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

한겨레21

기사 공유 및 설정

‘타다’의 변칙 노동에 속이 탄다

‘유급’ 휴게시간 ‘무급’으로 전환…

프리랜서 기사들 ‘노동자성’ 지우기
등록 2019-07-09 10:45 수정 2020-05-07 10:07
타다 차량이 주차된 한국경제신문사 지하 주차장에서 타다 기사들이 이야기하고 있다. 류우종 기자

타다 차량이 주차된 한국경제신문사 지하 주차장에서 타다 기사들이 이야기하고 있다. 류우종 기자

지난 7월2일 오후 서울 영등포의 한 건물은 끊임없이 하얀색 카니발을 뱉어냈다. 카니발에 탄 운전자들은 하나같이 차량에 거치된 휴대전화를 한번 보고, 차선을 한번 둘러본 뒤 차선으로 진입했다. 이 건물이 차량을 뱉어내기 전엔 똑같이 차량을 빨아들이고 있었다.

이 건물 지하주차장에는 기사를 포함한 렌터카 호출 서비스 ‘타다’(운영사 VCNC)의 차고지가 있다. 주차장에는 타다 차량 수십 대가 줄지어 서 있다. 서울에는 이런 차고지가 확인된 것만 28곳에 이르는데, 서울 강남·마포·영등포·중구의 대형 건물 지하주차장 깊숙한 곳에 있다. 차량 1천 대에 기사가 4300명인 타다의 운행은 지하에서 출발해 서울과 수도권을 누비다 지하에서 끝난다.

기사들의 아우성 “10시간 동안 5분 쉬어”

“쉴 시간이 없어요.” 이날 만난 타다 기사 ㄱ씨는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는 주중 오후 5시부터 다음날 새벽 3시까지 타다를 몬다. 들쭉날쭉한 ‘주업’이 있는 그는 생계를 위해 대리운전을 하다 타다 초창기 때부터 타다를 몰았다. 타다가 당일 콜 수에 따라 수입이 들쭉날쭉했던 대리운전보다는 “안정적이어서 좋았다”고 했다. 그러나 ㄱ씨는 이제 타다 기사를 관둘지 말지 고민 중이라 했다. 7월1일부터 타다가 근무체계를 바꾼 탓이다.

타다 기사들은 대부분 평일과 주말을 나눠 새벽 6시~오후 4시(주간), 오후 5시~다음날 새벽 3시(야간)까지 10시간씩 일하고 일당 10만원에 교통비 1만원을 받으며 일해왔다. 근무시간 10시간에는 휴식시간 90분이 포함됐다. 타다는 최근 호출 건수가 많아 승객을 내려주면 바로 다음 콜이 떨어지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한다. 그래서 앱에 ‘휴식 중’ 상태로 돌려놓으면, 이 시간 동안 화장실을 가고 밥을 먹고 담배 한 대를 피울 수 있었다. 주유나 세차도 이 시간을 쪼개 썼다.

그런데 기존에 ‘유급’이던 이 휴식시간이 7월1일부터는 ‘무급’으로 바뀌었다. 타다가 기사들에게 공지한 내용을 보면, 원래 90분으로 제한했던 휴식시간 사용에 제한은 없어졌지만 이에 비례해 보수가 깎인다. 대신 피크타임(주중 아침 7~9시·저녁 6~7시·밤 10시~새벽 2시, 주말 오전 11시~오후 4시, 밤 10시~새벽 2시)엔 시급을 1만2천원으로 쳐주고, 하루 8시간 이상 ‘근무’할 경우 추가 수당 1만원을 주기로 했다. 이를테면 오후 5시부터 다음날 새벽 3시까지 근무하는 기사들은 휴식시간 없이 일할 경우 13만원을 받을 수 있지만, 예전처럼 1시간30분을 쉴 경우 10만5천원밖에 받지 못한다. 원래 11만원 받던 것보다 덜 받는 것이다. 피크시간대에 쉴 경우 보수는 이보다 더 깎인다.

이에 대한 기사들의 반응은 격하다. 타다 기사들이 가입한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을 보면 “휴식 없이 10시간에 11만4천원을 제시한 것은 기사를 ‘개무시’하는 것” “날씨는 더워지고 노동강도는 심해지니 누구 하나 운전하다 졸도할 수도 있다”는 불만 섞인 말이 가득했다. ㄱ씨 역시 “원래 받던 돈과 비슷하게 받으려면 피크타임에 화장실도 못 가고 찬바람 쐴 시간도 없이 계속 운행해야 한다”며 “결국 승객 안전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실제 오픈채팅방에는 10시간 근무 중에 휴식시간을 5분도 안 되게 썼다는 인증사진이 올라오는 상황이다. 평일 주간에 근무하는 ㄴ씨는 “휴식시간을 최소화하기 위해 차 안에서 빵 같은 간편식을 먹는다”며 “타다가 기사들이 조금이라도 쉬지 않게 하기 위해 기사들을 쥐어짜고 있다”고 말했다.

‘디지털 승차 거부’ 없는 강제 배차와 쾌적한 실내, 친절한 서비스로 승객들의 인기를 한 몸에 받아왔고, 틈만 나면 “드라이버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한 더 좋은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강조해온 타다가 이런 결정을 한 이유는 무엇일까. 타다 쪽은 “더 유연하고 폭넓은 드라이버(운전기사) 선택이 가능한 정책으로 업데이트했다. 다양한 근무 형태가 예상되며 이에 합리적인 대응이 가능한 안을 고려했다. 향후 법이 정한 범위 내에서 운전자에게 더 나은 근무환경을 만들기 위해 계속 노력하려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타다의 “유연한 선택” “다양한 근무 형태”를 언급한 것은 타다가 노동자성을 조금이나마 희석하기 위한 수단으로 보인다. 고용노동부가 타다 기사의 ‘노동자성’을 판단하는 조사에 착수한 데 따른 것이다.

타다 기사들의 고용 형태는 10% 남짓인 파견노동자(근로기준법상 노동자)를 제외하면 모두 이른바 프리랜서, 즉 개인사업자에 해당한다. 이 기사들은 10여 곳의 알선업체를 통해 타다에 ‘공급’되지만 타다는 물론 알선업체와도 근로계약을 하지 않는다. 4대 보험이 보장되지 않으며 퇴직금, 연장·야간근로 수당 등도 없다. 타다는 애초 기사들을 직접 고용하지 않는 이유로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상 렌터카 사업자는 운전기사를 알선할 수 있을 뿐 고용할 수는 없고, 운전기사 시장이 위탁계약 형태로 이뤄져 이를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타다 쪽은 타다 기사들이 외국의 우버·리프트 같은 승차공유 플랫폼의 기사와 같은 ‘플랫폼 노동자’에 해당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타다가 ‘플랫폼 노동자’, 개인사업자라고 주장한다고 해서 타다 기사들이 근로기준법의 노동자가 아닌 것은 아니다. 대법원은 노무를 제공하는 사람과 제공받는 사람이 맺은 계약의 명목이 아니라 ‘실질’을 봐야 한다는 판결을 지속해왔다. 그리고 노동자성을 판단하는 기준으로 삼는 ‘징표’로 △‘상당한’ 지휘·감독 여부 △근무시간·장소 지정과 구속 여부 △노무 제공 대가로 지급하는 보수의 성격 △노무 제공의 전속성 여부 등을 든다. 그런데 타다 기사들은 이런 징표 대부분에서 노동자에 가까운 것으로 나타난다. 노동자성이 ‘짙다’보니 근무 형태를 바꿔 노동자성을 ‘옅게’ 만드는 것이다.

대법원 판례 따르면 기사들은 노동자

하나씩 따져보자. 대법원이 ‘플랫폼 노동자’의 노동자성을 판단한 최근 판례는 지난해 4월 배달대행업체 배달기사의 산업재해 인정 여부에 대한 판결이다. 대법원은 해당 배달대행기사를 근로기준법상 노동자라고 볼 수 없다며 다음 기준을 제시했다. 이 기준을 타다에 대입하면 이렇다.

“배달원이 배달 요청을 선택할지, 거절할지를 결정할 수 있었고, 거절해도 업체로부터 제재가 없었다.” “배달 지시 프로그램에는 GPS(위성항법장치) 기능이 없어 업체가 배달원들의 현재 위치와 배송 상황을 관제할 수 없었다.”
타다의 가장 큰 장점은 강제 배차로, 승객이 앱을 통해 호출하면, 타다는 근처에 있는 기사에게 호출 지시를 하고 기사는 이를 거부할 수 없다. 15초 이내에 수락을 누르지 않으면 해당 기사는 ‘페널티’(벌칙)를 받는다. 또한 기사가 타다가 미리 지정한 대기 장소를 벗어날 경우 대기 장소로 이동하라고 지시하기도 한다.
“업체 소속으로 수행하는 배달 업무에 지장이 없는 한 다른 시간대에 다른 회사의 배달 업무를 수행하는 것도 가능했고, 다른 사람에게 배달 업무를 대행하도록 할 수도 있었다.”
타다 기사들은 타다 차량을 자유롭게 쓸 수 없으며, 차량을 운전하는 사람이 누구인지 철저하게 관리한다. 다른 사람에게 운전을 대신 시킬 수도 없다. 차량을 임의로 사용하는 것은 바로 계약 해지 사유가 된다.

그런데 타다가 이번에 근무 방식을 개편한 것은, 다음 두 가지 징표에 대해 그 ‘정도’를 약화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업체는 배달원들의 업무시간이나 근무 장소를 별도로 정하지 않았다.”
타다는 기사들의 대기 장소를 따로 정하고, 승객의 호출에 따라 이동하도록 지시한다. 근무시간 역시 10시간 등으로 고정했다. 그러나 타다는 향후 근무시간을 기사들이 선택할 수 있는 여지가 높도록 바꾸고, 휴식시간을 기사 ‘재량’에 맡기면서 지휘·감독 범위를 축소하려고 한 것으로 보인다.
“배달원들은 음식점에서 배달 수수료를 받음으로써 그 수익을 얻었고, 별도로 업체로부터 고정급이나 상여금 등을 받지는 않았다.”
타다가 승객에게 호응을 얻었던 것은, 기사들이 수행한 콜 수나 승객에게서 받은 이용료에 관계없이 ‘고정급’을 받아왔기 때문이다. 택시기사들이 더 많은 수입을 올리기 위해 난폭 운전을 하거나 승객을 가려 받는 승차 거부를 하지 않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타다는 이번 근무체계 개편으로 운행시간에 따라 보수를 더 지급하는 ‘성과급’ 요소를 늘렸다.

타다가 이렇게 노동자성을 희석하려는 이유는, 기사들의 노동자성이 인정돼 근로기준법상 ‘사용자’가 되는 것을 우려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물론 타다 기사들이 직접 계약하는 곳은 타다가 아니라 알선업체다. 하지만 노동자성이 인정될 경우 사용자가 ‘타다’로 인정될 가능성이 높다. 노동자를 지휘·감독하는 주체가 타다인 점에 더해, 타다가 실질적인 인사권을 행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타다 기사 교육용 자료. 승객의 호출(배차)은 “천재지변에만 거절(을) 권고(한다)”라고 적혀 있으며, 수락하지 않으면 “인사평가에 불리하게 적용됩니다” 라고 밝혔다. 박태우 기자

타다 기사 교육용 자료. 승객의 호출(배차)은 “천재지변에만 거절(을) 권고(한다)”라고 적혀 있으며, 수락하지 않으면 “인사평가에 불리하게 적용됩니다” 라고 밝혔다. 박태우 기자

‘성희롱’ 기사 계약 해지도 타다가 했는데…

타다는 기사들이 승객에게서 받은 ‘별점’과 불만사항 등을 토대로 베이직·굿·베스트·퍼펙트 등으로 기사 등급을 매기고 이에 따라 인센티브를 지급한다. 기사와의 계약 해지 권한도 타다에 있다. 별점이 하위 15%인 상태가 3개월 이상 지속되면 계약이 해지된다. 타다 기사들이 오픈채팅방에서 승객을 성희롱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해당 기사와 계약 해지를 한 것도 타다였다.

또한 타다가 파견업체가 고용한 근로기준법의 노동자를 파견받아 사용하고 있다는 점도 실제 사용자가 타다라는 사실을 입증한다. 노동자 파견에 따라, 타다는 파견법의 ‘사용사업주’에 해당하는데, 타다는 현재도 파견노동자인 타다 기사들의 ‘사용자’로서 의무를 부담한다. 파견노동자를 2년 이상 사용할 경우, 타다는 이들을 ‘직접고용’해야 하는 의무도 생긴다.

파견노동자가 있다는 것은 타다 기사를 ‘주업’으로 삼길 원하는 기사들에게는 차별적 요소가 된다. 주중 주간에 안정적으로 일하면서 다른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는 ㄴ씨는 “하는 일은 완전히 동일하면서도 파견노동자들은 유급휴가와 4대 보험, 퇴직금이 보장되지만 프리랜서들에겐 적용이 안 된다”며 “파견직을 원하는 사람에겐 파견으로 일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비용 절감을 위해 확대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유급 휴게시간을 없앤 근무체계 변경은 파견노동자에겐 적용되지 않는다.

기사 복장 업무 매뉴얼도 삭제

노동자성 논란이 불거지자, 타다는 ‘사용자’로서 흔적을 지우고 있다. 타다는 예전에 근무체계 변경이나 기사 등급 관리에 관한 공지를 타다 기사용 앱에서 전달했으나, 7월1일 변경 건에 대해서는 용역업체를 통해 공지했다. 기사들 복장 등에 관한 업무 매뉴얼도 기사용 앱에서 삭제했다.

이날 ㄴ씨가 기자에게 건넨 기사 교육용 ‘접객 가이드’에는 ‘질문 많은 손님’을 응대하는 요령이 적혀 있다.

“아저씨 어디 소속이에요?”
DO: “저는 타다 서비스의 제휴사를 통해 알선된 기사입니다.”
DO NOT: “쏘카 소속 기사입니다.”

‘DO’가 정답인지, ‘DO NOT’이 정답인지는 1차적으로 고용노동부의 조사 결과에 따라 판가름 날 예정이다.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
한겨레는 타협하지 않겠습니다
진실을 응원해 주세요
맨위로