봐야 한다. 풀기 어렵고 불명확한 구조적 문제만 짚기에 앞서 통상의 경기불황으로 보고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할 때다.”(홍춘욱 EAR리서치 대표) 2018년 구조적 장기침체 이론을 두고 미국에서 벌어진 논란에서 경제학자 조지프 스티글리츠도 비슷하게 반론한 바 있다. 당시 구조적 불황과 경기적 불황을 강조한 쪽 모두 동의한 건 “어쨌든 강력한 확장 재정과 불평등을 줄이기 위한 공공정책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세계 금융위기 이후 경험과 이런 논쟁 덕에 저금리와 양적완화 같은 통화정책도 코로나19 경제위기에서는 좀더 세심하게 설계되고 있다. 돈이 부동산이나 일부 성장주 같은 자산시장뿐만 아니라 실물경제에도 흐르도록 유도할 방법을 고민한다. 각국 중앙은행의 회사채 매입이나, 통화정책 못지않게 재정정책을 강조하는 흐름은 이런 노력의 일환이다. 물론, 성공 여부는 아직 불확실하다.

방준호 기자 whor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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