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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년 가는 일회용컵, 보증금 얼마면 되니?

'거리 일회용컵' 대부분 재활용 안돼...컵 보증금제 부활 요구 커져
"국회에서 보증금제 법 개정안 제대로 논의해야"

제1288호
등록 : 2019-11-15 14:24 수정 : 2019-11-18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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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6일 서울시는 환경·청소 분야 전문가·단체, 시·자치구 담당 공무원 등 100여 명이 참여한 ‘쓰레기통 설치 및 운영 개선방안 합동 토론회’를 열었다. 쓰레기통만을 주제로 대규모 토론회를 여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이는 거리에 쓰레기통을 늘려달라는 시민들의 민원이 계속 제기되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 서울 시내버스 음식물 반입 금지 조치 뒤 정류장 주변에 버려지는 일회용 커피컵이 늘어나며 쓰레기통 추가 설치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 이날 토론회에서도 이 문제가 논의됐다.

거리로 쏟아진 매장 안 일회용컵

그런데 쓰레기통만 추가 설치한다고 일회용컵 문제가 해결될까? 거리의 쓰레기통(재활용)에 버리더라도 음료가 남아 있고 재질이 다양한 일회용컵은 다른 재활용품과 뒤섞이면 지자체 선별장에서 분리수거가 잘 안 돼 재활용 대신 소각장으로 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는 지난해 5월 환경부가 카페 매장 안 일회용컵(플라스틱) 사용을 금지해도 여전히 매장 밖에 버려지는(테이크아웃) 일회용컵(플라스틱·종이) 문제는 그대로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생산에 5초, 사용하는 데 5분, 분해되는 데 500년’으로 요약되는 ‘플라스틱 재앙’을 막기 위해서 우리 사회가 가야 할 길이 아직도 먼 것이다.

환경·시민단체들은 ‘일회용컵 보증금제’(보증금제) 부활을 강하게 요구한다. 환경부도 2018년 5월 ‘재활용 폐기물 관리 종합대책’을 발표하며 보증금제 도입 계획을 밝혔지만 현재까지 제도 도입은 미뤄지고 있다. 법 개정이 필요한데 법 개정안(자원의 절약과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이 국회에서 제대로 논의되지 못하고 계속 잠자고 있기 때문이다.

보증금제는 2003~2007년 환경부와 업체가 자율협약을 맺는 방식으로 한 차례 시행됐다. 소비자가 일회용컵을 매장에 돌려줄 경우 50~100원(음료 구매 가격에 포함)을 보증금으로 돌려주고, 소비자가 보증금을 받아가지 않을 경우 이 돈(미반환 보증금)은 환경보전지원금이나 환경장학금(환경미화원 자녀)으로 활용하는 게 제도의 뼈대였다.


카페·패스트푸드 매장은 돌려받은 컵을 모아 전문 재활용 업체로 보냈다. 제도가 시행되자 일회용컵이 매장으로 돌아오는 비율(2003년 23.8%, 2004년 31.6%, 2005년 33.6%, 2006년 38.9%, 2007년 36.7%)은 서서히 늘었다. 하지만 미반환 보증금을 업체들이 용도와 달리 자신들의 판촉·홍보비 등에 사용해 보증금 관리 투명성 논란이 불거졌다. 법적 근거 없이 소비자에게 가격 부담과 불편을, 업체들에 컵 재활용 처리 의무를 지우는 과도한 규제라는 비판도 나왔다. 결국 2008년 이명박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규제 완화를 이유로 제도 폐지를 권고했고, 정부 출범 뒤(2008년 3월) 폐지됐다.

문제는 이후 커피전문점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며 일회용컵 사용량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것이다. 환경부 연구 용역 결과를 보면 2009년 약 191억 개이던 일회용컵 사용량은 2015년 약 257억 개로 증가한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재활용되는 양은 10%가 안 되는 걸로 추정했다.

2018년 4월 쓰레기 대란을 겪은 뒤, 쓰레기를 줄이고 재활용을 늘려야 한다는 공감대가 확산하면서 보증금제 부활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자연스럽게 나왔다. 플라스틱컵 사용 규제로 매장 안에서 플라스틱컵 사용은 줄어든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풍선효과’로 규제 대상이 아닌 종이컵의 사용량(코팅 처리돼 별도의 공정을 거쳐야 재활용 가능)이 늘었다. 테이크아웃으로 버려지는 컵은 집계가 안 되고 있다.

일회용컵 백가쟁명

문진국 자유한국당 의원이 2018년 4월에 발의한 보증금제 법안은 과거 제도가 노출한 문제점을 보완했다. 재활용률을 높이기 위해 일회용컵의 재질을 표준화하고, 매장은 회수된 일회용컵을 전문 재활용 업체로 보내 처리비용을 부담하도록 규정했다. 환경부 등의 참여로 ‘자원순환보증금관리센터’를 설치해 미반환 보증금을 통합 관리하도록 해 보증금 관리의 투명성도 높였다.

환경부도 전문가 포럼과 연구용역을 진행하며 제도를 설계해왔고, 2017년과 2018년 여론조사를 통해 국민 의견도 수렴했다. 2017년 조사(10월26일~11월4일 2005명)에서 보증금제 도입 찬성 의견은 89.9%였고, 컵을 반환하겠다는 의견은 69.2%로 집계됐다. 2018년 조사(11월2일~12월7일 3600명·200개 매장)에서도 찬성 의견은 85.6%, 컵 반환 의향은 68.9%였다. 다양한 여론을 수렴한 환경부는 소비자 편의를 위해 ㄱ매장에서 구매한 일회용컵을 ㄴ매장에 돌려줘도 보증금을 받을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다. 보증금 액수도 여론 수렴을 거친 뒤 결정할 방침이다.

하지만 법안은 2018년 9월10일 환경노동위원회(환노위) 법안 심사소위에서 한 차례 짧게 논의된 뒤 계류 중이다. 당시 회의록을 보면 의원들은 보증금제 필요성이 제기된 사회적 변화나 쓰레기 재활용 문제라는 관점에서 법 개정안을 살펴보기보다 과도한 규제라거나 제도의 실효성이 없다는 관점에서 부정적 의견을 내놓았다. “(쓰레기 투기는) 컵에 책임 있는 거예요, 사람에게 책임이 있는 거예요? (…) 전체 일반 소비자 중에서 버스정류장이나 거리에 버리는 사람들이 얼마나 된다고 전 국민을 규제합니까? 이것은 세상에 없는 법이야”(이상돈 바른미래당 의원), “일회용품 사용은 불가피한 것 아닌가요? 가능하면 자제해서 쓰자는 취지일 텐데 이런 식으로 (캠페인이 아니라) 규정을 둬가지고 하게 되면 효과가 있을까?”(설훈 민주당 의원), “그것만 주우러 다니는 할머니들, 사람들이 생길 거란 말이에요. (…) 그게(일회용컵) 전부 다 오히려 비위생적이고…”(임이자 자유한국당 의원) 등의 의견만 주고받다 시간에 쫓겨 다음 법안 논의로 넘어갔다.

보증금제 국회에서 논의해야

일회용컵 쓰레기의 증가를 더는 방치할 수 없다는 점에서 보증금제가 국회에서 깊이 있게 논의돼야 한다는 주장은 계속 나온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 소장은 “길거리에 버려지는 쓰레기는 오염 원인자에게 비용을 부담시키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쓰레기 문제 해결을 위해 판매자와 소비자에게 쓰레기 발생 비용을 모두 부담시킬 필요가 있다”고 보증금제 재도입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술·음료가 담긴 유리병 등에 적용된 빈 용기 보증금 제도가 98%(2018년)의 회수율을 보이는 것을 참고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문진국 의원은 “환경·폐기물 문제에 대한 심각성을 모든 국민이 인지하고 있는 만큼, 책임의식을 가지고 보증금제 도입에 접근한다면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판단한다. 이번 정기국회에서 처리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환노위 소속 한정애 민주당 의원과 여성환경연대·서울환경운동연합 등 시민사회단체도 11월12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대체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나? 11월 중 예정된 환노위 법안 심사 소위에서 보증금제 재도입을 결정해달라”고 요구했다.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다. 20대 마지막 정기국회는 12월10일 끝난다.

이승준 기자 gam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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